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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층간소윤 Oct 10. 2021

<오징어 게임>-마른 오징어보다 질긴 K부정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감상기 드로잉 리뷰

 코로나 이후 이 정도 규모의 대유행은 최초가 아닐까 싶습니다. 

달고나 키트와 초록색 트레이닝복이 불티나게 팔리고 천문학적인 숫자의 패러디 영상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출연배우들의 sns 팔로워 수는 자고일어나면 10만명씩 오르고있구요. 

전 세계가 <오징어 게임>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사전정보없이 <오징어게임>이라는 제목만 들었을땐 말그대로 오징어를 뽑는 게임을 떠올렸습니다. 

판에 박힌 미의 기준으로 미녀를 가리는 미인대회에 불만많은 사람들이 만든, 오징어중의 오징어를 가리는 혁명적인 얼평경합인가 하고 말이죠. 


아니면 낚시예능 <도시어부>의 다른 버전으로 오징어배를 타는 리얼리티 예능프로도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선선해지는 초가을밤 오징어회에 소주한잔 생각하면서 입맛다시며 일단 TV를 틀었습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계셨다면 서운한 소식입니다만 <오징어게임>에 오징어는 커녕 수산시장 입구도 나오지 않습니다.


<오징어게임>은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뚝박기 망까기 말타기와 함께 아날로그 어린이들이 즐겨하던 놀이입니다. 흙바닥에 오징어 모양을 그려넣고 그 안에서 공격과 수비가 싸우는 게임입니다.

어른들의 기억 저편에 남아있는 동심과 추억의 놀이터 위에서 현실처럼 치열한 혈투를 벌이는 공간이 <오징어 게임>의 배경입니다. 



동그라미, 세모, 네모. 

원초적인 도형들은 오징어 게임판의 구성요소입니다. 게임을 진행하는 요원들의 얼굴에 그려진 도형이기도 하고, 수상한 명함에 덩그러니 찍혀진 마크이기도 합니다. 아무 의미가 없어보여서 어쩐지 더 서늘한 이 도형들을 그려놓고 드로잉 리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자유롭게 밀고당기고 늘이고 줄이며 자리를 잡아봅니다. 




 이 게임이 정말 안티미스코리아를 뽑는 서바이벌이었다면 '한미녀'라는 캐릭터는 이름부터가 게임의 취지와 동떨어진 셈입니다. 극중에서 가장 정체가 모호하며 존재감은 누구보다도 강했던 한미녀를 먼저 그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역시나 동그라미 세모 네모로부터 두번째 인물을 그려주겠습니다. 

한 번 더 자유롭게 움직여가며 제자리를 찾아줄께요. 


 덕수가 없었다면 한미녀의 존재감도 없었을 거에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를 섬뜩하게 보여준 이 커플이 저는 두고두고 많이 생각났습니다. 

어쩜 로맨스를 여름철 실온에 일주일 방치한 오징어처럼 불쾌한 느낌으로 그려낼 수 있는지 배우들도 대단하고 시나리오도 대단합니다. 



애증의 두사람을 끈끈하게 이어주겠습니다. 







 게임의 참가자들이 머물고 싸우는 공간은 비현실적으로 으리으리하고 귀엽기까지 합니다. 거대한 키즈카페를 가져다놓은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참가자들이 이 공간에서 더욱 현실감각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다가 탈락하는것 같습니다. 귀엽고 유치하고 밝은 것들이 가장 무서운것들이 되어버립니다. 

모두의 목숨값이 걸려있는 돼지저금통이 활짝 웃으며 그 중심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불운한 순간마다 등장하던 분홍 리본을 여기에 함께 장식해주도록 하겠습니다. 





 현실에 치이고 있는 어른들이 어릴 때 많이 했던 정겨운 놀이들이 등장합니다. 

게임의 룰은 똑같으나 더이상 웃으면서 즐길 수가 없는 놀이들입니다. 

달고나 뽑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구슬치기..










<오징어게임>에서 가장 난감한 연출을 꼽으라면 십중팔구 vip 등장 장면을 꼽을 것을 확신합니다. 

"대체 이 게임은 어디서 누구에 의해 시작되었고 이렇게 많은 상금을 마련해서까지 진행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라는 의문을 품고 정주행을 하다가 맥이 탁 풀리는 장면입니다. 속물적이고 우스꽝스러운 대부호들의 오락시간을 그려내려는 의도인것까진 알겠는데 vip들의 인종,성별,성격과 외모까지 너무도 판에박힌 모습들이었습니다. 설득력이 없진 않으나 2021년의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진부한 설정이었다고 할까요.







향락적이고 퇴폐적인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라고는 해도 좀 멀리 나간듯한 이 장면을 좀더 보기좋게 바꿔보겠습니다.












 등번호 1번, 오징어게임의 최연장자 오일남 어르신도 놀이는 껴서해야 제맛이라고 하였으니 vip를 구슬치기에 참여시켜드리도록 합시다. 


오징어게임 3화의 제목이 <깐부>인데 딱지치기, 구슬치기 등 놀이를 할 때 같은 편을 의미하는 속어로, 딱지나 구슬 등도 공동관리하는 한 팀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구슬치기로 맺어진 두 친구, 이 '깐부'를 맺어주는 구슬의 역할을 vip가 해주면 어떨까요? 눈살 찌푸려지던 장면을 훈훈하게 바꾸어보았습니다. 




본격 채색에 들어가보겠습니다.




아, 그전에 응당 가장 돋보이는 자리에 있어야할 주인공 기훈을 아예 그리지도 않아서 의아하다 여기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유학가면 앞날이 창창할 딸을 자신의 구질구질한 삶에 끌어들여서라도 소유하고 싶어하는 뒤틀린 부정을 가진 기훈. 그 뒤틀린 부정이 이 게임을 이어나가는 힘으로 묘사된것이 싫어서 과감히 빼버렸습니다.






대신 그 어느때보다 존재감이 확고했던, 동네 미용실에서 나오던 빨강머리의 기훈을 오징어에게 녹여주었습니다. 



배경은 오징어 먹물을 끼얹은것처럼 앞이 안보이는 캄캄한 검정으로 칠해주었습니다. 

게임의 참가자들이 살고있던 현실이 그런 막막하고 어두운 느낌이었을것 같습니다. 


언젠가 코로나가 끝나서 외국인 친구들과 모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놀 날을 그려보며 <오징어 게임> 드로잉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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