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기 전에 반드시 필요한 말 4
“뒷걸음질쳐 봐!”
모모는 그렇게 했다. 몸을 돌려 뒷걸음질을 치니 갑자기 전혀 힘들이지 않고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모모가 뒷걸음질을 치는 동안 생각도 뒷걸음쳤고, 숨도 뒷걸음쳤고, 느낌도 뒷걸음쳤다. 한 마디로 모모의 삶이 뒷걸음쳤던 것이다.
- 미하엘 엔데의 《모모》 제 10장 ‘맹렬한 추격과 느긋한 도주, 비룡소 출판사 -
“삶 너머의 삶을 꿈꾸는 예술로”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첫 번째 강의에 나온 책 이야기다.
뒷걸음질, 숨, 삶 계속 이 말들이 내 머릿속에 맴돈다. 이유가 뭘까?
조미료엄마의 영화 스토리텔링 마크 펠링톤 감독의 영화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
은퇴한 광고 에이전시 대표 ‘해리엇’(셜리 맥클레인)은 자신의 마지막 말을 의뢰하기 위해 신문사를 찾아가 사망기사 전문기자인 ‘앤’(아만다 사이프리드)을 고용한다.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사망기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4가지 요소가 있다. 즉 가족, 동료, 우연히 영향을 끼쳤던 누군가, 자신만의 와일드 카드(자신의 정체성을 알릴 수 있는 임펙트 있는 문구)가 담긴 이야기다.
그렇다면 그녀의 인생 평가는? 까칠한 성격 탓에 주변 사람들은 그녀(해리엇)에 대해 모두 입을 닫는다. 칭찬할 말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기사를 써야하는 앤이나 의뢰인 해리엇 둘 다 대략난감인 상황이다. ‘아무 것도 없으면 당장 만들면 돼!’ 불굴의 그녀(해리엇)는 영향을 끼칠 누군가를 찾기 위해 바로 행동에 나선다. 그렇게 찾은 문제소녀 ‘브렌다’와 함께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 간다. 해리엇, 앤, 브렌다의 마지막 인생 바꾸기 프로젝트!
인생 되돌려 감기-> 어두컴컴한 현실 -> 빛나는 오늘 만들기-> 멋진 와일드 카드 찾기!
여기까지는 영화〈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이야기다.
그렇다면 내 인생 은아(오드리) 스토리와 비교해보면 어떨까?
오드리 인생 남아 있는 나날, 48시간
인생의 정리 ‘남아 있는 나날이 48시간…’ 나는 유언장에 무엇을 적을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순간 내 ‘이틀 살이’ 삶 앞에 숙연해졌다.
문득 갑자기 돌아가신 엄마 생각에 아쉬움과 함께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엄마가 돌아가신 나이가 51세, 너무 짧은 생이라 안타까워했는데… 지금 내 나이 49세(이 글을 쓴 시점의 나이를 기준)에 죽음을 맞게 되다니… 엄마와 나의 인생이 탯줄처럼 강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다시금 온몸으로 느꼈다. 인생의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는 것인지, 남겨질 가족이 걱정되어 눈물이 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 둘 다겠지…
인생 정산서
다시 내 삶의 마지막… ‘인생 정산서’를 적어 보았다.
인생 뉴스 1. 나는 1969년 12월생으로 내 고향은 북쪽 끝자락 강원도 고성이다. ‘서울에서 고성까지 2시간! 2시간 만에 만나는 소확행’ 간성이라는 조그만 읍에서 태어나서 중학교까지 그곳에서 자랐다. 부모님 품에서 어린 시절을 부족함 없이 행복하게 지냈다. 부모님은 내게 뿌리였고 나는 ‘은아 나무’였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흩날리지 않고….
인생 뉴스 8. 1999년 7월 시아버님께서 위암으로 73세에 돌아가셨다.
그 당시 나는 회사에 맡은 바 책임이 컸고 3살 아들도 돌봐야 하는 진퇴양난의 시기였다. 가족관계, 건강, 일 사이에서 삶의 균형이 무너져 갔다. 정서적 유대가 우선순위였던 내게 가장 외롭고 고독한 시간이었다.
결혼 후 일에 있어서는 가장 성과가 좋았지만 가족관계는 최대 위기의 순간이었다. 일에 치우쳤던 만큼 건강을 해쳤다. 삶과 관계 사이에 밸런스 조절이 부족했다.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다. 내 자신조차 사랑할 여유가 없었다. 대신 일과 회사동료로부터 위로를 받았다. 위기를 겪으면서 워라밸(워크와 라이프의 밸런스)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인생 뉴스 10. 20**년 봄, 이제 내 생애 마지막 봄이다. 나는 겨울에 태어나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생을 마감하는 겨울아이다. 비록 추운 겨울에 태어났지만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봄에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따뜻한 봄날은 장례를 치르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다.
나의 묘비명(와일드 카드)
생의 마지막 순간에 문득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나는 스스로 빛나기보다 누군가를 더욱 빛나게 하는 일을 좋아했고 즐겼던 것 같다. 남편도 가끔 ‘내가 당신의 날개’임을 인정해 주었다. 아마도 신께서 누군가의 삶에 은(銀)빛이 되라는 소명을 주신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묘비명에 어떤 내용을 넣을까 생각했다. 49세, 삶의 압축문구!
‘봄날의 노랑나비 이은아, 그녀는 세상을 따뜻한 봄날의 축제처럼 즐겁고, 예쁘고, 행복하게 살다가 세상의 은(銀)빛이 되어 여기 편안하게 잠들다.’
나는 지금 건강하게 살아 있다. 미래 유언장을 통해 나의 전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다. 자아통찰, 일생뿐 아니라 내 마음을 꿰뚫어 보았다. 먼 과거를 뒤돌아보니 보이지 않던 미래의 길이 명확하게 보였다.
‘내가 죽기 전, 가장 후회할 일이 무엇인가?’
아, 명확하게 깨달았다. 이를 기회로 나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 자전적 스토리텔링 북 『조미료 엄마』를 완성하게 되었다.
- 나의 인생에세이, 『조미료 엄마』 오드리 인생 남아 있는 나날, 48시간, 부크크 출판사 -
디제잉 오드리의 추천 인생노래는 그룹 여행 스케치의 《별이 진다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별처럼 사라진다면…’
여름 밤, 이런 생각이 들 때 가장 듣고 싶은 나의 노래가 아닐까하네요.
잔잔한 기타의 선율, 저 멀리 들려오는 멍멍멍 개 짖는 소리, 개굴개굴 개구리 울음 소리…
‘♪어제는 별이 졌다네
나의 가슴이 무너졌네
별은 그저 별일뿐이야
모두들 내게 말하지만
오늘도 별이 진다네 (…)♪’
생각도 뒷걸음치고, 숨도 뒷걸음치고, 따분한 인생도 뒷걸음치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맴맴맴 매미 우는 소리가 들려오는 여름 한낮, 이 노래 한번 들어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