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 : 어떤 일이나 사물 현상이 일어나는 바로 그때.
찰나의 순간.
이 찰나를 놓치면 다시 찾아오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옛날에는 너무 마음에 드는 순간이 찾아와도 딱 그때만 좋아하고 말았다. 그리곤 잊혔지. 요즘은 너무 마음에 드는 순간이 찾아오면 카메라부터 키고 본다. 너무 좋은 그 순간을 또 떠올리고 싶어서.
고등학교 2학년 여름, 다니던 미술학원에서 해외 수업으로 오사카와 교토를 다녀온 적이 있다. 핸드폰은 너무 구려서(?) 배터리는 금방 방전되었고 그나마 있는 사진들도 친구들이 찍어준 몇 장뿐이다. 엄청 즐거웠던 첫 해외여행이었는데, 추억이 몇 장 남아있지 않다. 아직까지도 내 인생 후회되는 일 5가지 중에 든다.
일 년이 지난 고3의 여름, 이번에는 도쿄로 해외 수업을 다녀왔다. 저번 해외 수업에서 사진 한 장 제대로 못 찍었던 나는 아빠한테 찡찡거려서 받아낸 DSLR을 들고 갔다. 덥고 습한 날씨에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니자니 짜증이 몰려왔다.
'괜히 들고 왔나'
그래도 들고 왔는데 안 찍고 가기는 아쉬워 사진작가 마냥 크고 무거운 렌즈 달린 카메라를 들고 엄청 찍었다.
힘들었지만 지금까지도 그 사진들을 보면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같이 돌아다녔던 즐거움과 그때의 기분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더운 날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고생했던 기억도. 지금은 이것마저 추억이 되었다. 이때부터 사진을 많이 찍은 거 같다. 재밌거나 귀여운 순간, 몽글몽글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그 순간이 오면
놓칠세라 바로 핸드폰을 꺼낸다.
길을 걷다 해가 지는 그 색감과 그때의 감정, 파도가 치는 바다와 푸른 하늘의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 토끼 귀를 하고 귀엽게 자고 있는 우리 집 강아지,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의 설렘, 새벽에 혼자 느끼는 여유로움과 적막. 비슷할 수는 있어도 똑같지는 않은 그 순간을 남기고 그 순간들로 힘들거나 슬플 때 위로를 받는다. 그럼 잠시나마 잊어지고 그때의 추억으로 돌아가 피씩- 웃을 수 있다.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