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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Dec 18. 2020

if.....else if..... else

삶을 위한 철저한 대비

  '조건문' 말 그대로 어떠한 조건을 만족시킨다면 무엇을 수행하라는 조건을 단 명령문이다. 가령 "입력 받는 숫자가 5보다 크면 '크군요.' , 5보다 작거나 같으면 '작군요'를 출력하는 시스템. 조건문을 만들 때는 일어날 수 있는 가능한 많은 상황들을 생각해보고 그것이 'if(만약-면 -을 하시오.)와 if else(그게 아닌 것 중 만약 -면 - 을 하시오.) else(그것도 저것도 아무것도 아닌 것들은 -을 하시오'의 조건문 속에 들어갈 수 있도록 가능한 조건문의 틀을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 컴퓨터는 어떤 상황이 주어지건 이런 알고리즘 하에서 차분히 역할을 수행한다.


 살아가며 마주하게 되는 여러 문제들도 이런 조건문의 틀 안에서 말끔하게 정리가 된다면 삶도 꽤 단순해질 것 같다.


 살아가며 우리는 다양한 if문을 만들어 낸다. 어린이와 어른을 가르는 지점이, 바로 if뒤에 붙은 문장의 성격 아닐까?

 해리포터에 한창 꽂힌 첫째 아이는 하루에도 수십 가지의 if문을 만들어 낸다. '호그와크가 있다면', '내가 호그와크에 들어간다면', '내가 마법을 부릴 수 있다면'.

 반면, 내 하루 속에 들어 있는 if문은 온통 부정적인 것들이다.  '직종의 특성상 제대로된 마스크 착용이 어려운 남편이 코로나에라도 감염된다면', '어제부터 가슴팍이 콕콕 찌르듯 아픈 것 같은데, 이러다 내가 큰 병에라도 걸린다면', '곧 학생부 마감 시즌인데 큰 실수라도 한다면.'

 어릴 때는 희망찬 상상과 기대감 속에 보내는 시간들을, 나이를 먹을 수록 불안과 걱정, 근심 속에서 보내야 하기에 삶은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겪어내는 것'이라고 느껴질 때마저 있다.


오랜만에 미국에 사는 사촌 동생과 통화를 하였다. 동생은 건강이 좋지 않은 편이어서 결혼하고도 꽤 오랫동안 아이를 갖지 않았다. 그러다 예기치 않게 새 생명이 찾아왔고, 기대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양 동생 부부는 마냥 기뻐했다. 그러나 몇 달 뒤, 조산의 기미가 있어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제쯤 괜찮아졌으려나 하던 시점에 안부를 묻는 메시지를 보냈다.

 한참 후 도착한 답장, '언니 근데, 나  사실은 어제 출산했어. 500g도 넘을까 말까해서,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도 알 수 없대서 정신이 없네. 나중에 또 연락할게.'

  동생의 답장에 눈앞이 아찔했다. 무탈하게 지나가도 산모는 몸을 회복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아기에겐 신경 쓰고 조심해야 할 것 천지인 것이 출산과 육아의 과정이자 고통인데...

 본인 몸을 추스릴 새도 없이, 작고 어린 아이의 명운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며 일분 일초를 보내야 하는 동생의 마음은 어떨까, 감히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위로의 말이 좋을지, 격려가 더 필요할지 몰라 한참을 고민하다 도움이 되는 어떤 말도 생각나지 않아 평소엔 잘 하지도 않던 기도를 매일 같이 했다. 중환자실이라 허용된 시간에만 아이를 만나고, 나머지 시간은 아이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마음을 졸여야 하는 시간들은 얼마나 지옥 같을까.

 가끔 연락을 해볼 때마다 온몸의 모든 신체 부위가 미숙하게 태어난 아이가 어떤 부분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몰라 조마조마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답이 오곤 했다.

 다른 부모들이 아이가 예쁘게 자라주길 바라던 시간, 그저 살아주기만을 기도해야 했던 날들을 버티고 버틴 조카는 드디어 돌을 맞았다. 자잘한 후유증으로 여전히 가끔 고생스러울 때가 있지만, 생사의 기로에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조카의 웃음은 우리 모두에게 큰 기쁨이 되었다.


 그동안 아이를 지켜보던 동생 부부의 시간들엔 얼마나 많은 조건문들이 붙었을까. 작은 눈을 살며시 뜨고, 호흡이 안정되고, 어느 덧 다른 아이처럼 우렁찬 울음소리를 들려주는 순간 순간은 'if'문에 있었을지, 'else'문에 있었을지.

컴퓨터의 if와 else 뒤에는 무엇을 해야할지를 분명히 알려줄 수 있지만, 우리의 삶으로 돌아오면, 조건문들의 뒤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래서 가끔은 버겁게 느껴지는 우리의 삶들. 그러나 어떤 '부정적' 조건문이더라도, 예상치 않은 기쁨과 행운이 가끔은 선물처럼 찾아오기에, 우리 인생은 기대할만 하고 살아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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