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ylin Jun 30. 2020

내가 만난 사람들

창업, 그 거창함 속에 담긴 소소한 일상 3

식당을 하다 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사람들이란 가게에 찾아와 주는 손님들을 뜻한다. 여하튼, 식당이란 공간 안에서 주인장과 손님으로 만나는 관계다 보니 나는 어쩔 수 없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갈 때까지 그들을 예의주시 할 수밖에 없다. 사소한 행동 변화나 말 한마디를 통해 들여다봐야 할 단서들이 많기 때문이다. 단서라 함은 단순하게 손님들에게 밥이 부족하지는 않는지, 가게의 온도가 알맞은지 이런 작은 것들에서부터 앞으로 우리 가게가 무엇을 고쳐 나가야 하는지와 같은 단초들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찾아오는 대부분의 손님들은 매우 호의적인 태도로 사소하게 지나칠 법한 물건들, 예를 들어 장식품으로 놓아둔 작은 찻잔 세트라던가 직접 손으로 그린 메뉴판과 같은 것들에 대해서도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주인장인 나조차도 잊고 있던 가게의 작은 요소들을 발견해 감탄해 주는 사람들을 볼 때면 처음 설레던 마음으로 이곳저곳 배치를 바꿔가며 장식품을 놓던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 중에서 나의 관심을 가장 끄는 것은 아무래도 음식에 대한 것일 수밖에 없다. 10평 남짓된 가게다 보니 한눈에 모든 테이블을 볼 수 있고 음식을 먹고 난 후 가감 없는 날것의 반응 또한 어렵지 않게 살펴볼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은 긍정적 리액션을 하는 편이고 그들 중 몇몇은 나에게 직접적으로 그 마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기위해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서있는 그 시간을 이용해 그들은 수줍게 혹은 아주 유쾌하게 칭찬의 말들을 건넨다. 카드 전표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나오는, 왠지모를 약간의 어색함이 감도는 그 짧은 찰나에 칭찬의 말들을 기꺼이 건네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더 열심히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야겠다 던지 혹은 나도 손님의 입장이 되면 내가 받은 호의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야겠다와 같은 마음이 생기곤 한다.   


예상치 않은 순간에 마주치게 되는 이런 호의 섞인 말들은 언제나 나를 각성하게 할 뿐 아니라 그것이 주는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부끄럽거나 낯간지럽다는 이유로 낯선 타인에게 혹은 처음 보는 누군가에게 칭찬의 말을 건네는 것을 꺼려하던 내가 그들의 말 한마디에 얼마나 큰 안도를 얻으며 앞으로 나아갈 힘을 받게 되는지 나도 받기 전까지는 미처 알지 못했다. 막상 받는 입장이 되고보니 그것들이 전혀 낯간지럽다거나 어색하지 않다. 진심을 한 두 마디에 얹어 전달하려는 마음이 그저 고맙게 다가올 뿐이다. 가게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에게 배운건 위로란 별스럽지 않게 전달되는 일상적 말들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이다.


"잘 먹었습니다.",  "너무 맛있었어요."

소소하지만 참 아름다운 일상이다.


작가의 이전글 퇴사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