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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 Oct 04. 2020

19살에 300만 원 들고 캐나다로 왔다 #16

그리고 이민에 성공했다


#16 룸메이트 J



한인타운에 위치한 반지하방 월세로 지내고 있을 무렵, 바로 옆방에는 20대 후반의 룸메이트 형 J가 살고 있었다. J는 한국인이지만 캐나다에서 태어나고 자란 캐내디언이었다. 그의 한국말은 많이 미숙해서 영어로 대화해야만 했지만 한국문화와 한국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의지할 사람이 없었던 당시의 나는 그의 친절함이 고마웠고 오다가며 서로에 대해 알게 되고 점점 친해지기 시작했다. 마음도 잘 맞는 듯하였고, 캐나다 토론토 토박이로써 많은 도움을 주었고, 마음 편하게 영어로 대화할 수 있었기에 영어공부도 될 겸 J와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다. 스포츠 경기를 보러 근처 펍에 가서 술 한잔 하기도 했고, 아내와 셋이 백화점에 쇼핑을 가기도 했다.


J에게는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아내와 데이트할 장소들, 토론토의 명소, 맛집, 특색 등을 친절하게 잘 알려주었고 심지어 학교생활할 때 모르는 영어 단어나 표현이 있을 경우 주저 없이 J에게 편하게 물어봤다. J는 부족한 한국말로 곧 잘 알려주곤 했다.




그러나 J는 좋은 룸메이트는 아니었다. 우리가 지내는 하숙집은 대략 10~12명이 지내는 대형 하숙집이었고 당연히 주방이나 화장실은 모두가 공용으로 사용했다. 자연스럽게 주방을 이용하면 바로 정리를 하고 설거지를 하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었고 모두가 문제없이 따르는 듯했다. J는 달랐다. 주방에 설거지가 쌓여있노라면 열의 아홉은 J의 것이었고 방치해둔다면 며칠은 그 상태로 있었다. 덕분에 여름에는 초파리가 득실거렸다. 분리수거 안된 쓰레기, 아무 데나 배치된 주방기구들은 덤이었다. 


캐나다의 화장실은 건식 화장실이다. 화장실내에 샤워부스 혹은 욕조 외에는 하수구가 없고 환풍기도 없다. 따라서 화장실 바닥 물기 제거는 필수고 세면대, 거울 이곳저곳에서 물 떼가 지기 때문에 마른걸레로 물기를 항상 닦아줘야 한다. 처음엔 나도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니 어쩔 수 없이 따랐고 금방 적응됐다. J는 달랐다. J가 사용한 화장실은 항상 물바다였고 이곳저곳 뒤처리가 되지 않아서 하숙집 아저씨가 항상 불만이셨다. 이 외에도 배달음식 주문 후 잠수 타기, 소음, 사생활 침해 등 등 많은 문제가 있었고 그제야 나는 J가 좋은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왜 하숙집 룸메이트들이 그와 거리를 두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항상 나에게 친절하고 도움을 주는 형이었기에 그 정도 불편함 정도는 눈감아 줄 수 있었다. J가 나에게 사기 치다 걸리기 전까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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