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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JO Oct 17. 2022

엄마의 계절

dear, 혜린


자리돔의 계절이에요.  아직은 우리에게 하드코어였던 자리돔!  

가을이 되니 또 자리돔의 계절입니다. 가을이야 자리돔만 하겠어요. 

물속에는 줄삼치 , 젯 방어 , 물고기 떼들이 물속에서 방긋거리며 여기저기 노늬고 있어요. 

물속에선 그들과 뛰놀지만, 밖에 나오면, 그들의 살을 탐하는 내가 참으로 모순적입니다.  

왜 저들은 떼를 지어 다닐까요? 

인간처럼 사회화에 능한 걸까요? 사회화에 능한 물고기들 저보다 낫네요.


올해는 남희작가님에게 뿔소라 손질법도 배웠어요. 금어기가 지나고 해녀 삼촌들이 뿔소라를 거둬가고 남은 바윗 속 사이 뿔소라를 하나씩 주워봅니다. 이 재미를 알려고 프리다이빙 배운 거 같아요 (방긋 )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했던 나의 바다친구 남희작가님께  책선물을 받았어요.

'엄마의 계절'이라는 책인데 , 엄마가 아픈 시절 병상일기를 썼던 일기 형식의 책이에요.

바다친구는 어쩌자고 이렇게 찬란하게 아름다운 문장을 쓸 수 있었던 걸까요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길수록 먹먹하다가 마음이 미어져버려 

책장 넘기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며칠 전, 작가님과  한라산을 올랐어요.  

작가님은 예쁜 손수건을 꺼내 산을 오르는 내내 땀을 닦었어요.  

전 머 무지렁이처럼  옷에 땀을 닦고 , 바지 주머니에 있는 휴지를 꺼내 코도 풀고 땀도 닦고 하며, 산을 올랐답니다. 작가님의 자연에 대한 사랑은 실천이라, 휴지를  쓰지 않더라고요. 그 옆에 나는 어찌나 무지렁이 같던지, 그 손수건이 참 단정하고 예뻐 보여 물었어요. "너무 예뻐요 어디서 사셨어요? "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겨주신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그 수건이 얼마나 더 예뻐 보였겠어요. 

그런데 , 아차 차차. 하산하는 길, 작가님이 손수건을 잃어버리셨는데 , 제맘이 다 아프더라고요. 

작가님은 애써 웃으며 " 손수건이 엄마도 아닌데 괜찮아요 " 하고 앞서 나가시는데 , 우린 아무 말하지 못하고, 몇 분을 침묵하며 걸어가다  , 갑자기 웃음이 터졌어요. 

그 웃음은 어떤 거였던 걸까요? 배려였던 걸까요 슬픔의 공감이었던 걸까요. 전 알지 못합니다. 그 슬픔의 깊이를 그 슬픔의 하루하루를 몸으로 이겨내고 빚어내고 관통한 그 시간들을 난 알지 못합니다. 


하산하고 며칠이 지나도 , 그 손수건이 생각이나, 마침 작가님 생일이라 비슷하게 생긴 손수건을 하나 사드렸어요.  우린 울고 웃고 울다가 또 웃고 웃고 웃고 그랫어요. 


인생의 찬란함이란 그런 걸까요. 

잘 알지 못하지만, 가끔 작가님의 웃음 속에 그런 찬란함 같은 걸 보는 거 같아요.

저는 왜 이리 무지렁이일까요, 하지만 이 무지렁이도 아름다움이 먼지는 압니다. 


혜린님의 자리돔을 다듬는 여인들을 보며, 그 "찬란함" 이 보여요.  


아 그리고 부탁이 있어요

우리 바다 나가면 혜린님은 밀짚모자를 쓰고 발만 물속에 담그고 그림을 그리던 청순한 마지막 잎새 주인공 같던 혜린님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제발 그 모습도 그려주세요. 부탁입니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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