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혁희 Aug 11. 2020

너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뜻밖의 연락

저 멀리서 보자면
그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을 붙들고 있느라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진다면
걱정도 없겠다. *티베트 속담

<마음이 뾰족한 날, 나를 다독이는 공감 에세이 -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요, 우리> 중
강예신 글•그림



“혁희야.. 잘 지내지?”

며칠 전 자정이 넘은 늦은 시간 카톡이 왔다. 저장되어 있지 않고 이름도 없어 누군지 모르겠지만 날 아는 사람은 분명했다. 궁금함에 누구냐고 물었더니 얼마 전 좋은 감정으로 연락하고 지냈던  H 군이었다. 뜬금없는 연락에 반가움과 왠지 모를 씁쓸함이 동시에 몰려왔다.


내가 퇴사를 얼마 남기지 않은 무렵 알게 된 H군은 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있는 힘껏 나의 퇴사를 응원해줬다. 이미 결정된 사항이고 퇴사 날만 기다리고 있던 그때는 지금보다 오히려 더 걱정이 많고 뒤숭숭했다. 나의 결정은 옳았을까..


앞서 잠깐 얘기했지만 처음 퇴사를 결정했을 때는 갈 곳이 정해져 있었다. 무턱대고 결정한 퇴사가 아니었지만 그 회사와의 연결이 무산되면서 나의 두려움과 고민은 나날이 커졌다. 내가 밤낮으로 힘들어할 때 “난 널 믿어”라든지, “난 왠지 네가 정말 잘 할거 같아”라는 허무맹랑하지만 힘이 되는 말을 매일 해주던 그였다.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서 그의 말들은 나에게 소소한 위로가 되었고, 그렇게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동안 설렘을 공유했다.


내가 예민했던 탓일까 아님 그가 너무 바빴던 탓일까... 오래도록 지속될 줄 알았던 관계는 어느 순간 무너졌고 우린 멀어졌다. 그리고 난 스스로에게 오히려 잘 됐다고 위로했다. 지금 상황에 나에게만 집중하기도 벅차다고...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온 그의 연락이 반가웠던 이유는 여전히 고마운 마음이 남아있었기 때문이고, 왠지 모를 씁쓸함은 나는 그 시간 동안 제자리걸음 중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변화가 생기지 않았고 난 연락이 끊어질 그때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그래도 무엇보다 고마움이 더 크다. 그때 그의 열열한 응원에 대해서, 나에게 준 무조건적인 믿음에게, 그리고 잊지 않고 생각나서 연락해준 마음에 고마웠다.


뭔가 그의 연락이 뜬금없지만 힘을 준다.


누구에게 연락이 와도 당당할 나의 모습을 그리며
나는 오늘도 백수의 하루를 힘내서 보낸다.



작가의 이전글 37살 백수 집사와 제주에 사는 섬냥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