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는 우리 일상과 아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집니다. 글자만으로 구성된 책은 물론 PC나 모바일로 만나보는 온라인 콘텐츠, 브랜드 로고, 무심코 지나는 허름한 식당 간판에서도 우리는 각양각색의 폰트를 접하게 됩니다. 아무리 재미있는 내용이라도 가독성이 없는 폰트라면 잘 읽혀지지 않고 기억에 남지 않아 흐름이 끊기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폰트를 크게 신경 쓸 수밖에 없는데요. 마음에 드는 폰트를 발견했다 하여도 폰트에도 ‘저작권’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폰트 종류, 저작권 등에 고민이 있다면 ‘공공누리’에서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공공누리에서 안심글꼴 찾아보기
- https://www.kogl.or.kr/recommend/recommendDivList.do?division=font
요즘에는 지자체에서 만든 무료 폰트들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서울시 성동구청의 성동체, 부산의 부산체, 광주의 빛고을광주체, 울산중구의 전용서체, 경기도청의 경기천년체, 고양의 고양체, 아산의 이순신체, 김제시의 김제시체, 제주의 제주한라산체, 영양군의 음식디미방체, 칠곡의 칠곡할매체 등이 있습니다. 이처럼 특색 있는 폰트는 지역 또는 인물 등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공공누리 사이트에서는 지자체와 각 기관에서 만든 저작권 안심글꼴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통합 제공하고 있으니 해당 폰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스토리가 담긴 다양한 공공저작물 폰트(안심글꼴) 중 대표적인 4가지 폰트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공공누리에서 ‘고양체’ 찾아보기 -고양체| 키워드저작물 | 추천공공저작물 | 공공누리 (kogl.or.kr)
대표적으로 고양시가 출시한 ‘고양체’가 있습니다. ‘고양체’는 고양시 SNS 콘텐츠 개발을 위해 제작되었는데요. 손으로 꾹꾹 눌러쓴 손글씨 모양의 서체로 가독성이 좋고 안정감이 있으며 고양시 SNS의 친근한 이미지를 글꼴에 그대로 담았습니다. 특히 ‘고양체’의 가장 큰 특징은 고양시의 귀여운 마스코트 고양고양이 캐릭터 일러스트를 딩벳(Dingbat) 폰트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딩벳폰트: 알파벳 또는 한글이 아닌 기호, 심볼, 아이콘 등 글꼴과 함께 사용하기 위해 고안된 간단한 이미지 폰트)
한편, 고양시는 ‘2020년 공공저작물 이용 활성화 시상식’에서 기초자치단체 우수기관 분야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참고 어문 / 공공누리에서 ‘고양체’ 자세히 알아보기
이처럼 각 기관들은 폰트를 단순히 개발하여 공급하는 것을 넘어서 스토리를 담기 시작했습니다. 폰트를 통해 지역이나 특정 인물 등을 자연스럽게 연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데요. 이러한 브랜딩 및 홍보 전략은 매우 효과적으로, 개발하는 비용 그 이상의 효율을 낼 수 있다고 합니다.
한반도 곳곳에 이순신 장군의 역사와 이야기가 묻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성을 갖는 지역은 ‘아산’입니다.
공공누리에서 ‘현충사’ 이미지 찾아보기
- 사적제155호_아산이충무공유허| 키워드저작물 | 추천공공저작물 | 공공누리 (kogl.or.kr)
아산은 이순신이 성장한 곳이자 이순신의 사당, ‘현충사’가 위치한 곳인데요. 아산은 이러한 이순신 장군의 업적과 그의 이야기를 폰트에 녹여 ‘이순신체’를 개발하였습니다.
공공누리에서 ‘이순신체’ 찾아보기 - 이순신체| 키워드저작물 | 추천공공저작물 | 공공누리 (kogl.or.kr)
필자는 언젠가 칠곡할머니들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쓴 적이 있습니다.
경상북도 칠곡군에는 ‘성인문해교육’으로 백발 성성한 나이에 한글을 깨친 어르신들이 있습니다. 한글을 배운 후 평생을 마음에 담아둔 이야기를 글로 적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었는데요. 이 이야기는 ‘칠곡가시나들’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칠곡 벽화거리에 가보면 할머니들의 글이 남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공공누리에서 ‘칠곡할매체’ 찾아보기
- 칠곡할매서체 이원순 할머니체| 키워드저작물 | 추천공공저작물 | 공공누리 (kogl.or.kr)
칠곡군은 이러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지역의 이야기로 삼아 ‘칠곡할매서체’를 개발하였습니다. 칠곡군은 “할머니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글꼴을 폰트로 만날 수 있으며 4개월 간 한 명당 2천장의 종이에 연습한 끝에 각각의 폰트가 완성되었다”고 말합니다.
참고 어문 / 공공누리에서 ‘칠곡할매체’ 자세히 알아보기
- https://www.chilgok.go.kr/portal/contents.do?mId=0404070100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은 한자어 그대로 ‘마실 것과 먹을 것의 맛을 아는 방법’을 수록한 고서적입니다. 이 중 ‘디’는 알 지(知)의 옛말이며 지금으로부터 약 340년 전에 쓰여진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조리서입니다. 이 조리서엔 무려 146가지의 음식 조리법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공공누리에서 ‘음식디미방체’ 찾아보기
- 영양군 음식디미방체| 키워드저작물 | 추천공공저작물 | 공공누리 (kogl.or.kr)
이 위대한 조리서는 지금으로부터 400여년 전 경상북도 영양지방에 살았던 사대부인 장계향 선생(1598~1680)이 자손들을 위해 일흔이 넘어 지은 조리서로 현재는 영양군 대표 문화유산이자 얼굴이 되었습니다. 이에 영양군은 음식디미방 서체를 개발하여 영양군과 음식디미방을 알리기에 나섰는데요. 이 서체는 풍부한 문화 유적과 자연경관을 보전하고 있는 영양군의 이미지와 음식디미방의 저자인 장계향 선생의 붓글씨를 결합하였다고 합니다.
참고 어문 / 공공누리에서 ‘음식디미방 서체’ 자세히 알아보기
- https://www.yyg.go.kr/www/introduce/yyg_symbol/font
폰트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당장 밖으로 나가 유명한 브랜드의 로고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이 세상에 서체가 단 한 가지라면 활자가 사용되는 모든 분야에서 개성을 찾을 수 없게 될 것이고 물질적인 것이든, 비물질적인 것이든 구분하기가 더 어려울 것입니다. 모든 활자가 동일한 서체로 깔끔하게 적혀 있는 상품들이 매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마트를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미학적으로는 깔끔해 보일 수 있지만 서체가 주는 복합적인 시각적 단서가 없어 쇼핑 시간은 오래 걸릴 것입니다. 폰트는 스토리를 담고 있으며 스토리는 이 세상을 이루는 어떠한 요소들을 연결 짓게 하여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인문학적 사색으로까지 이끌 수 있습니다.
이제 폰트는 단순히 차별화와 구분의 기능을 넘어 어떠한 집단의 이야기를 전하는 매개로서 발전되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