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용 Jun 27. 2023

끝까지 유쾌했던 우리의 여행

"신이 우리를 사랑하시나 보다."

테네리페 여행이 끝나는 8일째 날의 아침이 밝아왔다.

테라스에서 경치도 눈에 꼭꼭 담아보고

마지막 조식도 배부르게 먹었다. 


일광욕하는 거북이들이랑도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옹기종기 모여서 서로의 등으로 기어오르다가 떼굴떼굴 굴러 떨어지는 녀석들을 보며 어머님과 몇 번을 웃었는지 모른다. 옆에 친구 좀 잡아주고 그래라. 


아버님은 룸으로 짐을 싸러 올라가셨고 나는 시어머니와 함께 수영장으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수영 열 바퀴를 돌고 나서 어느 정도 머리가 말랐을 때 우리는 겉옷을 걸치고 호텔바로 향했다. 리셉션에서 어제 주차비 문제로 미안하다며 칵테일 쿠폰을 준 게 있었기 때문이다. 

"주차비로 하루 2유로씩 16유로를 손해 봤으니 우리 제일 비싼 걸로 마셔요!" 

굳은 의지!

오전이라 바에는 손님이 우리뿐이었는데 나름 특별 대접을 받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나는 화이트와인으로 주문했는데 어머님은 평소 가장 좋아하시는 샴페인으로 주문하셨다. 


"이건 진짜 프랑스 샴페인이야. 한잔에 15유로니까 두 잔만 마셔도 주차비 손해 본 것보다 득이지!" 



잠시 후 내려오신 아버님께서도 샴페인을 드셨는데 상냥한 직원은 병에 남아 있던 샴페인을 모두 어머님 잔에 추가로 드려서 어머님께서 매우 좋아하셨다. 



우리는 샴페인으로 주차비를 만회했다고 좋아했지만 정작 체크아웃 때 우리를 응대한 직원은 추가 결제된 주차비를 모두 환불해 주었고 심지어 마지막날 하루치 주차비는 아예 면제를 해 주었다. 우리 어머님은 잘생기고 일 잘하는 그 젊은 직원에게 그동안 어디 있었냐며 반기셨다. 

"호텔 부킹사이트에 후기로 전부 남기려고 했는데 당신이 다 들어주었으니 나쁜 후기는 쓰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직원들의 교육은 절실히 필요해 보여요. 물어볼 때마다 매번 다르게 대답하는 건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어머님은 50유로 지폐를 꺼내시며 우리 방을 담당한 메이드들에게 전해달라고 하셨고 우리에게 항상 친절했던 직원 도밍고에게도 마지막팁을 후하게 건네며 살갑게 작별 인사를 나누셨다. 



"어제도 레스토랑에서 샴페인 한 병 공짜로 마셨는데 오늘 샴페인도 결국은 공짜네요. 주차비도 다 환불받았으니까요." 

"그러게 말이다. 신이 우리를 사랑하시나 보다." 

역시 행운의 여신은 항상 시어머니를 따라다니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우리의 여행은 이렇게 마지막까지 완벽하게 막을 내렸다. 


어머님 아버님, 다음에도 또 데려가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