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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버거 Aug 21. 2023

전세사기를 당했다

1. 내가 당한 수법

이 글에 적힌 모든 내용은 제가 겪은 실화입니다.


2023.08.19

나는 여자친구와 24년 3월에 결혼 예정이다. 우리의 계획은 결혼 전 함께 살 신혼집을 얻는 것이었고, 이 계획을 위해 각자 살고 있는 전셋집의 임대인에게 10월 초경으로 이주 통보를 했다.


여자친구의 임대인은 여자친구의 퇴거 시기에 맞춰서 다른 임차인이 들어올 수 있도록 부동산에 방을 올렸다. 지금 여자친구가 살고 있는 집에도 몇 번 집을 보러 사람들이 왔다 갔다 했고 매물은 여전히 올라와있다. 여자친구는 그 집에 오래 살았고 묵시적 연장으로 전세를 연장했다. 연장해 주는 대신 집주인은 내 여자친구에게 퇴거예정이 있다면 꼭 3개월 전에는 말해달라고 하였기에 그렇게 하였고, 그래서 10월에 맞춰 나갈 수 있게 모든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집 보러 온다는 연락이 한 통도 없었다. 처음에는 그냥 입주가능 시기가 아직 멀어서 집 보러 오는 사람이 없는 줄 알았다. 그래도 여자친구가 좀 불안해하길래, 등기부등본을 조회해서 보여주며 안심을 시켜주려고 했다. 그렇게 말하고 웃으면서 인터넷 등기소에서 700원을 결제하고 등기부등본을 본 순간, 서류엔 2023.08.16에 압류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두 글자로 망가진 


처음엔 믿지 않았다.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고, 올해의 다른 여름날과 마찬가지로 엄청 더웠지만 맑았다. 우리는 웃고 떠들고 있었고 점심을 먹고 뭐를 할지 서로 이야기하며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압류라는 그 두 글자가 우리의 행복한 시간에 정적을 가져왔고 앞으로 우리가 그렸던 미래 꿈꿨던 행복한 신혼생활을 앗아가는 신호가 된 거 같아 절망적이었다.


일단 나는 현재 상황 설명을 듣기 위해 임대인(편하게 집주인이라고 하겠다)에게 카톡과 전화를 해봤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는 불안한 마음에 내가 전세계약을 진행했던 부동산 사장님에게 전화를 하고 상황설명을 했다. 부동산 사장님은 우리의 상황을 이해하고 도와주려고 하셨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일단 토요일 오후였기에 관공서의 문은 다 닫혀있었다. 우리는 합정역 메세나 폴리스 뒤에 있는 지구대에 갔다. 마침 그때 그곳을 지나가는 중이었고, 또한 둘 다 멘탈이 나간 상태였기에 어디에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무작정 차를 세우고 거기에 들어갔다.


내가 들어가니 모두가 나를 쳐다봤다. 어떤 거 때문에 왔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나는 '전세사기를 당해서 왔습니다'라고 경찰관에게 말을 했다. 경찰관은 여기서는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우선 마포 경찰서에 가서 신고를 하라고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경찰관은 나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자세하게 알려줬다. 정말 고마웠다. 그 경찰관은, 오늘은 주말이니 경찰서엔 당직근무자가 있을 것이고 지능수사팀 당직근무자를 만나라고 했다. 문이 잠겨있을 수 도 있으니, 앞에 위병소 같은 곳에서 상황설명을 하라고.. 등등 자세히 알려주었다.


경찰서로 향하기 전 우리는 일단 집으로 갔다. 혹시 몰라 부동산계약서를 챙기러.. 그리고 다시 마포 경찰서에 가서 아까 지구대의 경찰관이 알려준 대로 하여, 수사 담당관을 만났다.


경찰서 로비 한복판에서 수사 담당관에게 우리의 상황을 설명했다. 담당관은 이것저것 물어보며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결론은 카톡으로 임대인과 합의했던 의 전세 계약 만료가 10월 초이기 때문에 당장 수사하거나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사관은 나의 상황을 들어봤을 때 임대인의 수법이 전세사기가 의심 간다고 했다. 하지만, 압류라는 글자가 등기부등본에 박혀있더라도, 그리고 전세사기일 확률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기에선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


그럼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수법

압류를 당한 이유는 임대인의 세금 체납이다. 단지 그거뿐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계약당시 근저당이나 선순위 채권이 없었다. 말 그대로 계약 시에는 등기부등본에 하자가 없던 물건이었다. 가 전세를 들어가 있기 때문에 아마 해당 물건으로는 담보 대출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전세사기로 부터 안심하고 있었다.


는 21년 7월에 지금의 전셋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전세는 2년 계약이었으므로, 23년 7월에 만기 었다. 하지만 여자친구의 상황을 고려해 우리는 10월에 신혼집을 구하기로 하였고, 그래서 23년 4월경에 집주인에게 전세 만기 3개월 연장 가능 여부를 물어보고, 집주인도 동의하여 전세를 10월까지 연장했었다.


관건은 내가 연장을 위해 집주인에게 연락했을 때, 내가 살고 있는 집의 소유주가 바뀌었다는 걸 알았다. 물론 위에서 말한 만기 3개월 연장은 이 새 집주인과 했다. 임대인은 22년 4월경에 변경됐다. 변경됐다는 사실을 알고 나는 새로운 등기부등본을 떼어봤고, 나보다 세 살 많은 젊은 남자가 새로운 집주인이 되어있었다. 여자친구는 집주인이 너무 어린것 아니냐며 전세사기에 대해 걱정했었다. 하지만 나는 괜찮다며 지금 내가 전세로 살고 있었기 때문에 담보를 잡아 대출을 받을 수 도 없고, 만약 잡을 수 있게 되더라도 나는 대항력을 갖췄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때 나는 임대인의 세금 체납으로 내가 살고 있는 전셋집이 압류가 되는 전세사기 수법을 몰랐었을 뿐이다. 의 전세 보증금은 1억 6천이고, 새로운 임대인은 이 집을 1억 5천에 매매를 했다.


여기서부턴 나의 추측인데, 아마 한 푼도 안 내고 전세 보증금 승계를 조건으로 집을 얻었을 것이다. 아마도 자신의 세금 체납을 해결할 수 있는 압류당할 부동산이 필요했을 것이다. 임대인은 나의 전셋집을 세금 징수원으로 부터 자신을 지키기위해 던질 방패막으로 사용하기위해 매수한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나는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며 피땀 흘려 노력하여 모은 돈과 대출금으로 이 인간 같지 않은 놈의 세금 방패막이가 되어 주었다.


아마 가 전세를 연장한다고 했을 때 이게 웬 떡이냐 싶었을 것이다. 내가 그 말을 했을 때 이 뻔뻔한 임대인은 나에게,

 '집 보러 오면 협조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말했다. 이 말을 하면서 얼마나 웃겼고 우스웠을까? 아니 세상이 재밌었을 수도 있었겠다. 자기의 계획도 모른 채, 나의 계획을 도와주고 있는 이 세입자가 얼마나 고마웠을까? 이런 생각을 하니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피가 거꾸로 솟는다. 뻔뻔하게 저런 말을 해놓고, 임대인은 부동산에 집을 등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왜냐? 던질 거니깐.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세금체납을 했다고 바로 압류 절차가 진행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말은 즉슨 이 놈은 오래전부터 세금 체납을 해왔으며, 계획적으로 이 던지기를 차근차근 준비했던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었다.


너무 분한 나머지 나는 이 임대인의 이름 세 글자를 검색해 보았다. 이름이 특이했으며 젊었기에 혹시라도 하는 마음에 검색을 했고, 나는 이 사람의 정체를 검색 한 번에 찾을 수 있었다. 검색 결과를 보고 내가 정말 화나고 분했던 것은 이 사람의 직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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