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봐야 보이는 것의 즐거움
영화, 책, 드라마, 유튜브... 매일 새로운 콘텐츠가 생기니 단 하루라도 확인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는 수 많은 밈, 인기동영상, 베스트셀러 등이 쏟아져 나온다. 자연스럽게 하루의 많은 시간을 휴대폰과 태블릿피시를 통해 콘텐츠를 접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사실 똑같은 영화, 책, 드라마, 예능 을 여러번 보는 것을 좋아한다. 단순히 "감명깊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다른 이유가 있다. 이미 다 아는 이야기를 왜 자꾸 보게 되는지, 그리고 같은 것을 여러번 보는 즐거움을 소개하고 싶어 글을 쓴다.
1. ???: 메인 캐릭터 뒤에 서브 캐릭터 있어요
N회차 돌려보는 즐거움의 가장 큰 것은 바로 서브 캐릭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종종 드라마의 경우는 서브 캐릭터의 스토리도 함께 다루는 경우도 많으니 그 매력에 이끌려 서브 캐릭터/커플의 팬도 생기곤 한다. 다만 한 번에 한 가지 스토리를 보여주기에도 시간이 빠듯한 경우가 많아 서브 캐릭터의 매력을 단번에 알아채기 어렵다. 같은 작품도 여러 번 돌려보며 다양한 등장인물의 매력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가가 참 대단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주인공 뿐 아니라 아주 잠깐 등장하는 인물도 모두 작가의 의도에 따라 등장하고 사라진다. 영화 중 이런 각양각생의 조연/서브 캐릭터가 주목을 받는 경우도 많다.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 네 명의 탑스타 주연의 <건축학개론> 영화에서 주연의 화제성을 뛰어넘은 조연, 납뜩이가 있다. 조정석의 스크린 데뷔작인 <건축학개론> 납뜩이 역은 엄청난 이슈가 되었다. 지금까지도 <건축학개론> 영화는 보지 않았어도, 납뜩이 짤, 납뜩이 대사는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하다.
세계적인 히트작 애니메이션 <슈퍼배드> 시리즈의 마스코트, 미니언즈! 미니언의 인기를 바탕으로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 작품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얻었던 조연이다. 팬층이 굉장히 두터운 캐릭터로, 특히 국내 <슈퍼배드> 애니메이션의 인기보다도 더 큰 인기를 얻은 캐릭터이다.
2. 한번 보고 지나치기엔 아쉬운 세심한 소품/의상/효과
영화나 드라마 등의 영상 콘텐츠의 경우 한번만 보고 지나치기엔 너무나 아쉬운 소품, 의상 등이 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 뿐 아니라 그 자체가 내포하는 의미가 스토리에서 톡톡히 제 역할을 해내기도 한다. 의미를 가지고 등장하는 소품은 아주 촘촘하게 짜여진 스토리를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화려한 의상을 보는 재미를 가진 작품들도 있다. 개인적으로 시대물의 경우 그 시대의 특징을 살리는 의상, 현대의 디자인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 의상 그리고 각 인물의 특성을 살려 대비되는 의상 등 다양한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콘텐츠 속의 특수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특수효과로 표현되는 장면들은 그 자체로도 즐거움을 주곤한다. 넷플릭스 시리즈의 <보건교사 안은영> 속 화려한 특수효과, 귀여운 장면들은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기도 했다.
3. 세계관/시리즈 등 다른 작품과의 연결점을 찾는 재미
각각의 다른 스토리를 가진 작품이지만, 작가의 다른 작품과 연결고리를 가진-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도 N회차를 시도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거대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수 많은 작품이 연결된 '마블 시리즈'는 물론 극중 시간 흐름에 따라 새로운 스토리를 보여주는 '토이스토리' 시리즈도 빼놓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토이스토리의 보 핍이 인상적이었다. 토이스토리 1~2 에서는 큰 활약을 보이는 캐릭터가 아니며 특히 3에서는 벼룩시장에 팔려간 설정으로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토이스토리 4에서는 그동안 알고 있던 보 핍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설정과 함께 등장한다. 시리즈와 이어지는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캐릭터의 등장은 이전 시리즈도 다시 돌려보게 만든다. 이 외에도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등장인물은 다른 애니메이션 카메오 출연도 종종 만나볼 수 있다.
시리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해리포터 시리즈! 최근 20주년 기념 '리턴 투 호그와트'도 공개되어 팬들은 더할나위 없이 기뻤다. 또한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도 올해 3편이 공개되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신비한 동물사전>은 해리포터 시리즈의 프리퀄로 호그와트에서 사용하는 교과서 '신비한 동물사전'의 작가, 뉴트 스캐맨더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신비한 동물사전>에서는 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호그와트, 퀴디치, 죽음의 성물 문양, 등장인물 등이 똑같이 등장하기에 이런 부분들을 하나씩 확인하며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도 놓칠 수 없다.
이 모든 것을 다 즐겼다고 하더라도, 그때그때 배우의 신작이 나오거나, 같은 제작사의 신작이 나오는 등 이슈가 있으면 또 다시 예전 작품을 찾아보곤 한다. 과거 배우의 모습을 즐기는 재미도 있고 달라진 점을 찾는 재미도 있다. 그 내용을 모두 알고 본다고해서 무조건 그 재미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처음 볼 때와 다시 볼 때 느끼는 감정이나 눈에 보이고 머리로 이해하게 되는 새로운 것들은 매번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