대나무 칫솔과 천연수세미
정리정돈, 살림에 약한 나는 이런 점을 보완하고자 관련된 책을 가끔 보는 편이다. 전자책을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 중에 미니멀, 수납 이런 키워드로 책을 찾다가 [수납공부]라는 책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이 책은 수납 공부 선언문이라는 정리와 수납의 8가지 기본 법칙을 본문 가장 앞 쪽에 소개했는데 그 중 5번째 항목의 내용은 이러하다.
"05. 플라스틱은 사용하지 않는다 : 나무, 유리, 도자기 등 지속가능한 자연재료로 만든 제품을 찾아보자. 환경을 해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플라스틱 제품처럼 요란하게 거슬리지 않아 숨길 필요가 없다. "
사실 처음 이 책은 듣기모드로 다른 일을 하면서 읽었는데 위에서 언급한 이 부분 때문에 나중에 종이책으로 다시 구매를 했다. 플라스틱이 아닌 수납도구들의 다양한 예시가 사진으로 글과 함께 수록이 되어 있었는데 전자책으로 보려니 사진을 제대로 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박한 정리 같은 미니멀, 정리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SNS에 자신의 집 인테리어나, 수납팁 등을 공유하는 인플루언서들이 많아졌다. 덕분에 유용한 살림팁, 정리팁도 얻고, 나도 잘 정리해봐야지 하는 동기부여도 받게 된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나에게 한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바로 수납을 위한 플라스틱 바구니였다. 정리의 기본은 안 쓰는 물건, 필요없는 물건을 내 보내는 것이고, 그 다음은 '제자리'를 정해놓는 것이다. 대부분의 제자리를 정하는 방법은 '같은 용도의 물건을 하나의 바구니에 담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수납전문가나, 수납,살림 인플루언서들은 색상, 재질 등을 통일해 좀 더 깔끔하게 보이는 하얀 플라스틱 바구니를 이용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불가피하게 생겨나는 플라스틱 쓰레기도 많은데 내 돈을 들여 플라스틱 바구니를 사야하나? 하는 생각으로 정리 자체를 미뤄뒀던 날들이 있었다. (정리를 미루게 위한 핑계 였을 수도 있지만) 그래서인지 [수납공부]라는 책의 단호한" 플라스틱은 사용하지 않는다." 는 문장을 통해 그동안의 나의 고민의 시간이 인정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
-플라스틱 칫솔을 대나무 칫솔로
우리는 생활하면서 이미 너무 많은 플라스틱을 소비하고 있다. 매일 쓰는 칫솔, 매일 쓰는 수세미, 샤워타올, 빨대, 아이들 장난감, 음료나 식재료를 사면서 생기는 플라스틱들. 너무 많아서 다 열거할 수도 없을 정도다. 모든 플라스틱이 나쁜 것은 물론 아니다. 계속해서 반 영구적으로 재사용이 가능하거나, 리싸이클링을 통해 또 다른 자원으로 쓰일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것들이 있다. 칫솔은 칫솔모와 칫솔대 부분의 소재가 다르기 때문에 리싸이클이 되지 못하고 일반 쓰레기로 처리 되어야 한다. 우리가 그동안 흔하게 써왔던 수세미나 샤워타올도 대부분 폴리나 나일론 소재이고, 사용 후 분리 배출이 아닌 일반 쓰레기로 배출되어야 한다. 빨대는 너무 작고 가벼워 리싸이클되지 못한다고 한다. 방금 언급한 제품들은 다 소모품이기에 나 혼자라고 생각하면 아주 작고 사소한 문제거리일 수도 있지만, 전 세계 79억 인구가 이런 리싸이클이 힘든 플라스틱을 해 마다 몇개씩 버린다고 생각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미국 치과의사협회는 칫솔을 잘 관리한 경우에 한해 3~4개월 주기로 칫솔을 교체할 것을 권장한다.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이 이런 권장 사항을 따를 경우, 매년 약 230억 개의 칫솔이 쓰레기로 버려진다.)
그렇지만 너무 다행인 것은 환경을 생각하는 몇몇 착한 기업들이 이를 대체할 만한 제품들을 만들고 있고, 사용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사용하고 있는 대나무 칫솔은 어쩌면 건강을 위해서라도 꼭 바꿔야하는 제품이 아닐까 싶다. 처음 대나무칫솔을 알고나서 바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나무 소재는 물이 닿으면 표면이 일어나기 때문에 입안에 가시가 박히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어서였다. 막연히 호기심만 갖고 있던 시기에 제로웨이스트샵에 세제 리필을 하러 갔을 때 제로웨이스트숍 대표님에게 가장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용품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망설임 없이 대나무칫솔이라고 말씀하셨다. 생각보다 괜찮고, 가격부담도 없어서 실패(?)해도 괜찮다는 이유에서였다. 그길로 대나무칫솔을 사왔다. 지금은 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3000원이 넘지 않는 가격이었고 칫솔의 사용감은 나의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대나무라고 하지만 그냥 플라스틱의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덕분에 지금까지 계속 대나무 칫솔을 쓰고 있다. 기능성 때문에 대나무 칫솔의 칫솔모는 아직 나일론6 소재인 경우가 많은데, 이 부분도 최근에는 식물성 원료로 바꾸려는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대나무칫솔에 쓰이는 모소 대나무의 경우 하루에 30cm씩 자라는 다년생 풀이기 때문에 산림파괴에 대한 우려도 적다. 플라스틱 칫솔이 매립될 경우 자연적으로 분해 되는데 500년 이상이 걸리고, 분해가 아닌 풍화에 의해 미세한 형태로 분해될 뿐 완전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대나무 칫솔은 대나무 부분이 생분해되는데 6개월밖에 걸리지 않으며, 소각 시에도 탄소 배출이 플라스틱 칫솔에 비해 현저히 낮다.
미세섬유는 다시 내게로
몇해 전 친정엄마께서 1년 정도 뜨개샵을 운영했었다. 그 때 엄마는 사람들이 싼 수세미실만 구입해서 가게에 나가 있는 시간에 비해 수입이 별로 좋지 않다고 얘기했다. 그렇다고 수세미실을 들여놓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힘들어하셨었다.
지금은 유행이 조금 사그라든 것 같고, 유해성에 대한 인지로 뜨개 수세미를 쓰는 사람이 전보다는 적어진 것 같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반짝반짝 거리는 뜨개 수세미. 한 때 세제가 소량이어도 거품이 잘 나고, 세정이 잘 된다는 이유로 친환경 수세미라는 말도 안되는 타이틀을 달았던 제품이다. 뜨개 금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수세미를 너무나 예쁘고 귀엽게 떠서 '함뜨수세미'라며 Sns에 인증하는 것을 마냥 이쁘다 귀엽다 봐주기가 힘들었다. 차라리 만들기만 하고 아까워서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기도 했다. 사용이 안된다면 먼 훗날 매립이 될 것이고, 사용을 한다면 미세섬유들을 바다로 흘러가 해양 생물들이 흡입하게 될 것이니까. 그리고 그렇게 해양생물들에게 흡입 된 미세섬유는 음식을 통해 우리에게 돌아온다. 우리가 해산물을 먹지 않는 다면 모를까.
사실 나도 이 뜨개 수세미를 썼었다. 친정엄마가 반찬을 보내거나 물건을 보낼 때마다 박스 한쪽에는 비닐팩에 담긴 엄마의 뜨개 수세미가 들어 있었다. 그때도 그 반짝거리는 실들이 하수구로 흘러가 하천과 바다를 오염 시키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대안을 몰랐기에 그냥 썼었다. 그러다 한살림에서 신기하게 생긴 것을 발견했다. 베이지색의 내 팔뚝만 한 길이의 얇은 섬유질이 얼기설기 얽혀있는 진짜 '수세미'였다. 실제로 한 때는 열매의 모습이었던 것을 증명하듯 한쪽은 좁고 아래로 갈수록 살짝 뚱뚱해지는 형태에, 가운데에는 큰 기공이 3개 정도 있었다. 그리고 바짝 마른 갈색의 씨앗들이 여기저기 붙어있었다. 그 길로 하나를 집어 들어 장바구니에 넣었다. 집에 와서 칼로 숭덩숭덩 3등분을 해서 수세미 대신 사용해봤다. 아니지, 원래 수세미가 이거니까... 수세미 대신이란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반짝이 수세미 대신 원래 수세미를 사용해봤다.라는 표현이 더 맞는 표현이겠지
진짜 수세미는 거품도 잘 만들어 주고 브러싱도 잘 되는 편이었다. 아주 눌어붙은 것만 아니면 이 진짜 수세미로 충분했다. 심지어 건조도 금방 바짝 되어서 더 위생적인 느낌이었다. 어느 정도 사용하면 회복 탄력성이 많이 떨어지는 느낌이 나는데 그떄는 쿨하게 쓰레기통에 넣어버리면 된다. 100% 자연으로 돌아가는 소재니까. 이 천연수세미를 알게 된 뒤로 이 천연수세미만 사용하고 있다. 요즘은 친환경 수세미가 다양해져서 기존의 수세미를 납작하게 압축해놓은 것도 있고, 이 압축한 수세미를 나무대에 탈착 할 수 있게 해서 병솔로 쓸 수 있게 나온 것도 있다.나는 이 제품을 선물 받아 병솔로 잘 쓰고 있다. 그리고 사이잘삼이라는 식물의 줄기로 만드는 그물망 같은 수세미도 있고, 코코넛과 호두껍질을 이용해 만든 기존의 스폰지 수세미와 아주 유사한 수세미 등 너무나 다양한 친환경 수세미들이 시중에 나와 있다. 이런 친환경 수세미들이 아직은 일반적인 마트나 생활용품점에서 구매하기는 어렵지만, 제로웨이스트숍이나 한살림, 생협, 마켓컬리 등에서는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온라인으로 친환경 수세미라고 검색하면 내 구미에 맞는 친환경 수세미를 구입할 수 있다.
몰랐을 때라면, 대안이 없었을 때라면 모르겠지만 이제 문제를 인지하고 있고, 대안의 존재를 알았는데 실천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기존의 플라스틱 소재들보다 기능면에서도 전혀 떨어지지 않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