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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임문화포럼 Dec 24. 2021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한국, 미국, 일본의 문화적 차이

 내년 1월부터 전 세계적으로 적용 예정인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에는 많은 사회적 논란과 갈등을 야기하는 내용이 포함되어있다.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이 바로 그것이다. ICD-11에서 정의하고 있는 게임이용 장애는 지나치게 게임에 몰입하여 일상생활이 어렵고 신체적·정신적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스스로 그러한 행위를 12개월 이상 중단하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의학적 정의가 매우 모호하고, 정확한 의료 진단을 위한 체계와 방법이 아직 존재하지 않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사회적으로 봤을 때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통해 게임 행위, 게임 이용자, 게임 콘텐츠, 나아가 게임 산업에 대한 무분별하고 비이성적인 혐오 인식이 확산되고 조장될 수 있다. 따라서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은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책적으로 신중하게 결정돼야 할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1> 2020 게임 과몰입 실태조사 결과(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그러한 정책이 적용될 국가의 문화적 환경과 상황을 신중히 검토하고 판단해야 함은 당연하다.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그러한 의학적 정책 결정에 영향을 받게 될 국민들의 인식과 가치관에 기반을 둘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개인의 인식과 가치관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선행 요인 가운데 하나는 해당 국가의 고유한 문화이다. 즉,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이 사회적인 반발과 문화적인 이질감 없이 잘 받아들여지고 정책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문화적 환경이 있고, 그렇지 않은 문화적 환경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적 전제하에 필자는 게임 문화와 산업에 있어 세계적으로 주도적인 위치에 있는 한국, 미국, 일본 간 비교 연구를 통해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인식에 차이가 있는지 실증적으로 연구하였다. 이 글에서는 그 연구 결과를 요약적으로 정리하여 소개함으로써 과연 우리나라에서 게임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인정하고 코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각 국가에서 설문조사에 참여한 표본이 약 500명가량이고 그들의 통계적 대표성을 고려할 때 연구 결과를 지나치게 일반화하는 것에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먼저 밝힌다.


   먼저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인지 및 이해 정도를 국가별로 비교하여 살펴보았다. 총 505명이 참여한 한국의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32.9%(166명)가 ‘들어본 적이 없다’라고 답했고, 56%(283명)가 ‘들어보았으나 자세히는 몰랐다’라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11.1%(56명) 만이 ‘잘 알고 있었다’라고 답하여 전반적으로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인지 및 이해 수준이 낮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총 577명이 참여한 미국의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58.8%(339명)가 ‘들어본 적이 없다’라고 답했고, 21.5%(124명)는 ‘들어보았으나 자세히는 몰랐다’라고 답했다. 반면 19.8%(114명)가 ‘잘 알고 있었다’라고 답하여 한국보다는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사람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마지막으로 총 507명이 참여한 일본의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58%(294명)가 ‘들어본 적이 없다’라고 답했고, 26.4%(134명)는 ‘들어보았으나 자세히는 몰랐다’라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15.6%(79명)가 ‘잘 알고 있었다’라고 답했다. 조사 결과, 한국 사람들의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이해 수준이 3개 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에 대해 자세히는 몰랐지만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들의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도 한국이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서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이 중요한 사회적 의제이자 갈등 요소로 받아들여 지면서 각종 뉴스와 미디어를 통해 많이 언급되었던 것이 이러한 결과의 이유인 것으로 생각된다.


   두 번째로 3개 국가 설문 응답자들에게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으로 인해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 낙인이 찍힐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한국 응답자들 가운데 68.5%인 346명이 게임이용 장애가 질병으로 인정된다면 게임을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이 게임 중독자 또는 정신병자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크다고 응답하였다. 반면, 미국 응답자들 중에서는 50.1%인 289명만이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으로 인한 부정적 낙인의 가능성을 크게 보았다. 마지막으로 일본 응답자들은 56.8%인 288명이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이 초래할 수 있는 부정적 낙인의 가능성을 크게 보았다. 조사 결과,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가 도입될 경우 게임 이용자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 인식의 가능성을 가장 크게 예상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즉, 다른 국가들보다 한국에서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부작용의 가능성이 더욱 크게 예측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집단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전통적인 유교의식이 아직 우리나라의 문화적 근간을 이루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위한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한국 설문조사 참여자 중 78%인 394명이 ICD-11에 게임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등재하는 것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미국 설문조사 참여자 중에서는 42.1%인 243명만이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있어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일본 설문조사 참여자 중에서는 55.6%인 282명이 사회적 합의에 대한 필요성을 피력했다. 조사 결과, 의료 정책으로써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가장 높게 느끼고 있는 국가 또한 한국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상 한국, 미국, 일본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설문조사의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한국, 미국, 일본 가운데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정책적 인지 및 이해가 가장 낮았던 국가는 한국이었다. 그러나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 시 예상되는 부정적 낙인 인식의 가능성이 가장 크게 예측되는 국가는 한국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위한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이 가장 높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국가 또한 한국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과 일본 국민들에 비해 우리나라 국민들의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인지 및 이해 수준이 가장 낮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은 그러한 의료 정책이 도입되기 전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라고 가장 강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가 도입될 경우 예상되는 게임 행위, 게임 이용자, 게임 콘텐츠, 게임 산업 등에 대한 부정적 낙인 효과 또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즉, 미국, 일본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에서의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은 국민들의 해당 정책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와 판단을 바탕으로 많은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하며, 게임 이용자와 게임 산업 보호에 대한 치밀하고 정교한 준비와 대책이 없다면 부정적 낙인 효과의 확산으로 인한 재앙적인 후폭풍의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결정된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은 우리 사회에 많은 화두를 던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세계보건기구의 결정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필자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또한 과연 우리나라에서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이 최선의 방법인가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게임은 아무 잘못이 없다. 건전하고 즐겁게 게임 문화를 선용하는 대부분의 게임 이용자들에게도 아무 잘못이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 게임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보아야 한단 말인가?      

<그림 2> 게임은 문화입니다 (출처: 연합뉴스)


이형민

성신여자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부교수

2021년 게임문화포럼 투고분과 위원

[2012년~현재] 성신여자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부교수

[2014년~현재] 성북구선거관리위원회 위원

[2018년~현재] 중앙자살예방센터 홍보 자문위원

[2019년~현재] 한미연합사 정책자문위원

[2019년~현재] 한국방송학회 총무이사

[2019년~현재] 한국광고PR실학회 총무이사

2019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문화융합연구 책임연구원

2020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문화융합연구 공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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