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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Dec 17. 2020

Error

잘못을 알고 바로 잡기 

 코딩 진도가 좀 나가면서, 이제 코드 편집기를 열어, 프로그래밍 언어를 하나 둘 넣어보는 일들이 생겼다. 정성스레 한 줄 한 줄 입력하고, 실행을 클릭했는데, 원하는 결과가 깔끔하게 나오지 않고 외계어 같은 말들만 주룩 나오며 군데군데 빨간 글씨로 나에게 뭔가를 경고하려는 메시지가 뜨면, 기분이 영 별로였다. 평소에도 잔실수가 많은 나를 컴퓨터가 못 미더워하고 싫어하는 느낌이랄까. 인간 세계에서는 '딸기를 먹었다.'를 '딸 기를먹었다.'라고 해도, '딸키를 먹었다.'라고 써도 받아들이는 쪽에서 오류를 수정하고 이해를 해주는데, 컴퓨터는 얄짤 없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실수가 있으면, 내 말을 알아 듣지 못한다. 

 오류 메시지가 떴을 때 내가 써 놓은 코드를 되짚어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딘가에 분명 '나의 잘못'이 있다. 몇 번은 정말 완벽하게 코드르 짜 놓았는데 이유없이 오류 메시지가 뜬다고 착각했을 때도 있지만, 그 때에도 어딘가에 내가 해 놓은 어처구니 없는 실수들이 발견되곤 했다.  

 내가 써 넣은 코드들이 아무 탈 없이, 컴퓨터에게 전달되어 컴퓨터가 곧바로 명령을 수행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코딩을 공부할 때의 재미이다. 그러나 이제는 오류 메시지가 뜰 때도 내가 컴퓨터가 지적한 내 잘못을 찾아 수정하고, 그 후엔 컴퓨터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내가 원하는 결과를 출력해 줄 때 비로소 나와 컴퓨터의 합이 맞아 들어간다는 생각에, 쾌감이 느껴질 때도 많다. 

 

 컴퓨터 세상의 바깥에서도 나는 수많은 실수와 잘못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코딩을 공부할 때와는 달리 내 실수나 잘못에 대한 지적을 수용하고, 인정하고, 그것을 스스로 찾아내 고쳐 나가는 것은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실수와 잘못 앞에서는 '내 탓이 아닐거야',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었어.', '재수가 없었네.'라는 변명이 습관적으로 따라 붙어 나를 합리화한다. 다른 사람의 잘못은 크게 보이지만, 내 잘못은 사소하다. 그러다 보니 하나하나 나를 되짚어 보며 오류를 수정해 가는 것이, 현실 세계에서는 쉽지 않다. 

  일단 오류를 바로 잡으면, 컴퓨터는 있는 그대로 내가 하려는 말을 이해한다. 내가 아무리 실수를 반복해도 그것을 바로 잡을 때까지 기다려주고, 일단 고쳐지고 나면 그 다음의 역할을 해낸다. 뒤끝이 없다. 현실의 나와는 달리,  누군가 범한 오류를 가지고 한 가지 행동으로 그 사람의 모든 면을 평가하려는 과잉 잣대를 들이대지도 않고, 아무리 잘못을 많이 저질렀던 이들이라도 편견의 시선으로 대하지 않는다. 


 지난 날을 되짚어 보면 내가 실수를 범했을 때 눈 감아 주고 대충 넘어갔던 이들이 당시에는 더 고마운 존재들이었으나, 지금까지 내 곁에 남아 있는 이들은 나에게 따끔한 조언과 충고를 아끼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나도 아직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성장해 온 것 같다. 교사의 입장에서도 아이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며 하나하나 실수를 바로잡도록 챙기는 것보다, '괜찮아, 괜찮아' 하며 적당히 무마하고 넘어가는 편이 훨씬 쉽다. 아이들이 좋다고 느끼는 교사일지는 몰라도,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교사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나의 잘못이나 실수에 엄격하고, 그것을 지적 받고 났을 때, 코드의 오류를 찾듯 나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고쳐 나가는 일. 

 누군가 잘못을 했을 때, 그것을 바로 잡도록 돕고, 그것을 가지고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거나 판단하려 들지 말 것. 


 오늘도 아무 말 없이 내 곁에서 묵묵히 나의 '명령'을 기다리는 컴퓨터에게서 배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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