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Young Lee Jan 17. 2021

1. 나를 움직인 문장들 w. 오하림

당신이 아끼는 문장들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장기 기억력이 좋으면 단기 기억력이 나쁘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아쉽게도 모든 기억력이 좋지 않다. 집중력도 그리 길지는 않다. 집중도의 깊이는 좋은데 오래가지 못한다. 이 성향은 산발적인 미디어를 즐기면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요즘 내 기억력과 집중력은 예전보다 길을 많이 잃기 때문이다. 나만 겪고 있는 현상이 아니라고도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현세대가 지겹도록 미디어에 대해서 ‘집중력 결핍’ 현상을 많이 앓고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넷플릭스를 보면서 아이폰으로 인스타그램을 하고 팟캐스트를 들으며 유튜브를 한다. 1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1개의 미디어만 보지 않는 현상이라고 알고 있다.)


이렇게 내 기억력과 집중력이 퇴화하는 이유를 합리화하고 이 이유를 반영해서 나는 기록과 메모를 예전부터 꾸준히 노력해왔다. 특히 미디어에 대해서는 짧은 시간에 잃어버리는 내용들이 점점 많아져서 그 자리에서 모든 걸 수집하려고 하는 편이다.


서론이 길었다. 일하고 있는 서점에서 우연히 나와 비슷하다고 느낀 신간을 발견했고, 그 책과 작가를 소개하고 싶다는 말이 본론이다.


오하림 작가의 <나를 움직인 문장들>이라는 책이고 자그마치 북스 출판사에서 20년도 11월에 출판했다.

7년 차 “카피라이터” 오하림 작가는 평소 메모를 사랑하는 분이라고 한다.

매년 돌아오는 본인의 생일에 수집한 문장을 엮어서 책으로 만들어 주변에 선물을 했고 그 내용들을 조금 더 다듬어 이번 책으로 출간했다.


나는 이 책의 표지보다 작가 소개에서 나와 잘 맞을 수밖에 없음을 인정했다.


무언가를 깊게 좋아하진 못하지만

얕지만 많은 것에 힘을 쏟는다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메모를 한다


모든 설명이 200% 나를 뜻하고 있다.

마지막 문장에 다른 설명을 덧붙이자면 심지어 나는 메모를 했다는 자체도 기억을 못 할 때도 있다.


목차를 보면서 더 많은 확신을 얻었고 앉은자리에서 한 번에 다 읽어냈다.


*(몇 장 찍어둔 책 내용들이 있어서 같이 소개를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직접 읽기를 바라며 첨부하지 않겠다.)


결국 나를 만든 건 일상에 쌓인 평범함 문장들이었다


오하림 작가의 글에서는 평정심이 느껴지고 본인이 선택한 문장들을 나열해서 보여주는 단단함이 얼마나 훌륭한지 보여준다. 기록과 메모는 지극히 개인적이라서 공감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던 내 입장을 보란 듯이 반대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적어왔던 모든 문장들도 마치 내가 이 자리에 서있을 수 있도록 지지를 보내준 것만 같아서 기뻤다.


나 또한 그랬듯이, 어쩌면 당신이 무심코 보고 지나갔던 문장들을 오하림 작가가 그녀의 시선으로 다시 짚어줄 수도 있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책을 읽게 된다면 내가 느꼈던 동일한 즐거움을 나눌 수 있길 희망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매일 기억하고 되새겨 보는 두 문장을 당신에게 알려주고 이 글을 마무리하겠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바닷가에서 도민준의 프러포즈를 받은 천송이가 이렇게 말한다.


완벽하게 행복하다.”


인생에서 완벽하게 행복한 순간이라니. 그 순간만큼은 천송이가 세상에서 제일 부러웠다. 나는 ‘행복하다’ 앞에 ‘완벽한’이라는 수식이 올 수 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었다. 항상 잘 된 일에도 의심을 먼저 하기 일쑤라 어떤 일에도 완벽하다는 말을 붙이지 못했다. 하지만 이 대사를 듣고 난 후에는 어느 정도 내 삶의 일정 부분이 완벽하다는 말로 채워지고 있는 중이다. 이 대사가 내포하고 있는 감정을 당신도 공감했으면 좋겠다.


독립영화 <벌새>

은희야. 힘들고 우울할  손가락을 .

그리고  손가락,  손가락 움직여.

그럼  신비롭게 느껴진다?

아무것도 못할  같은데, 손가락은 움직일  있어.”


주인공 은희에게 한문 선생님 영지가 하는 대사다. <방구석 1열> 프로그램에서 영지 역할을 맡았던 김새벽 배우도 이 대사를 한 번 더 언급했을 만큼 영화 <벌새>의 팬이라면 모두 공감하는 대사다. 영화를 보면서 괜히 내 열 손가락을 움직여봤던 기억이 있다.


기본적으로 운동 부족이지만 붓기에 취약한 몸이라 잘 붓는다. 특히 서점과 카페일을 같이 하게 된 뒤로는 자고 일어나면 손과 발이 퉁퉁 부어있다. 무의식적으로 눈을 뜨는 일보다 먼저 손과 발을 천천히 움직이며 잠에서 깨어나곤 하는데, 그 행동이 ‘내가 살아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그러고 나면 오늘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생겨도 모두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그 기분이 꽤 상쾌할 때가 많아서 당신에게 알려주고 싶다.





*(알라딘 책​) 링크 걸어둡니다.

 

작가의 이전글 지금은 글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