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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승희 Oct 01. 2019

우리는 다 같은 노동자입니다.

"아무리 스웨덴이라고 하지만 여기에서도 돌봄노동자 임금 수준이 낮네요. "


공공 복지, 사회서비스 국가 그리고 돌봄 국가로 널리 알려진 스웨덴으로 돌봄 노동자의 근무 환경을 보러 오시는 분들이 증가하고 있다. 

돌봄 노동자(보육교사, 보조교사, 요양보호사, 간병인 등 사회돌봄 서비스 종사자) 근무 환경에 대해 탐방을 하시는 분들이 꼭 하시는 질문이 있다. 이 분들의 임금 수준이다. 

한국의 돌봄 서비스 분야에서 돌봄노동자의 낮은 임금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 중 하나이다. 

특히 돌봄서비스(아동 보육, 노인 돌봄, 장애인 돌봄 등)의 질은 돌봄 노동자의 근무 질(근무 환경, 노동시간, 임금 등)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이기에 더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스웨덴 돌봄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이야기 하면, 많은 분들이 적지 않게 실망을 한다. 

임금이 생각보다 높지 않기 때문이다. 


돌봄 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유사 직종의 서비스 분야에서도 낮은 임금에 속한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스웨덴과 한국의 사정만은 아니다. 


"스웨덴 뿐이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돌봄 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낮습니다. "


맞다. 


많은 국가들에서 돌봄 노동자의 임금은 다른 임금 소득자에 비해 낮다. 


돌봄 노동은 그 동안 가족(주로 여성)에 의해 비가시적이고 비시장적인 교환 형태로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산업의 구조의 변화와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이 급속하게 증가되자 더 이상 가족 안에서 이루어진던 돌봄 노동의 공백이 생기기 시작한다. 즉, 돌봄 노동의 주된 책임자였던 여성이 남성과 마찬가지로 시장에 진입하게 되자 과연 누가 (아이 혹은 노인 혹은 가족 구성원 중 아픈 사람을)돌보는 돌봄 노동을 수행할 것인가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돌봄 공백의 문제에 각 국가들은 각자의 방법을 간구하기 시작했다.  


물론 국가마다 돌봄노동에 대한 공백을 채우는 방식은 다양하다. 


북유럽의 경우, 국가가 돌봄 서비스의 주된 공급자로써 기능을 한다. 

영미 모델의 경우 시장에 의해 가격도 질도 다양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이 말은 시장 가격의 다양성으로 인해 소득 계층에 의해 선택되는 서비스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그리고 남부유럽과 동아시의 모델의 경우 여전히 가족 책임주의가 주가 되고, 보조적으로 국가나 시장이 잔여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를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다양한 모델에도 불구하고 돌봄 서비스 안에 근무하는 돌봄 노동자들의 급여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왜 돌봄 노동의 가치는 왜 이렇게 저평가가 되는 것일까?

비슷한 직종이랑 할 수 있는 서비스 직군 안에서도 낮은 임금과 처우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돌봄 노동이 다른 서비스 직업에 비해 쉬워서일까?


실제로 재가방문요양사 혹은 시설 요양사 분들을 단 하루라도 옆에서 지켜 본다면, 이들의 육체적 노동양이 절대 쉽지 않다는 것을 알 것이다. 


돌봄 노동이 왜 저평가되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와 설명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현재 진행 중이다. 우선 가장 주류적인 시각은 돌봄 노동이 과거부터 주로 가족의 영역(아이를 돌보는 것, 노인과 아픈 가족 구성원을 돌보는 것, 집안 일 등)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에 기인된다는 것이다. 

즉, 가족의 재생산 노동의 중요성은 (머리와 마음으로는)인정되지만 과거에서 부터 이러한 가족의 재생산 노동은 시장의 가치로 매겨지지 않았고, 비시장적 그리고 비가시적 특징 때문에 저평가 되고 낮은 시장의 가격이 매겨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돌봄 노동의 대부분이 여성에 의해 이루어 지고 있다는 점도 시장에서 저평가되고 낮은 임금으로 책정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아무튼 돌봄 노동에 대한 저평가는 앞으로 우리 모두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며, 진행 중인 문제이다. 


스웨덴에서 역시 돌봄 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은 여전히 진행 중인 사안이다.  만약 스웨덴으로 돌봄 노동의 가치와 적절한 처우에 대한 최종 답안지를 찾으러 왔다면, 실망을 할 수 있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스웨덴이 모든 것의 답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스웨덴 역시 돌봄 노동자를 둘러싼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인 국가 중 하나이다. 


하지만 아직 실망을 하기는 이르다. 

여기에 있는 하나의 통계 지표를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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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임금 근로자(10개의 큰 직업 군)의 월 평균 임금 분포도이다. 

아주 개략적인 모양이지만, 스웨덴 임금 근로자의 임금 분포를 보는데 중요한 함의를 보여주는 그림이기도 하다. 물론 이 표는 유사 직업군에서 남녀의 임금격차가 얼마나 줄어들고 있는지 보여주는 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 표에서 다른 것을 보고자 한다. 


그림에서 우리가 관심을 갖는 돌봄 노동자 임금 수준을 찾아 보자.

돌봄 노동자라 할 수 있는 간병인(Assistant nurses), 요양보호사(Attendants care prividers and personal care assistatnts) 그리고 보조 교사(student assistants)를 찾아보자. 

이 직업군들의 임금은 임금 분포에 가장 아래 부분에 있다. 

스웨덴에서도 돌봄 노동자들의 임금은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다. 바로 상위 임금과 하위 임금의 격차이다. IT 업계 종사자들이 상위 임금근로자들로 속하는데, 이들의 월 평균 임금은 약 40000~43000SEK에 속한다. 반면 가장 낮은 임금 소득을 보이는 돌봄 노동자들의 월 평균 임금은 약 21000~25000SEK 사이에 있다. 


아마 눈치가 빠른 독자라면 이미 알아차렸을 테지만, 내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임금 격차'이다. 


상위 임금 소득자와 하위 임금 소득자의 임금 격차가 2배 정도 밖에(?) 나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 직업별 연봉의 격차는 2015년 기준으로 무려 15~16배에 달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많은 국가들에서 돌봄 노동은 저임금 직업에 속한다. 하지만 스웨덴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의 임금과 고소득 임금 근로자의 임금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아마 이 표를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들 것이다. 


"뭐지? 스웨덴은 노동자 급여가 낮은 나라인가? 세금도 많이 낸다는데, 급여도 적나 보네?"

이렇게 생각 할 수도 있고, 

"역시 스웨덴은 사회적 불평등 지수가 낮구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스웨덴은 직종별 그리고 동일 직종내 남녀 임금 격차가 작은 국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표에서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은 바로 저임금 직군과 고임금 직군 간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스웨덴에서는 이러한 임금의 분포도를 보일 수 있을까?


상대적으로 임금의 격차가 적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를 우리는 스웨덴 노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스웨덴은 세계적으로 높은 노조조직율(78%)을 자랑하는 국가이다. 

그리고 스웨덴 노조는 스웨덴 역사에서 계급간 타협을 가능하게 했던 중심 행위자이기도 했다. 스웨덴 노조는 1970년대 이전 부터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관심을 가져왔고, 연대 임금정책을 추진하고 있었다. 


스웨덴 노조의 가장 대표적인 단체는 바로 스웨덴 노동자 총 연맹 (The Swedish Trade Union Confederation, 이하 LO)이고, LO 산하인 Kommunal은 스웨덴 지방자치단체 소속 노동조합이다. 즉, 돌봄 노동자들의 노조인 셈이다. 


사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LO의 연대임금정책은 주로 LO내 금속 노조가 중심이 되어 진행이 되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스웨덴 공공부분의 개혁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고, 이 분야의 분권화와 민영화가 이루어지면서 이 분양 종사자들(주로 여성들)의 임금과 처우에 대한 문제가 강하게 제기 되기 시작했다. 

특히 이 분야는 당시에서도 주로 여성들이 종사하고 있는 저임금 일자리였다. 

자칫 여성의 이슈로만 비추어 질 수 있었던 돌봄노동자의 저임금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데, 바로 LO가 돌봄 노동자 안의 임금 격차의 문제는 여성의 이슈가 아니라 전체 노동의 공정성의 문제임을 강조하면서 부터이다. 

당시 LO는 돌봄 노동의 저임금의 문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 한 사람이나 특정 집단이 싼 값에 노동력을 팔게 되면 이는 곧 모든 노동자들의 문제로 들이닥치게 된다. 모두가 모든 차별에 맞서지 않는다면 결국 모두가 패자가 될 것이다"(LO 노조자료, 우명숙, 2010년 재인용)


** 우명숙(2010), " 스웨덴 공공부문 여성지배 직종의 임금불평등과 노조조합의 대응", 한국사회학 제 44집 2호, pp.29-58.


즉, LO는 돌봄 노동자들이 처한 저임금의 문제를 돌봄 노동자의 문제 혹은 여성 노동자들의 문제로 바라 본 것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문제로 인식의 전환을 하게 된다. 


어떤 노동자 한명이라도 자신의 노동력을 싼 값에 팔게 되는 순간 모든 노동자의 노동은 가치 하락 하게 될 것이라 보고, 돌봄 노동자의 저임금의 문제를 모든 노동자가 같이 대응해야 하는 문제로 주목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지지를 하기 까지 LO는 산하 다른 노조들의 양보와 협력을 얻기 위해 설득의 과정을 거쳤다. 연대 임금 정책은 고소득 노동자들의 양보와 지지 없이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노동자 안에서 계층이 있을 수 없다는 이들의 신념은 바로 연대 임금 정책으로 이어졌고, 이것 안에서 남녀의 차별은 있을 수 없었다. 이는 여성들이 주를 이루는 돌봄 노동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그리고 1990년대 이후 LO는 저임금 돌봄 노동자의 근무 개선과 임금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7년 LO의 한 조사에 의하면, LO 조합원들의 70% 이상이 연대 임금 정책을 강하게 지지하고 있으며, 이들은 자신이 속한 부문에서 최대 임금을 받는 것보다 저임금직군의 임금을 올리는 것을 더 지지하는 것으로 나왔다. 


내가 월급을 더 받는 것보다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더 올려주는 것을 더 지지한다는 것이다. 


스웨덴이 저임금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바로 

내 몫을 조금씩 내려 놓은 것에서 시작했다. 

바로 연대 임금제가 그것이고, 

좋은 일자리를 위한 연대적 노동 정책이 그것이다. 


'좋은 일자리를 위한 연대적 노동정책(Solidaristic Work Policy for Good Job)'

1990년대 부터 LO는 개별화되는 임금 체계와 저임금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 공정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연대 임금제에서 더 나아간 연대 노동정책을 제시한다. 


노동자들의 좋은 일자리를 위해 LO는 특히 저임금 직업군의 임금 불평등 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게 된다. 그러면서 저임금 직군의 노동자의 숙련성 향상을 위한 교육과 재교육을 요구하고, 동시에 이들의 임금 교섭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LO의 정책은 현재 진행형이다. 


노인 요양 시설에서 근무한지 10여년이 넘어가고 있다는 요양보호사 캐런은 내가 만난 다른 요양보호사 분들과 마찬가지로 밝고 따뜻한 웃음을 지닌 사람이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나는 캐런에게 마지막 질문을 하였다.

" 타인을 돌보는 돌봄 노동자인 당신을 돌보아 주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 저를 돌봐주는 사람이요?"

마직막 질문에 캐런은 활짝 웃으면 말한다. 

"그건 바로 제 동료들입니다."


노동자 안에 계층이란 있을 수 없다. 


우린 모두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개별화 되는 순간, 그것은 노동의 몰락을 의미한다. 

개별 노동자의 힘은 약할 수 있지만, 우리가 되는 순간 그 협상력은 높아지고, 나의 노동력은 존중받을 수 있다. 


저임금 노동자인 돌봄 노동자를 지켜 주는 것은 바로 노조이고 이들은 바로 돌봄 노동자들의 동료들이다. 


2015년 기준 한국의 시설 요양보호사의  평균 임금은 115만원(월 근무 시간 188시간)이며, 재가 요양보호사의 경우 평균 65만원(월 근무 시간 88시간)이다. 2018년 재가 요양사의 개선된 최저 시급은 시간당 7530원이다. 


매년 돌봄 노동자들의 최저 임금 문제와 불안정한 고용 계약,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현 정부와 보건복지 당국은 커뮤니티 케어를 향후 서비스 정책의 구심점으로 구상을 하고 있다. 탈 시설화가 가속화 될 것이고, 재가 요양을 중심으로 돌봄 서비스가 재편될 것이다. 이 말은 커뮤니티 케어의 핵심은 돌봄 노동자들의 서비스가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을 의미한다. 


물론 스웨덴처럼 노조가 주된 역할을 하는 모델을 그대로 한국에 적용할 수는 없다. 

노조 가입율이 80%에 육박하는 스웨덴 모델과 노조 가입율이 20% 안팎인 우리의 모델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전체 노조 가입율이 20%도 안되는 한국 상황에서 스웨덴과 같이 노조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역시 정부인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이 문제가 해결 될 것인가?

하지만 저임금 노동자의 문제는 절대 정부에 의해서만 혹은 저임금 직군의 처우 개선으로만은 해결 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매년 각종 보고서에서 돌봄 노동자의 처우 개선의 문제가 한국 돌봄 서비스 시장의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히고 있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인 것만 봐도 그렇다. 


돌봄 노동자의 문제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문제이고 비정규 노동자들의 문제이며 여성 노동자들의 문제이다. 그리고 자본주의 시장에 싼 값에 노동을 팔 수 밖에 없었던 노동자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것은 모든 노동자의 문제로 귀결된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과 노동시장에 대한 중재도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돌봄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 할 수 있는 단체가 만들어져야 하며, 더 나아가 저임금 노동자 혹은 비정규직 노동자 단체와 연대하여햐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다른 직군의 노동자 단체와 연대를 해야 한다.


각 노조 별로 개별 의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임금의 공평성 혹은 좋은 일자리 정책과 같이 모든 노동자들이 연대할 수 있는 의제를 만들고 연대 하여야 한다. 


노동자 안에 계층과 계급은 있을 수 없다. 


다른 노동자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본인의 몫만 챙기는 노동자 단체는 협상력과 교섭력을 가질 수 없다. 


우리는 다 같은 노동자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문제를 돌봄 노동자들의 문제를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문제로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보다 더 나운 세상으로 한 발짝 걸어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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