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호반건설은 짤막한 인사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김상열 창업주가 서울미디어홀딩스 회장 겸 서울신문 회장을 맡기로 한다는 내용이었죠.
서울미디어홀딩스의 전신은 호반주택입니다. 호반주택은 분양대행업 등을 영위하던 호반건설 자회사였습니다. 그러다 올해 9월 사명을 바꿨습니다. 바뀐 이름에서 유추해볼 수 있듯, 이 회사는 미디어 관련 기업들을 총괄하는 역할을 할 예정입니다.
서울미디어홀딩스는 올 7월,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했던 서울신문 지분 28%를 인수하기로 확정했습니다. 호반건설이 2019년 포스코로부터 인수했던 서울신문 지분 20%를 합하면 그룹 전체가 보유한 지분율은 약 48%입니다. 서울신문 최대주주가 호반으로 변경된 것입니다.
서울미디어홀딩스는 최근 전자신문과 EBN 등 다른 언론사 두 곳도 인수를 마무리지었습니다. 두 언론은 주로 경제계를 출입하며 기사를 양산하는 곳들입니다.
건설사와 언론. 언뜻 둘 사이에는 공통점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언론업에서 돈을 많이 벌어보겠다는 전략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미디어는 사양 산업이라는 인식도 많죠.그렇다면 호반은 대체 왜 언론사의 포식자로 나선 것일까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서울신문은 대한매일신보라는 이름으로 1904년 태동했습니다. 국내 가장 유구한 역사를 가진 언론 중 하나입니다. 정재계에 뻗칠 수 있는 영향력이 상당하죠. 단적인 예로, 지난 10월 서울신문이 주최한 서울미래컨퍼런스에는 김부겸 국무총리를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 손경식 경총 회장 등 유력 인사들이 참석했습니다. 김상열 회장은 서울미디어홀딩스 최고경영자 자격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힘이 있는 사람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환담하며 친분을 쌓았죠. 그가 단순히 건설사 오너였다면 나오기 힘들었을 그림입니다.
호반은 2011년 광주 전남 지역 기반 방송사인 KBC를 인수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 때도 언론을 활용해 지역 내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게 업계 정설입니다.
호남 지역 작은 건설사에 불과했던 호반이 이제 전국구 영향력을 뻗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입니다. 서울신문 인수의 의미는 바로 거기에 있었죠. 김상열 회장이 미디어제국 건설을 꿈꾸는 배경이었을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좀더 구체적입니다. 서울신문은 서울 세종대로 한복판에 위치한 빌딩, 프레스센터의 실질적 소유주입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와 각각 절반씩 지분을 갖고 있는데요. 1985년 건립된 프레스센터는 최근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특히 호반건설은 이 빌딩을 광화문의 상징 건물로 만들겠다며 재건축 추진을 공식화했죠. 서울신문 인수 직후에 말입니다.
광화문 프레스센터 재건축 조감도
최근 서울 도심에서 거래되는 빌딩 거래 시장 추이를 보면 호반의 야심이 이해됩니다. 부동산 전문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은 이달 중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 빌딩을 무려 1조원에 사기로 계약했습니다.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여의도 IFC는 매각가가 최소 3조원으로 거론됩니다. 요즘 서울 프라임급 빌딩 매각가는 연면적 기준 평당 4000만원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프레스센터는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 가장 좋은 곳에 위치한 빌딩입니다. 그 상징성을 감안하면 재건축후 건물 가치는 수조원에 달한다는분석입니다.
호반이 서울신문 지분 28%를 사는데 들인 돈은 약 380억원에 불과했습니다. 앞서 포스코로부터 인수했던 20% 가량의 지분 대금을 합해도 너무나 싼 가격에 서울신문 경영권을 획득한 것입니다.
호반은 단 돈(?) 수 백억원을 들여 영향력 높은 언론을 품에 안았죠. 여기에 가치가 조 단위에 이르는 빌딩까지 손에 넣었습니다. 이제 시공능력 국내 10위권 진입에 다다른 중견 건설사로서는 엄청난 M&A에 성공했다는 평가가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