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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환희 Jun 18. 2020

엄마, 죽기 전에 한 군데를 여행할 수 있다면 어디갈래

중국을 다녀왔다. 벼르고 벼르던 부모님의 첫 해외여행이었다. 만족스러운 여행이었지만, 아빠를 빼고 여자들끼리의 여행이 꼭 해보고 싶었다.
아빠는 그냥 아빠지만(?)  엄마는 나의 첫째가는 친구이기도 하기 때문에.

중국으로의 첫 해외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귀국한 지 한 달쯤 되었을 때 엄마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죽기 전에 한 군데만 여행할 수 있다면 어디 가고 싶어요? 미국? 프랑스? 스페인? 이런 단어를 들을 줄 알았는데, 의의로 엄마의 입술에서 나온 나라는
‘오스트리아’.
엥? 모차르트의 나라? 왜? ‘음악의 도시에 가고 싶어서’
아 맞다. 시립어린이 합창단 출신에, 바이올린의 선율을 사랑하는 여자였지.
남편을 도와 자영업의 수많은 업무일에 치이고 주부로서 집안일에, 손 많이 가는 외동딸을 둔,  해야 할 일들이 하고 싶은 일들을 집어삼킨 지 오래인 60살의 희옥이 가고 싶은 곳은 스무 살 시절에 그토록 좋아했던 클래식 음악이 있는 곳.

그럼 엄마를 위해 오스트리아를 가야지. 음악의 도시에서 클래식 공연을 듣고, 근방의 카페테리아에 앉아 엄마가 좋아하는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추가해야지.
오스트리아 바로 옆, 독일도 가서 소시지에 흑맥주를 마셔야지. 엄마의 무릎이 힘들지 않게 동선도 잘 짜리라.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아름다운 여행 계획에 마음이 부푼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니까 최대한 젊은 날에 여행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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