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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27. 2023

나를 위해 화를 내 주시는 시어머니

저는 그저 든든합니다!

우리는 드디어 테네리페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나는 창가, 가운데에는 시아버지, 그리고 복도석에는 어머님께서 않으셨다. 

기내식 먹을 때 가끔 한손으로 열기 어려운 뚜껑이나 비닐봉지가 보이면 옆에계신 아버님것도 잽싸게 열어드렸다. 


룩스에어 기내식. 

별것도 없는데 왜 이리 맛있지? 치즈랑 버터, 후식까지 남김없이 싹싹 긁어먹고 베일리스까지 한잔 마셨다. 


5시간 정도 비행했을 때 어머님께서 창밖을 가리키시며 테네리페섬이 보인다고 알려주셨다.

우와... 신난다! 

테네리페공항에서 입국심사는 따로 없었고 미리 등록한 코로나 백신 관련 서류만 확인하는 절차만 있었을 뿐이다.

대신 사소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내가 별생각 없이 병아리처럼 시부모님만 졸졸 따라가고 있을 때 중년의 공항 여직원이 손가락으로 나를 콕 집으며 큰소리로 "당신! 당신은 저쪽으로!" 하고 다급하게 외치는 게 아닌가! 큰일이라도 난 줄 알고 우리는 깜짝 놀랐다. 시어머니께서는 "울랄라 인종차별!"이라고 꽤 큰소리로 말씀하셨는데 정작 나는 별 생각이 없었다. 새로 안내받은 곳에는 기다리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빨라서 좋았던 것이다. 유럽연합과 나머지 국적의 줄이 달랐던 것 같은데 시어머니께서는 내가 동양계 유럽국적자일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큰소리로 사람들 앞에서 나에게 손가락질하며 지적한 행동은 인종차별이고 무례한 거라고 하시며 불쾌해하셨다. 


제 대신 화내주시는 어머님이 계셔서 저는 그저 든든합니다! 


그래도 렌터카를 찾아 공항을 빠져나왔을 땐 앞으로 일주일간 펼쳐질 여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모두 즐겁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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