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엄마가 된다는 것은
- 엄마 되기 프로젝트
일생을 살면서 엄마가 된다는 것은 마치 초등학교를 가고 중, 고등학교를 가듯 당연한 순리라고 생각했다.
보통의 사람들이 아들 딸 낳고 오손도손 사는 것처럼, 분명 나에게도 그들과 다르지 않을 미래가 있다는 것을 한 순간도 의심치 않았다.
내 또래인 지인이 결혼하고 몇 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아 시험관을 시도했다고 했다. 정말 임신과 출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순진하게 아니면 무례하게도 이런 첫 질문을 던졌다.
"아직 젊은데 시험관을 했어요? 엽산을 잘 챙겨 먹으면 임신되는 게 아닌가요?" 시간이 지난 지금 그때를 다시 생각해보면 무례하기 짝이 없는 나였다. 그때 그 질문을 들은 지인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아직 임신과 출산을 하기에 문제없다고 생각했던 나이라, 내 또래 지인이 난임 병원을 다니고 시험관을 시도했다는 것은 나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그래도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일이라 여기며 마음 한 구석은 신경이 쓰였으나 가볍게 덮어두었다.
임신을 했다. 임신테스트기에 보인 두 줄을 보며, '역시 나는 건강해. 마음먹은 대로 다 되잖아?' 들뜬 기분으로 양가에 이 소식을 알렸다. 33살 가을에 임신을 했으니, 34살 늦은 봄쯤 첫째를 낳고 둘째는 두 살 터울로 가지면 되겠다며 남편과 가족계획을 즐겁게 상상했다.
하혈을 했다. 양이 많지는 않았고, 임신 초기에는 있을 수 있는 증상이라고 했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몇 시간 동안 검색을 했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모든 글을 읽은 듯하다. 결론은, 아기에게는 문제가 없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혹시 모르니 다음 날 병원을 가기로 예약했고 그날 밤 더 많은 하혈을 했다.
유산을 했다. 산부인과 의사에게 들은 유산이라는 단어가 낯설었고, 고사 난자라는 단어도 처음 들어보는 낯선 단어였다. 유산이라는 단어를 내뱉은 의사에게 재차 물었다.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없나요? 살릴 수 있는 주사나 약은 없나요? 조금 더 기다려보면 아기가 정상적으로 클 수 있지 않을까요?" 나의 절박함에 의사는 고개를 절레하며, 아주 측은하다는 눈빛과 말투로 가능성이 없다고 재차 대답했다.
그렇게 첫 유산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