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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ietheyogini Jul 07. 2020

Intro

01. You are capable of saving yourself



도망을 쳤다. 또 도망을 쳤다.


생각해보면 근 몇 년 간의 내 삶은 한 곳에서부터 다른 한 곳으로의 도망이었다. 늘 완벽한 정착의 꿈을 좇으며 살았지만 여전히 그것은 내 손안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다.


급작스럽게 돌아오게 된 한국. 한순간 있을 곳도 갈 곳도 사라져 버린 캐나다. 신발 짝도 제대로 못 맞춰 죽기 살기로 도망치듯 돌아온 딸을 보며 마음 찢어지는 부모님 앞에 나는 하염없이 울지도 마음 놓고 슬퍼할 수도 없었다.


괜찮다고 했다. 다 잊었다고 했다. 그리고 입을 닫았다.



"i know you're tired

i know you're hurting

but i hope these words

remind you

that you are capable

of saving yourself."


Poem credit to r.h.Sin






매일 밤, 침대 안에서 이불속에서 수없이 무너져 내리는 스스로를 나지막이 다독였다. 멍해진 정신을 붙잡으며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그리고 하고 싶은 것들을 억지로 생각해내려고 했다. 순간순간 숨통을 옥죄어 오는 감정들에 잠식되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다. 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더 이상 힘들게 할 수 없었다.


그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온 삼주 후, 나는 치앙마이에 왔다.






그동안 정글 속에서 삼 주간의 요가 강사 트레이닝을 마쳤고 다시 도시로 돌아온 지금, 매일 아침 분주한 작은 골목길을 지나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샌드위치를 먹으러 베이커리에 가는 길이 얼마나 행복한지 이 감정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시간에 나는 바람 앞의 촛불처럼 불안하게 흔들렸고 지금 생각하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구질구질한 감정들의 연속이었지만 반 베이커리의 샌드위치와 커피 한 잔이 주는 소박한 행복처럼 담백하고 깔끔하게 최대한 힘을 빼고 이 글을 써 내려가고 싶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 소소한 행복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어딘가의 누군가와 조심스레 내 마음을 나누고 싶다. 그리고 위로하고 싶다. 괜찮다고. 다 괜찮아질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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