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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환희 Dec 15. 2021

처음으로 특란을 사보았다.

새내기 주부의 고군분투 재테크 일대기


계란 한 판 5500원, 두 판 10000원, 특란 7000원


물건이 저렴한 편이면서 비교적 위생적이어서 자주 가는 시장 안의 과채 가게에 써져 있는 간판을 한참 동안 노려보았다.

“계란, 특란 한 판 살게요.”


시내에 들렸다가 시장을 간 참이었다. 껍질이 그대로 있는 생마늘을 사서 드라마를 보면서 마늘을 일일이 까서 믹서기로 다진 다음 마늘 큐브를 만들어 냉동실에 보관할 목적이었다. 초보주부로서 배운 게 있다면 ‘양파, 대파, 마늘은 사용하기 좋은 상태로 다듬어서 보관하자.’

돈은 없고 시간은 많은 백수로서 다진 마늘이나 깐 마늘보다는 생마늘이 저렴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시장을 갔는데, 가는 곳마다 깐 마늘만 판매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생마늘은 없냐고 하니 생마늘은 여름에 나오고 이미 말라버려서 귀하다며 편한 깐 마늘 사가라며 친절하게 안내해주었다.

국내산 깐 마늘 1kg 1만 원, 2kg 2만 원….. 얼른 마켓 컬리 앱을 켜서 깐 마늘이 얼마인지 확인했다. 500g 6890원이지만 지금 적립금이 있어서 최종적으로는  50% 가격에   있다.

깐 마늘은 마켓 컬리에서 사기로 결정. 문득 마켓 컬리 장바구니에 담아뒀던 무항생제 계란 사진을 쳐다봤다. 20구에 7000원. 시장에서는 5500원이면 30구 한판을 사는데. 마늘 대신 오늘은 계란을 사기로 한다. 문득 내가 엄청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계란 한 판을 들어 올리려다가 문득 옆에 있는 1.5배는 큰 계란, 특란을 바라보았다.

시장을 나서는 내 손길에는 어느새 특란이 들려있었고, 잊어버리기 전에 가계부 앱을 켜서 7000원이 아닌 6300원 -지역화폐 인센티브 10%가 적용된 금액-을 적고 나서 집에 오는 길에 계속 생각했다.


왜 특란을 샀지? 마늘 하나만 사도 이리저리 비교하다가 최저가로 구매하는 내가 한 판에 5500 원하는 계란 대신 크기가 큰 특란을 고른 건 어떤 생각이었을까.


결혼 3개월 만에 숨만 쉬어도 둘이서 이백만 원을 쓴다는 현실을 깨닫고 난 후, 안 그래도 ‘짠 테크’하는 야무진 독신이었던 나는 허리띠 졸라맬 준비가 된 새내기 주부가 되었다.

현재 실업급여를 받고 있긴 하지만, 결혼과 이런저런 일에 올해 쓴 비용이 내 전재산의 60%였다.

지금 남은 건 전재산의 40%, 다행히 남편이 작은 주공아파트를 자기 명의로 갖고 있긴 하지만,

한 달에 22만 원씩 나가는 주택담보대출이자를 월세로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집이 있으니까 좀 어때, 편하게 신혼을 즐기자 하기엔 나는 욕심이 있었고, 5층짜리 주공아파트의 최고층은 장보고 들어오기엔 너무 높았으며, 답답했다.


짠 테크로 이런저런 물건들을 사는 비용들을 최대한으로 아껴보고, 블로그 체험단으로 외식비를 몇 번 방어해도, 가끔씩 맥주를 사거나, 치킨을 사먹거나하는 것까지 어떻게 통제를 할 수 있겠는가. 나 역시도 삼십 년 평생 엄마 밥만 먹다가 이제 막 주부가 된 터라 주말까지 요리를 하고 싶진 않았다. 가끔 켜는 배달앱, 대형마트 한 번 가면 기본으로 쓰게 되는 금액, 와인 세일을 지나치지 못하는 남편, 보험비, 공과금, 관리비, 나에겐 아직 적응이 안 된 독립생활 + 부부 공동 생활비의 영역들이 나를 걱정스럽게 만들었다.


시장 안에는 비닐조차 씌우지 않은 야채들을 현금가에 파는 가게들이 많다. 그 가게들에 비하면 내가 가는 가게는 깔끔한 비닐을 씌워 판매하고 카드결제도 받아준다. 즉 현금가에 파는 그 가게들보다 약간 비싸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근처에 사시는 시어머니는 이 동네에서 제일 저렴한 현금가 가게들을 소개해주셨지만 아무리 짠 테크를 하는 나로서도 몇 가지 포기할 수 없는 게 있다. 청결, 카드결제 등등….


소비도 마찬가지다. 늘 저렴한 것만 찾는 것은 아니다.   우유를 마시면 배가 아픈데 워낙 라테를 좋아해서 락토프리 우유를 사서 마신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인 쿠키, 스콘, 밀크티 등은 가끔씩 사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그리고 가끔은… 무항생제 계란이 사고 싶다.

내 몸과 남편의 몸에 들어가는 건데, 좋은 계란 사 먹고 싶다.


오늘 마늘을 비교하다가 말고 결국 계란, 그것도 특란을 사들고 오면서 든 이런저런 긴 생각들에 비죽 웃음이 나온다.


언제쯤 돈 걱정을 안 하고 살게 될까.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엄마한테 특란을 샀다고 말하니 아주 잘했다고 했다. 기왕이면 짧은 인생 좋은 거 먹고살라고 해주셨다.

통장에 1천만 원은커녕 1백만 원도 없는 우리 큰 이모는 계란은 1등급 유정란으로 배달시켜 드신다.

한 판에 얼마짜리가 아닌 ‘한 개’에 700원이 넘는다.

내 짠 테크의 정보의 원천이 되는 재테크 블로거는 순자산이 20억 원이 넘는데 이마트에서 제일 저렴한 5800원짜리 계란을 사 먹는다. 원래 나는 이모의 인생을 걱정하고 재테크 블로거를 부러워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이모가 부러워졌다.

나도 유정란을 사 먹고 싶다. 100만 원이 훨씬 넘는 프리미엄 건강식품을 할부로 질러 매일매일 먹고사는 이모처럼 건강해지고 싶다.  이모는 어느 날 죽으면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 비싼 것만 먹고 건강하게 살다가 돌아가셨으니 삶에 미련이 없겠지.

나는 통장잔고가 늘 채워져 있어야 스트레스를 안 받는 성격이니 죽어 잠드는 순간에도 이번 달 보험비를 제대로 납부했으니 종신 보험비가 나오겠군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비싼 계란을 사고 싶은 날이었다.



#오늘의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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