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살며시 좋아한다고 읊조린다.
주관적으로 뚜렷하게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말을 못 하는 내가, 지금은 글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사랑해!”라고 외치기에는 글도 나를 그 정도로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아서 나 혼자 살며시 좋아한다고 읊조린다.
글을 읽고 쓰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브런치에 가입을 했다. 사실 가입은 예전에 했었다. 갑자기 푸른빛이 도는 새벽에 글을 쓰고 싶어서 가입을 했었고, 무슨 글을 써야 할까 고민하다가 감기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이불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었다. 어찌 보면 그 새벽에 누가 봐도 이상한 글을 쓰지 않아서 다행이었고 시간이 흐름을 겪은 나는 이제야 각 잡고 한 문장 한 문장 내려쓸 수 있다.
현재 북카페(Book & Cafe)라고 불리는 회사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작년 여름에 공고가 올라와서 심혈을 기울여 이력서를 작성하고 지금의 대표님과 면접을 보고 합격했다. 내가 4년 동안 해왔던 일과 완전히 다른 분야의 일이라 잘해 낼 자신이 있다고 하기에는 아무것도 몰랐고 살짝 건방져 보일 수 있으니 ‘잘 해내고야 말겠다.’라는 다짐만 수백 번 했었다.
앞서 말했지만 단 한 줄 뿐이라도 의미를 두고 보는 나는 글을 좋아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책은 아니다. 하지만 좋아한다의 반대말이 꼭 싫어한다는 아니니 책과 가까워지는 중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책 그리고 서점은 20대 후반에 찾아온 터닝포인트다. 그만큼 마음에 드는 분야다.
사실 내가 만든 터닝 포인트는 한 번 무너졌었다. 대학교 졸업을 하고 전공과는 다른 분야의 직업을 잡았다. 다른 분야였지만 잘 맞았고 성과도 좋았다. 경력이 얼마 되지 않아 스타트 업을 같이 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날카로운 시선들을 눌러줄 만큼 해내고 싶어서 열심히 일했다. 앞만 보고 24시간 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간이 4년이나 흘렀고 회사는 많이 성장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만 제자리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능력치도 올랐고 바라보는 후배들도 생겼는데 나는 왜 그대로일까? 통장에 쌓이는 돈을 보면 그건 절대 아니었는데 말이다. ‘이게 일에 대한 권태기구나.’ 받아들이며 아침에 김치볶음밥을 먹고 출근한 날, 돌연 마음 한구석에 품고 있었던 미국에 떠날 준비를 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영어에 대한 강박이 있었다. 영어를 정복하고 싶다는 이 밑도 끝도 없는 욕심도 꾸준히 있었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곳에서 살면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꿈도 가졌다. ‘이 정도면 할 만큼 다 했지. 잘 해치웠다!’ 책상 앞에서 외치고 4년 동안 잘 다니던 회사를 정리했다. 미국 보스턴으로 가는 유학을 준비했고 미국 학생 비자 인터뷰도 완벽하게 끝내서 통과했다. 고민하고 미룰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다. 들뜬 마음을 안고 한국을 떠나는 비행기를 예매하는 그 시점, 친구로부터 새로운 단어를 들었다.
[중국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처음에는 메르스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신종 바이러스지만 현대 의학기술은 그동안 많이 발전했을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비행기를 마저 예매하고 보스턴에서 지낼 임시 숙소도 예약했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다르게 코로나가 내 발목을 아주 세게 잡았다. 세계 강국이라고 믿었던 미국도 무너졌고 유럽도 마찬가지였다. 제일 안전한 나라가 한국이라니 믿을 수 없었다. 상황이 나아지면, 나아지면을 반복하다가 끝끝내 유학을 취소했다. 학생비자 유효기간도 넘겼다. 변이 바이러스까지 나오며 이제는 기약도 할 수 없게 됐다. 나를 담당해 줬던 어학원 팀장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다른 수는 없어 보였다. 이해했다. 팬더믹을 막을 방법은 없었고 모두 나에게 일어날 일이었겠거니 하며 유학을 정리했다.
다행히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여유로운 생활비와 넘쳐나는 시간 속에서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다시 취업을 해야 할까. 고민만 반복하길 수 천 번. 그러다가 운이 좋게 이 서점에 취직을 하게 된 거다. 심지어 프리랜서로 다른 일도 잠깐 맡았다. 아주 잠깐. 연말에 정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서 곧 연락을 주겠다고 했는데 2주 동안 연락이 없다. 1년 동안 같이 하자고 했으면서. 구두 계약은 믿을게 못된다고 경험으로 이미 받아들였다. 그런데 웃기게도 연락을 기다리는 중에 갑자기 글을 쓰고 싶어 진 거다.
나는 어떤 걸 이 흰 바닥에 내뱉고 무슨 의미를 두고 싶은 걸까. 이렇게 적어 내려 간 글에도 알맹이는 없어 보인다. 그래도 용기를 내본다. 앞으로 나의 글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르지만, 생각해 둔 주제는 있지만 주인공이 내가 아니라서 주인공 허락을 받아야 하지만, 나름 내 꿈을 펼치겠다는 큰 포부를 담았다.
일단 나 자신과 내 글을 읽어주는 단 한 사람에게도 실망스럽지 않은 글로 다시 찾아오겠다. 이름도 모르고 안면식도 한 적이 없는 사람의 긴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여기까지 읽은 당신들에게 오늘도 평안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