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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joy Jan 31. 2023

[전시] 멈춘 순간들의 연결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 장소 : 그라운드시소 서촌

- 인테리어 : 기획력이 돋보였던 전시. 일반적인 사진전처럼 사진만 나열된 형태가 아니었다. 공간별로 컨셉에 맞는 분위기와 음악, 배치 구조가 달랐다. 창문을 여는 듯한 구성도 있었고, 물에 잠긴 사진을 리얼하게 표현하듯 수족관 안에 사진을 배치하기도 했으며, 모래사장에서 찍은 사진은 바닥에 모래와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 방문 연령 : 20대 중반 - 40대

- 방문객 : 성비는 남 여 반반. 혼자 온 사람, 필름 dslr 카메라를 들고 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사진에는 감정이 담긴다. 전시 디렉터 리 슐만은 사진을 보고 우리의 마음이 움직이는 진짜 이유는 정교한 기술 때문이 아닌 ’촬영자와 피사체 간의 관계’라고 말했다.  


1940~1980년대 컬러 슬라이드 필름 사진들을 마주하니 이상한 감정이 몰려왔다. 지금의 행동양식, 우정을 나누거나 어떤 대상을 사랑하거나 행복했던 순간들은 비슷했으나 옷차림, 강렬한 도트나 스트라이프 패션 그리고 헤어스타일은 지금과 많은 이질감을 느끼게 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은 손에 잡히는 물성이 아닌 감정과 느낌처럼 보이지 않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전시였다.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전시에서 감탄했던 것은 사진을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일반적인 사진전은 액자 혹은 캔버스에 사진을 스캔해 보여준다. 어노니머스 전시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사진을 보여주었다.


직접 렌즈를 들고 작은 필름 사진을 세밀하게 관찰해 보기도 했다. 가족사진 속 사람들의 표정을 들여다보기도 했고, 배경이 되는 곳이 어디일까 추측해보기도 했다. 이 시간은 사진을 바라보는 시간을 느슨하게 하며 본격적인 전시를 앞두고 마음을 차분하게 했다.


창문처럼 열어서 사진을 들여다보는 구성은 내 머리에 있는 추억을 열어 들여다보게끔 했다. 나에게도 사진과 동일한 시간은 없었는지, 있었다면 그때 내 모습은 어땠는지 떠올렸던 시간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누구나 한 번쯤은 바닷가에서 깔깔깔 웃으며 휴양을 보냈던 기억이 있겠지. 유독 텔레비전에 사진이 담긴 장면이 많았던 이곳. 푸른 배경과 어울리는 수영사진, 모래 배경과 어울리는 모래찜질을 하는 사진이 조화로웠다. 잘 분류해서 어울리는 곳에 적절하게 배치할 때 즐기는 사람들은 두배로 기쁘다.


사진 속에 사진을 배치하는 건(왼쪽사진) 조금 독특한 구성이라 사진으로 담아왔다. 저런 아이디어를 그래픽상에선 쉽게 해 볼 법 하지만 실제로 구현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텐데, 심지어 전시 몰입도를 해치지 않았다. 나도 저런 구성을 실현해 보리라 다짐하며 사진으로 남겼다.

길을 달리다가 명당에서 잠시 멈춰 테이블을 펴고 찻잔에 차를 따르며 경치를 즐기는 여행이란 정말 멋지다. 나의 낭만으로 그치지 않고 저 장면 또한 언젠가 실현하길 꿈꾼다.


반려동물 컨셉에서 제일 좋았던 왼쪽사진.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었는데 저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내 몸을 베개 삼아 혹은 내 몸 한 구석을 파고들고 잠드는 강아지가 그렇게 사랑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10년 전이지만 그때 나의 기억을 주섬주섬 꺼내주었던 사진이 괜히 반가웠다.

사진도 그림처럼 한쪽 벽면을 꽉 채울 수 있구나! 벽면을 캔버스 삼아 전시된 사진이 참신한 레이아웃이었다.


눈이 와서 더 조화로웠던 야외 사진. 일부러 쌓인 눈을 치우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눈과 함께 있는 사진이 더 장꾸미를 더했다. 올려다보지 않으면 놓쳤을 삼총사. 피식 웃게 되는 포인트를 놓치지 않는 디테일이 전시를 더 풍성하게 했다.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건물을 배롯한 배경과 사람들의 옷차림이 그 시대와 나라를 고스란히 대변해 주는 것 같아 좋았다.
‘얘 되게 나랑 닮았다.’ 생각하게 한 사진

지금까지 본 전시의 모든 사진을 보여주는 마지막 공간은 양질의 사진이 웅장함을 가져다주었다. 반대편엔 벽을 꽉 채운 거울을 설치함으로 공간이 더 넓어 보였고 사진이 배로 많아 보였다.


화룡점정이었던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엔딩 크레딧. 프로덕션을 제외한 모든 구성원의 이름이 익명이었다. 본인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전시가 배로 멋졌던 마무리. 난 Anonymous1을 맡겠어.


전시 아트샵이 기대되는, 도록을 사고 싶은 전시였다. 기대에 부흥하듯 흥미로운 굿즈들이 많았다. 영화필름을 형상화한 것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폴딩 카드를 담은 세트도 매력적이고, 크기가 다양한 포스터도 너무 멋졌으며, 스티커는 마지막 웃음 포인트였다.


오늘 나의 기록도 미래의 누군가와 연결되길 바라며

Written by Hyunjeong, anonymous to some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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