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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메디아 Feb 28. 2024

달성되지 않은 욕망

첫 번째 이야기



    어릴 적, 지금보다는 확실히 어렸던 시절이었다. 엄마가 세이브존에 쇼핑하러 가자고 해서, 귀찮았지만 따라나섰다. 엄마와의 쇼핑이 나에게 필경 행복한 일이었나? 그럴 때도 있었고, 아닐 때도 있었다. 어쩔 때는 재밌어서 좋았고, 또 다른 때는 다리 아파서 싫었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간에 나는 그때 시간이 있었다. 돈은 없었지만. 엄마와 세이브존에 쇼핑을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엄마가 사준 옷을 입고 따라나섰다.


    버스를 탔다. 미성년자라 교통카드가 없었다. 요즘에는 현금 없는 버스가 흔하지만, 그 때는 몇 없던 지폐와 동전을 돈통에 들이붓던 시절이다. 티머니라는 게 생겨서 만들면 됐는데, 귀찮았다. 돈을 내려고 주머니를 뒤적거렸는데, 아뿔싸- 돈을 두고왔다. 교통카드를 갖고 있던 엄마는 이를 보고 "다인승 2명이요-"라고 기사 아저씨에게 말했다. 그렇게 나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엄마가 사준 옷을 입고, 엄마가 내준 돈으로 세이브존에 도착했다. 온갖 물건을 파는 세이브존에 도착해서도 나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돈이 있는 엄마에게 찰싹 붙어 움직였다. 우리의 시선 안에는 옷이 들어왔고, 식품이 들어왔으며, 사람들이 들어왔다. 세이브존 안에서 옷과 식품 따위의 사물은 소비의 대상이었고, 사람들은 거추장스러운 악의 근원이 되었다. 그 순간만큼은 사람들보다 사물이 좋았다.


    인간성이 결여된 채 좀비처럼 돌아다니던 나는 구슬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판대를 발견했다. 나는 느닷없이 그 구슬에 꽂혔다.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구슬에. 그냥 아이스크림이었으면 먹고 싶지 않았을텐데, '구슬' 아이스크림이기에 먹고 싶어졌다. 나는 엄마에게 구슬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졸랐다. 어린 나이에 할 수 있는 치기 어린 짓이었다. 엄마는 안 된다고 했다. 나는 왜냐고 물었다. 엄마는 말했다. "어차피 구슬은 녹아."


    그 때 내가 만약 구슬 아이스크림을 떠먹었다면, 나는 그 달성된 욕망에 행복했을까. 잠깐은 즐거웠을 것이다. 갈증은 해소되었을 수도 있고, 구슬의 달콤함에 온몸이 녹아내렸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동전의 앞면이다. 동전의 뒷면에는 해소되지 않은 갈증, 달콤하지 않은 구슬, 달성되지 않은 욕망도 위치해 있다. 동전을 탁- 튕겼을 때 어느 면이 나올 지 예측은 할 수 있지만 100% 확신할 수는 없다. 


    행위, 욕망, 그리고 행복의 관계성도 마찬가지다. 어떠한 행위를 한다고 해서, 욕망이 달성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그리고 욕망이 달성된다고 해서, 꼭 행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행위와 욕망, 그리고 행복은 생각보다 서로에게 독립적이다. 그렇다면 행위와 욕망, 그리고 행복을 어떻게 연결시킬 있을까. 어떤 행위를 통해 욕망을 달성하여 행복에 이를 수 있을까.


    나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이를 고민해왔다. 구슬 아이스크림을 사지 못하였을 때는 정작 이것이 고민의 대상은 아니었으나, 성인이 되어 자유를 선고받은 인간임을 스스로 자각함에 따라 나는 나의 의사결정에 따른 행위의 선택, 욕망의 달성, 그리고 행복의 추구를 진심으로 탐구하기 시작했다. 대학에 입학하여 교육학을 공부하면서, 군대에 입대하여 서양 철학을 공부하면서, 제대한 후 복학하여 경제학을 공부하면서도 이어졌다.


    앞으로 이 매거진, 언젠가는 브런치 북으로 엮일 글들은 행위, 욕망, 그리고 행복에 관한 이야기로 채우고자 한다. 아직은 생각을 서술하는 일에 서툴다.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것은 스무 살 이후인바, 아직은 정제된 텍스트보다 자유로운 상상에 익숙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른이 된 나는 이제서야 이 튀어오르는 상상을 가라앉혀 텍스트화해보고자 한다. 나에게는 큰 도전이다. 


    이 도전적인 행위가 나의 욕망을 달성시켜줄까? 그리고 나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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