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 필사
필사 3일째. 인상 깊은 구절이 있어서 기록을 남긴다. 이 부분을 읽으니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섬뜩함을 느꼈다!
양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오직 물과 먹이뿐이었다. 매일매일이 다른 날들과 다름없는 것도, 해가 뜨고 지는 사이 긴 시간들이 그저 그렇게 지나가버리는 것도, 짧은 생애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읽어보지 못하는 것도, 마을 소식을 전해주는 인간의 언어를 못 알아듣는 것도 양들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착하게도 양들은 그 대가로 양털을 제공하고, 때로는 자신들의 고기까지 내주었다.
양 대신 나를 빗대어 말해도 의미가 상통한다.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따뜻한 집과 먹고살만한 약간의 돈, 그리고 배를 채울 수 있는 양의 음식뿐이다. 매일매일이 다른 날들과 다름없는 것도, 긴 시간들이 그저 그렇게 지나가는 것도,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도, 세상의 변화에 뒤처지는 것도 양들이 아닌 내가 될 수 있다. 나는 누군가의 들러리로 살아가다가 보기 좋게 팽을 당할 수도 있고 그들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
양들은 산티아고가 주는 물과 먹이를 먹으며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행복감까지 느낄지도 모르겠다. 본능에 따라 사는 법을 잊어버렸기에 스스로 살아갈 방법을 알지 못한다. 수많은 강의를 들으면서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본능을 잃어버린 양들과 다를 바가 없다.
현재의 안정감은 나를 안전하게 할까, 위태롭게 할까?
강의를 들으며 주어진 과제를 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고 해서 삶은 바빠졌지만 나아진 건 두드러지지 않는다. 소비자의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들이 차려놓은 식사 대신 내가 대접할 식사에 초대할 준비가 필요하다. 요알못은 여기서도 빛이 난다. 무슨 메뉴를 준비해야 맛있게 드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