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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승 Apr 16. 2023

스타트업... 이런 느낌이었나?

스타트업 마케터 일기 2

사월 초, 둑흔둑흔대는 가슴을 안고 첫 출근했다.

대행사 인턴할때는 첫 회사라는 생각에 밤에 한숨도 못자고 긴장한 채로 출근했는데

여긴 그래도 인턴이라는 면역주사를 맞은 덕분인지, 혹은 규모가 비교적 아담해졌기 때문인지

잠도 푹 자고, 긴장도 크게 되지는 않았다. 


첫날은 솔직히 뭐 없었다.

사실 뭐 어느 곳을 가던 첫날은 그저 소개만 하고 컴퓨터 세팅하는 일이 국룰 아니던가

그런데 내가 간 첫 날 내 사수이자 마케팅 팀장께서 예비군 훈련.. 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대표님과 인사담당자님에게 나름의 회사 설명과 온보딩을 듣긴 했지만 그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그렇게 퇴근했다. 


그 다음날 팀장님을 만나 본격적으로 온보딩을 받을 수 있었다. 

뭐 이것저것 설명도 듣고 배우며 점심시간이 되었는데

여긴 정말 다들 알아서 먹더라. 신입을 챙기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따... 심지어 가르쳐주던 팀장님도 자긴 집에서 먹고 온다고 슝 사라졌다.





정말 이게 뭐지 싶었고 정말 당황스러웠으며, 

이곳은 신입에 대한 배려란 없는 곳인가란 생각에 아찔해졌다...만 

사실 지금은 이 분위기 너무 편하다. 혼밥 최고 


대행사에서는 가능하면 함께 먹자 분위기가 강해서 챙김받기도 했지만 불편한 점도 많았는데

이건 정말 좋은 것 같다. 특히 나같은 내향인에게는 아주 괜찮다.


다만, 누군가에겐 최악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느껴진다.


모든 기업은 길게 일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길게 일하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선 회사에 대한 로얄티를 심어야 할 텐데, 첫 인상에서 이정도로 신입을 방치시켜버린다? 음 글쎄, 로얄티가 생기긴 쉽지 않을 것 같다.  




여하튼, 열심히 인수인계를 받으며 약 2주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 기간 동안 나는


1. 제품 제휴 업장들 출장 설치 및 설명 

2. FB/IG광고 효율 체크 및 소재 제작

3. NAVER GFA/SA 광고 효율 체크 및 소재 기획 제작 및 대행사 전달

4. 코엑스 수출박람회 참석, 해외 바이어 영업

5. B2B 제휴 상세페이지 기획안 작성


1. 오프라인 신사업 마케팅 아이데이션(예정)

2. KPI 분석 리포트 작성 인수인계(예정)

3. GA 교육(예정)


내가 일하는 스타트업은 현재 2개의 시장에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고

조만간 2개의 브랜드를 더 런칭할 계획이다.


솔직히 이전 대행사에서는 삐까뻔쩍한 브랜드들의 업무를 서포트했다.

모바일게임, 갤럭시스토어, 검은사막 등등...

그러다보니 디자인 퀄리티도 좋았고, 소재나 기획안 역시 트렌디하고 논리적이어야 했다.


하지만 이곳에선 트렌디, 깔끔보다는 단순하게 5060세대에게 빠르게 먹히고 후킹할만한 요소가 큼직하게 눈에 띄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솔직히 좀 현타 왔다)

그걸 열심히 광고용 소재로 만들고 있으니 음...


뭐 약간 이런 느낌..? 눈에 확 띄는 게 제일 중요함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전환'이었다. 물론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당장의 전환을 빠르게 일으키는 것에 모든 광고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브랜딩이나, 이 외 기획보다는 빠르고 효율적으로 타겟을 유입시켜 전환을 일으키는 것, 그것이 내가 이뤄내야 하는 숙제가 된 셈이다.


가장 신기했던 업무는 외근을 나가 제품 설치를 돕고 설명하는 것이었는데, 사실 '이것도 내가(퍼포마가) 해야 하는 일이 맞나?' 라는 근본적 의문을 갖게 만들기도 했다.


물론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구나, 라는 나름의 납득과 함께 햇빛 쐬며 사무실에서 나가는게 즐겁긴 했지만 뭐 어쨌든. 


그 외에는 뭐, 코엑스 외근은 나름 재밋었지만, 입사 일주일차 신입을 무슨 생각으로 보낸거지란 생각이 내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솔직히 초반엔 진심 아무도 부스에 안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


그래도 점심시간엔 나름 전 직장이 코엑스 바로 옆이다보니 기분도 몽글몽글해지고, 좀 그랬다. 만약 계속 다녔으면 어땠을까란 생각도 함 해 보고. 왠지 미련남은 전남친같네

여기 어딘가에 나도 있었지롱

광고 효율 분석하는 것은 사실 모든 업무 중에서 가장 재밌었다. 물론 아직 햇병아리라 내 의견이 의미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걍 뭐라도 뱉어보고는 있는 중이다. 


상세페이지 기획은 사실 해본 적이 많지 않아 좀 어려웠는데 그래도 나름 양식도 있고 설명도 듣고 하며 꾸역꾸역 해내는 중이다. 월요일에 피드백 한번 들을 예정이다.


사실 이제 가장 중요한 것들이, 이어질 '신사업 아이데이션'이 될 듯하다.

광고효율체크야 뭐 반응과 수치들을 보고 객관적 데이터로 판단하면 되지만

신사업 아이데이션은 내 기획과 논리력을 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 같다. 

신사업 중요하다고 계속 듣고 있기도 하고, 저게 잘 되면 나도 나름 이력서에 몇 줄 쓸 수 있기도 하고 좋을 것 같다. 



금욜에 운영중인 제품 관련해서 마케팅 회의한번 했었는데 내 의견 물어보길래 뭐라뭐라 씨부렸는데 생각해보니 걍 헛소리였어서 지금까지도 좀 괴롭다.. 

다음주에는 저번주보단 그래도 조금 더 성장한 내가 되어있길 바래본다.


이주차 후기도 뭐 딱히 새로울 건 없는 것 같다. 이주동안 뭐 해봤자 얼마나 했겠어.

그래도 나름 조금씩 적응해 나가고 있다. 

빨리 맥북 사서 SQL 공부해야지


그럼 다들 월요일 좋아 한번씩 외치고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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