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3,000명 유튜브 채널이 삭제되었습니다

0명부터 키우는 유튜브 (재)도전기

by 마케팅김이사

그날, 13,000명이 사라졌다

아침에 일어나서 습관적으로 유튜브 스튜디오 앱을 켰다.

'어?'

로그인이 안 됐다. 비밀번호를 잘못 쳤나 싶어 다시 입력했다. 그래도 안 됐다. 이상하다 싶어 PC로 확인했다.

채널이 없었다.

'마케팅김이사' 채널. 13,000명의 구독자. 5년간의 기록. 그 모든 게 한순간에 사라졌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그다음엔 화가 났다. 그리고 나서는... 묘하게 후련했다.

5년 차가 0으로 돌아가는 기분

20251120_105906.png

온라인 마케팅을 오래 했다. 블로그도 했고, 페이스북도 했고, 인스타그램도 했고, 유튜브도 했다.

나름 전문가라고 자부했다. 강의도 하고, 컨설팅도 하고, 책도 냈다. "어떻게 하면 채널을 키울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내 채널은 사라졌다.


아이러니하지 않나. 채널 키우는 법을 가르치는 사람이, 채널을 잃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건 기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내가, 2025년의 나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구독자 0명부터 시작한다면?'


이 질문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 과정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실패를 숨기지 말고, 다시 시작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주자.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진짜배기 콘텐츠가 될 거라고.


그래서 결심했다. 0명부터 다시 시작하되, 그 모든 과정을 기록하기로.


오늘은 그 첫 번째 이야기. Day 1.

유튜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주제다

다시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주제 선정'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일단 시작하고 보자"며 유튜브를 시작한다. 나도 예전에는 그랬다. 하지만 15년간 이 바닥에서 구르며 배운 게 있다.


방향이 잘못되면, 아무리 달려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없다.

유튜브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1년, 2년, 어쩌면 5년을 달려야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주제는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나는 수첩을 꺼내 들고, 세 개의 원을 그렸다.

20251120_111450.png

이키가이, 혹은 나를 찾는 법

일본에 '이키가이(生き甲斐)'라는 말이 있다. 삶의 보람, 존재 이유를 뜻하는 말이다.

이키가이는 네 개의 원이 겹치는 지점을 찾는 개념인데, 나는 유튜브에 맞게 세 개로 단순화했다.

첫 번째 원: 내가 잘 알고 잘 하는 것 두 번째 원: 시장(유튜브)이 원하는 것 세 번째 원: 지속가능한 것

이 세 개의 원이 겹치는 지점. 그게 내 유튜브 주제가 되어야 한다.


첫 번째 원: 내가 잘하는 것

수첩에 적어 내려갔다.

15년간의 온라인 마케팅 경험

AI 도구 활용 능력 (요즘 매일 쓴다)

노션, 메이크 같은 자동화 도구 전문성

콘텐츠 제작 및 강의 경험


적다 보니 생각보다 많았다. 15년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었다.


두 번째 원: 시장이 원하는 것

아무리 내가 잘해도, 아무도 관심 없으면 소용없다.

유튜브 검색창에 몇 가지 키워드를 쳐봤다. '직장인 생산성', 'AI 업무 활용', '업무 자동화', '노션 활용법'...

검색량도 괜찮았고, 관련 영상들의 조회수도 나쁘지 않았다. 시장은 있었다.


세 번째 원: 지속가능한 것

이게 가장 중요했다.

유튜브는 마라톤이라고 했다. 1년, 2년 꾸준히 할 수 있는 주제여야 한다.

나는 이 기준으로 많은 주제를 걸러냈다.


'AI로 돈버는 법' - 할 수는 있지만, 계속하고 싶지 않았다. 'AI 영상 만들기' - 트렌드를 쫓아가는 건 피곤했다. '최신 AI 뉴스' - 뉴스 채널을 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나는 트렌드를 쫓기보다, 본질에 집중하고 싶었다. 5년 후에도 여전히 의미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세 개의 원이 겹치는 지점

수첩에 적힌 세 개의 원을 보면서, 겹치는 지점을 찾았다.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AI 도구 사용법

AI로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 튜토리얼

일 잘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도구 강의


큰 틀에서 보면 '일잘러를 위한 AI 도구 활용'이었다.


채널명은 '김이사 - 일잘러의 AI 철물점'으로 지었다.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철물점에 가면 필요한 연장을 찾을 수 있듯이, 이 채널에 오면 일 잘하는 데 필요한 AI 도구를 찾을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


일잘러의 비밀

일 잘하는 사람의 비밀은 뭘까?

더 오래 일하는 것? 더 똑똑한 것?

15년간 일하면서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

'올바른 도구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


목수가 좋은 연장을 쓰면 일이 빨라지듯이, 직장인도 좋은 도구를 쓰면 업무 효율이 달라진다. 특히 AI 시대에는 도구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가 일의 성과를 결정한다.


나는 이 채널을 통해, 사람들이 AI와 자동화 도구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일잘러'가 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그게 내 이키가이였다.


물론, 성공을 보장할 순 없다

주제를 정한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건 아니다.

알고리즘은 변덕스럽고, 시장은 예측 불가능하고, 운도 필요하다.

하지만 적어도 방향은 맞다고 확신한다. 이 길로 가면, 설령 도착하지 못하더라도 후회는 없을 것 같다.


다음은 시장 분석

주제를 정했으니, 이제 다음 단계다.

Day 2에는 시장 분석을 할 예정이다. 경쟁 채널은 누가 있는지, 잘되는 콘텐츠 패턴은 뭔지, 내가 차별화할 수 있는 지점은 어딘지.


Day 3에는 채널 기획을 한다. 채널명, 프로필, 배너, 초기 콘텐츠 10개 기획, 업로드 스케줄까지.


이 여정의 끝은 2026년, 이 채널이 어디까지 갈지 나도 모른다.

다시 11,000명을 회복할 수도 있고, 100명에서 멈출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 자체를 투명하게 기록하는 것. 실패도, 시행착오도, 작은 성공도 전부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그게 이 프로젝트의 의미다.


13,000명 채널을 잃은 마케터가, 0명부터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

다음 글에서 또 만나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GPT 실수 피하는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