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기억 ㅣ 엄마는 육아 중 ♪
한국지리는 나의 선택과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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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나는 그 과목이 너무 좋았다. 처음 수능을 위해 단과학원을 등록해 같은 미술학원 친구들과 맨 앞자리에 쪼르르 줄줄이 모여 앉아 필기를 하며 그렇게 공부를 시작했던 기억이 있다.
그 시절 노량진 한샘학원의 호야 - 신상호선생님의 강의는 내게 공부하는 힘을 길어주었다. 그래서 내겐 선생님 말이 곧 진리였으며, 그런 쌤이 강의에 집중을 주기 위한 했던 농담마저 기억하고 외웠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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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호선생님은 울릉도라는 곳의 지리적 특징을 배우는 대목에서 : 젊을때 꼭 가봐야 하는곳이라는 말을 남기셨다. 울릉도를 나중에 돈벌고 효도여행으로 부모님들을 많이 보내주는데 결코 그러면 안되는 험난한 오지 중의 오지라는 말을 하셨다. 그리고 가능한 여건이 된다면 결혼 할 사람과 한겨울에 나리분지에 가서 고립이 되어보라는 이야기도 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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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는 눈이오면 아무것도 할 수없는 곳이라고 한다. 특히 여행 중에 생각지 못했던 자연의 큰 위기를 마주하게 되었을때, 그런 위기의 시간을 잘 견디고 헤쳐갈 사람임을 확인 해 볼 수있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아주 좋은 섬이라 말하셨다.
그래서 나 또한 결혼전 앵기맨에게 울릉도 여행을 제안하였다. 그런데 그땐, 크루즈나 쾌속선이 없던 때라 비용과 시간을 고민하다 그냥 그렇게 흐지부지 되었었다.
그렇다고 해서 18살때부터 품고 소망하였던 신비의섬 울릉도에 가야한다는 결심을 포기할 순 없었다. 이제와서 이사람이 내가 믿고 결혼할 만한 사람인가를 알아보기 위한다기 보다는 그저 이 사람과 그리고 배아파 낳은 내 아이와 울릉도 라는 섬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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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 내색없이 험난하고 가파른 지형을 은유까지 안고, 업고, 싸매고 쑥쑥 올라가는 모습에서 .
땀이 뻘뻘나는 무더위 속에 나와 은유는 벌써 커피색2호만큼 타버린 그 더위의 울릉도에서__ 그는 늘 날 배려하고 은유를 꼭 챙겨왔다. 그런 그에게 고맙다는 말보다 이사람과 앞으로의 시간도 잘 헤쳐갈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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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버킷리스트였던 울릉도는 생각보다 힘들었고 버거운 점도 있었는데, 그는 줄곧 펼쳐져 보이는 바다의 색깔에_ 신비로운 산새의 풍광에_ 미소짓고 즐거워했다. 그리고 우리가 모두 함께함에 그토록 참 좋아라 했다.⠀
또 다시 다음에 한번 더 이곳에 오자는 말도 하였다.
사실, 계획한다고 해서 은유처럼 햇살같은 아이가 또 우리의 곁에 와줄지 아직 알 순 없지만, 어쩐지 다가 올 겨울전에 우린, 우리에게 또다른 가족구성원이 생기길 소망하고 있다.
이건 언제든 마음이 달라질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리고 그렇다 한들 뜻대로 될리도 무방하지만 아무튼, 그전에 나는, 그러니까 그나마 여유로울 이번 여름에 꼭 우리 세가족이 울릉도에 가보길 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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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건 하고야 마는 나는 그 소원을 이뤘고,
앞으로 함께 나아갈 우리가족의 미래에 우리집 가장이라는 앵기맨을 더 믿고 의지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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