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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혁희 Aug 11. 2020

너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뜻밖의 연락

저 멀리서 보자면
그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을 붙들고 있느라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진다면
걱정도 없겠다. *티베트 속담

<마음이 뾰족한 날, 나를 다독이는 공감 에세이 -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요, 우리> 중
강예신 글•그림



“혁희야.. 잘 지내지?”

며칠 전 자정이 넘은 늦은 시간 카톡이 왔다. 저장되어 있지 않고 이름도 없어 누군지 모르겠지만 날 아는 사람은 분명했다. 궁금함에 누구냐고 물었더니 얼마 전 좋은 감정으로 연락하고 지냈던  H 군이었다. 뜬금없는 연락에 반가움과 왠지 모를 씁쓸함이 동시에 몰려왔다.


내가 퇴사를 얼마 남기지 않은 무렵 알게 된 H군은 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있는 힘껏 나의 퇴사를 응원해줬다. 이미 결정된 사항이고 퇴사 날만 기다리고 있던 그때는 지금보다 오히려 더 걱정이 많고 뒤숭숭했다. 나의 결정은 옳았을까..


앞서 잠깐 얘기했지만 처음 퇴사를 결정했을 때는 갈 곳이 정해져 있었다. 무턱대고 결정한 퇴사가 아니었지만 그 회사와의 연결이 무산되면서 나의 두려움과 고민은 나날이 커졌다. 내가 밤낮으로 힘들어할 때 “난 널 믿어”라든지, “난 왠지 네가 정말 잘 할거 같아”라는 허무맹랑하지만 힘이 되는 말을 매일 해주던 그였다.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서 그의 말들은 나에게 소소한 위로가 되었고, 그렇게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동안 설렘을 공유했다.


내가 예민했던 탓일까 아님 그가 너무 바빴던 탓일까... 오래도록 지속될 줄 알았던 관계는 어느 순간 무너졌고 우린 멀어졌다. 그리고 난 스스로에게 오히려 잘 됐다고 위로했다. 지금 상황에 나에게만 집중하기도 벅차다고...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온 그의 연락이 반가웠던 이유는 여전히 고마운 마음이 남아있었기 때문이고, 왠지 모를 씁쓸함은 나는 그 시간 동안 제자리걸음 중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변화가 생기지 않았고 난 연락이 끊어질 그때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그래도 무엇보다 고마움이 더 크다. 그때 그의 열열한 응원에 대해서, 나에게 준 무조건적인 믿음에게, 그리고 잊지 않고 생각나서 연락해준 마음에 고마웠다.


뭔가 그의 연락이 뜬금없지만 힘을 준다.


누구에게 연락이 와도 당당할 나의 모습을 그리며
나는 오늘도 백수의 하루를 힘내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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