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ㅣ필요없는 가십담화
어디 나왔더라 ? 어디서 봤더라 ?
나와 내 남편은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주인공보다는 주변 인물이나 엑스트라에 주목하는 편입니다. 원래부터 주인공을 연기하는 배우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는 저는 주변 역할에 더 애정을 품고 있는 편입니다. 이미 떠버린 잘생긴 주인공보다는 주인공 친구 배역에 더 매력을 느끼고 주된 이야기보다 서브적인 감초 맛난 이야기가 더 활력을 준다고 느껴지기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제 남편도 그러더군요. 저와 다른 점은 저보다 더 세밀하게 엑스트라까지도 정말 기억을 잘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함께 어떤 것을 보고 있을 때면 저 사람이 어디 나왔고, 예전에 무슨 역할이었고, 이런 대화를 꼭 하게 됩니다. 오늘도 스카이 캐슬을 다시 보면서 그곳의 산장지기가 라켓 소년단에서 보청기를 끼던 할아버지였구나, 하며 그 노장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따라가 봤죠.
그래서 제가 요즘 주목하는 배우를 한번 소개해 볼까 합니다.
바로 블랙독에서 학생 역할로 참 좋았던 연기를 했던 박지훈 배우입니다.
배우 서현진이 연기했던 고하늘 쌤은 계약직 선생 역할로 매 회마다 저에게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드라마입니다. 거기서 공부를 잘하고 집도 잘살고 그런데 아버지가 학교일에 관여를 많이 해 선생들에게 밉상으로 찍힌 학생 - 구재현 역할을 이 배우가 했었습니다. 다른 선생님들이 학생을 험담하던 장면에서 고하늘 선생님만이 오직 이 학생에 대해 솔직한 심정으로 편을 들어주었고 구재현도 그런 대화를 듣기 전부터 그저 담임선생님을 좋아해 교무실을 찾아갔었지만 서로 오해를 하게 되기도 했죠. 선생님들끼리 모여 걸어가며 학생을 뒷담 화하는 그 장면이 왠지 저에게는 잊히지 않는 장면 같습니다.
학생들이 선생을 뒤에서 험담하듯 분명 사람인 선생님들도 짜증 나는 학생이 있을 텐데 그런 모습을 제가 살면서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 아무튼 그때 서현진이 이 배우의 생김새에 대해 하관이 이쁘게 생겼다고 하는 대사가 있는데 그런 선생님들의 담화를 엿듣게 되면서 이 배우가 보여주는 표정이나 눈빛 같은 것이 참 정말 저 사람 같다- 라고 느꼈었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며 어쩔 때, 언뜻, 보면 조인성을 닮은 듯한 이 배우가 고등학생이라는 그 역할에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괴물에서는 검사로 나오더라고요 ? 그리고 알고 보니 오징어 게임에도 나오고 말이죠.
올해 모두가 재밌게 본 드라마 - 이상한변호사 우영우에서는 웨딩드레스가 흘러내렸던 신부의 남편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오늘 저는 재벌집 막내아들을 시작했는데 거기서 송중기를 서울대까지 운전해주는 대리역할로 이 배우가 나와 어쩐지 반가웠습니다. 이렇게 제가 주인공이 아닌 주변 인물로 나오는 배우들을 주목하는 데에는 한국영화나 드라마가 발전해 감에 있어 그 배우도 성장함이 뚜렷이 보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작은 역할을 했던 배우가 조금씩 비중 있는 역을 하게 되고 어느 날 주인공을 맡을 때면 왜인지 내가 배우 보는 눈이 있구나 싶기도 하고요.
저는 제 남편처럼 더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 배우들까지는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나름 내 기억에 남고,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은 기억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어쩐지 목소리가 특이하거나 딕션이 좋은 배우들은 기억하려 애쓰지 않아도 기억이 나더라고요. 최근 이상한 변호가 우영우에서 잠시 잠깐 상대편 변호사로 나왔던 배우의 목소리가 너무 생생하게 익숙한데 기억이 나지 않아 미쳐버릴 것 같았는데_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제 남편이 저 배우는 머리스타일이 바뀌어서 그렇지 스카이캐슬에 나온 로라 정이라면서 그 배우를 딱! 집어주는데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요. 저와 제 남편은 이렇게 미디 얼르 볼 때 배우를 기억하고 찾아내는 재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소개해 드린 박지훈 배우가 앞으로 또 어떤 역할을 하며 성장해 나갈지, 또 제가 기억에 남을만한 담백한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해 보려 합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을 이제 막 시작했는데 찾아보니 박지훈 배우가 그 드라마 등장인물에 당당히 마지막으로 올라와있더군요. 아무래도 그냥 운전기사는 아닌 거 같습니다. 조금 더 뭔가를 하지 않을까요 ?
이래저래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저와 제 남편이 주목하는 배우들과 엑스트라들의 필모그라피를
한번 읊어보는 것도 재밌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글을 티스토리에 먼저 작성했었다. 그런데 왜인지 내겐 브런치의 공간이 더 좋다. 나의 모든 글을 브런치로 결국 모아두려한다. 그래서 이렇게 블로그의 글을 처음 옮겨보았다. 보통은 브런치의 글을 블로그로 옮겨 정리하기도 했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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