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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먼지 Feb 28. 2022

왜 승진을 하면 꼰대가 될까?

우리 안의 알고리즘, 휴리스틱

힘겨운 월요일 아침, 이제 곧 갑갑한 김 부장 얼굴을 봐야 합니다. 오늘은 또 어떤 트집을 잡을까요? 

 

회사 안 공공의 적, 유독 까다로운 친척, 사회 속에서 종종 만나는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인 특징이 하나 있어요. 절대로 남의 말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죠. 천상천하 유아독존. 세상은 그들을 꼰대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묘한 것은. 그런 사람은 그 어디에 가도 있다는 점이에요. 회사, 학교, 공공장소-. 분명히 그 사람들도 수많은 미디어에서 보고 듣는 게 있을 건데 말이죠.

 

또 원래 안 그러던 내 사수, 승진을 하더니 꼰대가 되기도 합니다. 그들은 왜 자신이 꼰대인걸 모를까요?     


어라, 이번 주 인턴사원에게 무심코 내뱉은 멘트가 생각납니다. 혹시, 내가 그런 사람인 건 아닐까요?


그런데 사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독불장군들도 그저 ‘이상한’ 사람들 이기만 한 건 아닙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모두 어느 정도는 고집불통이에요.

  

인간의 마음, 생각의 작동방식에는 이러한 ‘꼰대적 사고방식’을 유도하는 프로세스가 있기 때문이죠. 바로, 인간의 뇌 속에 기재된 알고리즘 시스템, 휴리스틱입니다.





사실 인간의 뇌는 포식자를 피해 도망치고 열매를 채집하던 원시인류의 뇌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우리 조상님들은 매우 제한된 시간 안에 생명이 걸린 중요한 결정을 수도 없이 내려야 했죠.   

   

당장 눈앞에 어두운 수풀 속에서 정체불명의 소리가 들려오는데, 가만히 서서 숙고하고 있을 여유는 없었겠죠?     


따라서 인간의 뇌는 한정된 시간 안에 ‘그나마’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방향으로 발전했어요. 


과거에 검증됐던 경험적 정보를 바탕으로 결과를 어림짐작하여 판단하는 것이죠! 이를테면, 풀숲에서 뱀한테 물려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길고 꾸물거리는 것만 보면 기겁을 하고 도망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인지적 전략은 생존에는 유용할지 모르지만, 현대사회 속에서는 편향된 사고를 낳기 일쑤입니다. 충분한 정보를 취합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게 아닌, 큰 노력 없이 답을 상정해버리기 때문입니다.     

 

서류를 제대로 훑어보지도 않고 “내가 딱 보니까~ 이 기획서 엉망이네.”라고 하는 김 부장. 바로 휴리스틱이 작동한 거죠.




‘꼰대짓’의 핵심은 다른 사람의 의중, 감정,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고려의 부재입니다. 충분한 숙고가 없는 섣부른 판단이죠.


내가 해봤는데이 방식이 옳아!”라고 외치며, 환경과 상황의 변화는 전혀 인지하지 못합니다.


「앵커 효과」라는 말, 들어보신 적 있나요? 사람들은 흔히 어떤 판단을 내릴 때 초기 기준을 설정하고 이후에 그 기준을 조정하는 식으로 판단을 내리곤 합니다. 


심리학자인 트버스키와 카너먼(Tversky & Kahneman, 1974)은 실험을 위해 두 무리의 사람들을 모아놓고, 8부터 1까지의 숫자를 곱한 값을 물었어요. 평균적인 대답은 2250이었죠.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1부터 8까지 숫자들을 곱하면 얼마 정도 될 것 같냐고요. 놀랍게도 그 대답은 512, 첫 번째 집단의 답에 비해 현저하게 작은 숫자였습니다.


애초에 수식을 제시할 때 첫 번째 숫자로 큰 수가 나오면 그 답도 클 것이라고 어림짐작 한 거예요.      


처음에 인지된 하나의 이미지, 기억에 갇혀버려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지 않거나, 기껏 해봐야  이미 내려놓은 결론에 조금 수정을 하는 게 전부인 것입니다.


고정관념에 붙잡혀 다른 생각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 이 행동, 대표적인 휴리스틱의 작용입니다.                    



그런데, 휴리스틱의 진짜 위험한 점은, 이러한 꼰대화 작용은 시간이 갈수록 강화된다는 점입니다.


만약 휴리스틱의 작동이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 때문에 어떤 성공 경험, 승리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 ‘꼰대’가 될 확률이 높아요.  


회사생활 속에서라면 실적이 쌓이면 쌓일수록, 승진을 하면 할수록, 우리 마음속 알고리즘은 굳어지는 거지요. 이렇게 하니까 다 되는구나하면서 말이에요. 입버릇처럼 “나 때는~”을 반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매 선택의 순간마다 상황과 환경은 변하는 법입니다. 한번 성공했던 방식이 매번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고, 모든 것이 시시각각 변하는 현대사회는 더욱 그렇죠. 


경험과 관록도 좋지만, 결정을 내리기 전, 시간을 가지고 정보들을 취합하고 숙고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내 판단이 비합리적인 프로세스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자각, 그것이 멋지고 일 잘하는 선배의 자세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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