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산책을 나갔다. 같은 코스였지만 오늘은 건너편에서 길을 걸었다. 건너편에서 걷는 것뿐인데도 풍경이 달리 보였다. 매일 지나치던 길인데, 그제야 처음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었다.
익숙하던 곳에서 몇몇의 상점이 새로 눈에 띌 때쯤, 마음속에서 의심의 목소리가 커졌다. 나는 매번 보던 것만 또 보고, 무심코 지나치는 게 아닐까. 낮에도, 밤에도, 회사 근처를 걸을 때도 늘 그런 경험을 했다. 걷다 보면 놓치게 되는 풍경이 생기듯, 삶도 그렇게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걷는 것과 생각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다. 머릿속은 익숙한 일만 고집하고, 그 주변의 것들은 무심히 흘려보낸다. 어쩌면 그것이 인간의 한계일지 모른다. 하지만 완벽히 볼 순 없어도, 시야를 넓혀보려는 시도는 할 수 있다.
근래 나는 모든 사람이 ‘우물 안 개구리’인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누구나 자신만의 늪에서 사고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하고, 연대가 필요하다. 그것이 서로를 성장하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
오늘 건너편에서 길을 걸으며 깨달았다. 낯선 경험이야말로 시야를 넓히는 시작이라는 것을. 안정적인 삶도 좋지만, 낯선 것을 마주할 때 우리는 또 다른 시도를 할 수 있다. 같은 길이라도, 반대로 걸으면 세상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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