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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집 Mar 24. 2024

표류하는 빛들을 향해

임재희, 『세 개의 빛』, 은행나무, 2023. 

임재희, 『세 개의 빛』, 은행나무, 2023.

제11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어떤 누군가에게 사건은 상흔을 남긴다.

감정을 남긴다.

어떤 비틀린 미래를 남긴다.

그것은 어쩌면 어떤 한순간의 빛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노아

남자아이-1

동아

라는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

혹은 기억된다는 것.     



소설의 주인공 미셸 은영 송에게 누군가의 죽음은 가볍지 않은 삶의 상흔이었다. 

특히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믿었던 타인.     



우연한 공통점이 겹친 사이들은 관계의 헐거움에 힘겨워하고 관계의 견고함을 향해 깊이 나아간다.

그랬기에 은영의 노아 찾기는 의미가 있다.

마침내 발견한 그라는 사람의 정체성은 어떤 이름으로 규정될 수 있을까.     



늘 표류하는 영혼에 어떤 정체성을 씌운다는 것은 자신 안에 무언가가 터지며 무너지는 것.

그러니 새로 태어나는 것처럼 자신의 것이 아닌 옷을 입은 기분으로 세계를 경험해야 했겠지.     



뿌리 없이 떠도는 것이 마냥 고아에게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고,

이민자에게만 벌어지는 것도 아니고,

상실한 사람에게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그러니 고요히 우리 삶에 벌어지는 일들을 찬찬히 살펴야 할 것.

경계를 넘나든 인물들이 마침내 빛을 향해 걸어가는 것처럼.     



나 또한 어떤 빛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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