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제주인들의 삶을 다룬 진혼극
제주 4·3 당시 일본으로 간 재일제주인들의 삶을 다룬 진혼극
'이카이노 삼춘의 깃발'
얼굴도 보여주지 않고 일본으로 가서 잘 살아야 한다며, 너만은 꼭 살아남아야 한다며 어머니에게 등 떠밀려 떠난 이는 그날을 마지막으로 제주도로 돌아오지 못했다.
일본에 혼자 도착했을 때 얼마나 막막했을까.
생존을 위해 떠난 길이었기에 이카이노에서 정착한 삼춘은 제주의 기억을 잊고, 무조건 살아내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며 삶을 일구었고, 결혼을 하고 다섯의 아이를 낳았다. 손자 손녀는 15명이 되었다.
제반
주반
도반
기반
수반
제주도를 잊고 지내겠다고 했지만, 아이들의 이름은 제주도의 기수로 지었다.
밀항을 시켜주었던 선장 삼춘의 장례에는 밀항해온 많은 제주도 사람 중 단 한 사람도 참여하지 않아 부인 혼자 선장을 떠나보내야 했다고 하는데,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제주도를 잊기 위해 사투를 벌였던 이들이 누군가의 죽음을 또다시 목격하는 것은 고통이었다.
참여형 1인극이어서 사람들은 연극을 시작할 때 자신에게 주어진 인형을 소중히 갖고 있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함께 배에 태운다.
이카이노 삼춘은 내가 죽으면 한라산에 뿌려달라, 제주도 바다에 뿌려주라고 말한다.
죽어서라도 가고 싶은 섬.
꿈에서도 그리워한 섬.
살기 위해 잊어야만 했던 섬.
제주도의 기억으로 살아낸 이들의 삶을 연극으로 보자니 절로 눈물이 났다.
** 공연을 제작한 '극단 돌'은 재일동포 3세인 김기강, 권기자, 황유자 3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모든 생물의 존엄을 다룬 '강아지 똥',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인생을 다룬 '캐러멜', 부락차별의 역사를 다룬 '사람의 가치-다마짱과 하루짱' 등의 공연을 한국과 일본에서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