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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moon Mar 06. 2024

어떻게 살고 싶어요?

리모컨을 멀리 하자

 지금껏 살아오면서 진심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나에게 계속 질문을 한다. 그에 대한 답은 매번 다르다. 아주 오래전에는 막연한 꿈을 꾸고 현실성 없는 답을 내놓기도 했지만, '다들 그렇게 산다'는 말에 수긍하고 평범한 과정을 거쳐 왔다. 말 잘 듣고 착한 사람이라는 말로 길들여져 살던 내가 변화를 원하고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고 할 때마다 냉혹한 현실은 내 편이 되어 주질 않았다. 그로 인해 시간과 돈, 그리고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 지금 와서 내린 결론은 내 조급함과 욕심 때문이었다. 부와 명예를 좇는 삶을 원하는 건 아니다. 가족과 함께 일상을 누리는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다. 물론 이민을 와서 아직까지도 적응하지 못한 것들이 많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내려놓고 살게 됐다.


 난 어떤 일을 할 때 행복을 느낄까? 직장을 가지고,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내와 내가 좋아하던 일들은 우선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만, 그렇게 좋아하던 영화, , 야구, 음악, 공연 등 각종 문화생활에 대한 열정이 점점 시들시들해지더니 급기야는 '언제 그랬었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반복되는 같은 일상에 심신은 지쳐가고 뭔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정신은 꿈도 못 꾼다. 일상을 유지하기에도 에너지가 모자람을 느낀다. 그럼 그냥 이대로 살 것인가? 아니다.


 좋아하는 아니 좋아했던 걸 다시 해 보기로 했다. 영화도 자주 보고 다양한 음악도 들으면서 갖는 느낌과 생각하는 시간이 주는 쉼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옮기는 작업을 통해서 강제로라도 그걸 습관화하고 꺼져가는 열정의 불꽃을 되살리고자 한다. 영화, 음악, 책 뿐만 아니라 이민자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도 기록하려 한다. 물론 난 어떤 분야에서도 전문가가 아니다. 그냥 일반 관객으로서의 감상과 그와 관련된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 또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민자로서 겪은 일들도 쓰겠지만 어떤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진 않겠다. 이민 생활에 대한 궁금함이 있는 분들이 많지만 원하는 정보를 얻는 경로는 무수히 많으니 나까지 거기에 끼어들고 싶진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경험은 개인적인 것일 뿐 그걸 일반화해서 정보를 전달한다는 것이 부적절해 보인다. 이민자의 경험과 상황이 모두 천차만별이고, 같은 상황에 대해서도 각자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위해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가 있다. 참을성을 기르는 것이다. 오랜 기간 누적된 고질병은 조급증이다. 기술의 발전이 삶을 풍요롭게 하고 편리하게 해 주었다고 하지만 그에 비례해 사람들을 게으르고 참을성 없게 만들고 있다. SNS나 YouTube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드라마나 영화를 짧게 요약해서 보여주는 콘텐츠들을 보니 정작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게 시간 낭비처럼 느껴진다. 보는 동안 내가 생각하고 공감할 시간이 필요한데 그냥 줄거리나 눈요깃거리에만 치중을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내가 얻는 건 뭘까? 시간 절약? 이건 뭔가를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없다. 그저 영상을 올린 사람들의 말들만 남을 뿐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로 신곡을 들으면서 도입 부분이 뭔가 끌리지 않으면 바로 다음으로 넘겨버린다. 너무 쉽게 수많은 콘텐츠를 접할 수 있기 때문 아닐까? 며칠 전 집에서 오랜만에 3시간이 넘는 영화 한 편을 봤다. 한 달 넘게 볼까 말까를 고민했었는데, 막상 재생 버튼을 누르고 보면서도 초반 30분 정도까지 고비를 느꼈다. 정지 버튼을 누르고 싶은 마음을 겨우 참고 보다 보니 어느덧 영화에 빠져 있었다. 다 보고 나니 보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얻은 깨달음 하나는 '리모컨을 멀리하자'.


 또 한 가지 중요한 목표는 다른 누구를 위한 글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기억하고 남기고 싶은 기록이자 일기 같은. 가까운 곳을 산책하는 마음처럼 가볍게 읽히길 바란다. 따라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화면 너머에서 글을 읽을 누군가에게 시간 낭비가 아닌, 잠시나마 각자의 방식대로 생각하고 느끼는 순간이 되길 바랄 뿐이다.


곧 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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