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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치 Oct 06. 2020

IT 업무 진행의 버뮤다 삼각지대

인간적으로 일 시킬 거면 셋 중에 둘은 지켜줍시다

프로젝트 관리 삼각형이라는 개념이 있다.



프로젝트 관리 삼각형



프로젝트의 품질을 내기 위한 삼각형이 있고, 각 변은 시간, 비용, 범위가 이룬다. 예전에는 프로젝트 관리 기법으로 종종 사용된 모양이나 현재는 잘 등장하지 않는다. 여전히 프로젝트에는 저 세 가지 요소가 중요하지만 변수가 너무 많아서일까. 이 삼각형을 보고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버렸던 몇 가지의 업무가 생각났다.


정상적인 프로세스에 따라 업무가 진행된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러나 보통 절차를 다 무시하고 들어오는 건들이 주로 문제가 된다.


갑자기 위에서 시켰다는 급한 개발 건

위에서 협의가 다 됐고 오픈 일정이 보고가 됐다는 건

한참 진행 중인데 알 수 없는 대장들의 이유로 변경이 일어나는 진행 중인 개발 건



원인이 똑같아 보이는 건 기분 탓일걸요



다시 위의 삼각형으로 돌아가면, 간단한 요는 업무의 퀄리티를 내기 위해서는 각 변이 밀접한 관계를 이룬다는 거다. 좋은 퀄리티를 내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과 비용, 범위 산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위와 같이 치고 들어오는 건들은 세 가지 중 한 두 가지는 희생하기를 바란다. (세 개 밖에 없는데) 보통 맞추길 바라는 요건은 시간이다. 오픈 일정. 위에 보고 드린 대로 그 시간에 딱 오픈이 돼서 오픈 보고드릴 수 있도록, 대외 홍보 자료 뿌릴 수 있도록. 일정 상 무리가 있다고 하면 범위를 줄이라고 하면서 비용도 더 쓰지는 않는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다이어그램도 등장한다.



우리 회사만의 상황은 아닌가 보다 빡쳐서 만든 다이어그램도 있는 걸 보면



좋은 퀄리티를 내기 위해서는 충분한 투자가 필요하다. 사실 기본 중의 기본이다. 돈도 안 쓰고, 시간도 안 주고, 사람도 투입 안 해주면서 좋은 결과물을 내기만 바라는 건 도둑놈 심보다. (도둑놈들 뿐이다) 보통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신기능을 도입할 때, 회사의 특성상 외주를 맡기는 갑의 위치에 서게 된다. 정해진 예산이 있다 보니 견적을 받은 후 협의를 진행할 때, 상당 부분이 비용 절감에 관한 내용으로 흘러간다. 네고왕이 된 것처럼 질러야 할 때도 있다. 도저히 성사가 되지 않을 수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세한 기업이나 업력이 얼마 없는 경우에는 무리하다 싶을 정도의 가격 흥정에도 종종 응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회사는 또 좋다고 계약을 하곤 하는데, 보통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가지고 있는 기술과 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받지 못한 채로 시작하는 일에 열성을 다해달라.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우리도 회사 짜증나면 받는 만큼만 일한다고 늘 다짐하는 것처럼 말이다.



비용 절감이 불러일으키는 문제는 나비효과로 일어난다.



시작부터 단추를 잘못 꿰맨 것처럼. 적어도 고급이 들어왔어야 할 인력은 초급이 수행하고 있고, 반년은 들였어야 할 파트 업무를 그 반, 반의 반으로 줄였고. 퍼블리셔도 없고 QC도 없고... 비용 절감에서 오는 구멍 난 업무는 결국 운영팀에서 다시 맡게 된다. 누군가는 부족분을 채우고 결함을 고쳐야 하는데 애초에 그럴 능력이 안 되는 수준으로 시작한 일을 어떻게 하겠는가.


이런 문제가 업무 시작 전부터 대두되는 경우는 많이 없다. (그런 경우는 그 일을 필사적으로 성사되지 않게 하거나 도망쳐야 한다 반드시) 대부분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일 때 치고 들어온다. 기획이나 디자인이 이미 다 끝난 시점에. 한참 개발이 진행되어서 하나를 바꾸면 다 틀어질 수도 있는 바로 그때. 물론 업무는 필요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여러 사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프로젝트 진행 중에 방향을 트는 위험한 결정을 할 때는 충분한 논의와, 결정에 따른 사이드 이펙트를 고려해야만 한다.


원래라면 무리가 없던 일정도 갑작스러운 요건 변경 앞에는 장사 없다. 시간이 가장 큰 문제다. 요건을 바꾼다고 해서 시간을 더 주는 일은 추가 투자를 하는 것보다 일어날 확률이 낮다. 갑자기 던져서 미안하지만 원래 기한 내에는 해내야 한다고 한다. 위의 삼각형에 맞추자면 비용을 더 투입해서 인력을 늘려야 하지만 그건 이론상의 문제고, 어느 정도 진행된 프로젝트에는 새로운 인력을 투입하는 일이 오히려 업무의 품질을 더 악화시킨다. 실무를 달려야 할 시간에 교육을 하고 남의 것까지 봐줘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선택지는 하나가 남는다. 업무 범위를 줄인다. 이번 일정에서 가능한 필수 기능을 제외한 곁가지는 모두 쳐낸다. 나머지 개발 사항이나 추가 요청 사항은 2차 일정을 잡아서 다시 진행한다.


이렇게라도 되면 다행인데 일정도, 비용도, 요건도 조정해줄 수 없다는 경우도 꽤 자주 등장한다는 게 문제다. 그러면 이제 진짜 제목처럼 버뮤다 삼각지대로 들어간다. 남는 건 개싸움뿐



아 어쩌란 말이냐 트위스트 추면서



버뮤다 삼각지대에 빠지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이해의 부재다. 특히 비 IT회사에서는 IT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도 주요한 이유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 회사에서는 유독 사전 협의 없이 일정과 예산을 정해서 해내라고 던지는 경우가 잦다. 다들 고충이 있으시겠죠. 예... 그런데 휘두르시기 전에 제발 세 가지 중에 두 개 정도는 퀄리티를 위해 좀 고려해줍시다. 인간적으로 하나만 가지고 삼각형을 어떻게 그립니까. IT가 뭐 대단할 건 없지만 서로 좀 생각해주면 좋지 않겠냐고. 궁극적으로 하나의 목표를 가진 사람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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