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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승하 Jul 15. 2023

비빌 언덕

최종합격과 함께 찾아온 불안

취업을 했다. 경기도에 소재하고 있는 공공기관이다. 자세한 사업과 업무를 이야기하면 나의 신분이 노출될 거 같아 약간의 베일을 쓴 채로 글을 쓴다.


며칠 전에 본 면접이 좋게 평가가 됐는지 최종합격을 할 수 있었다. 고단했던 서류와 필기전형을 뒤로 하고 합격소식 이후 나는 심각한 고민에 휩싸였다. 이유는 회사가 수도권이라는 점이었다. 태생부터 지방인으로 살아왔던 나는 수도권 거주의 삶을 상상하지도 감히 꿈꾸지도 않았다. 다양한 기회가 숨어있는 곳임을 알았지만 그보다는 안락한 지방의 삶이 좋다는 일종의 정신승리였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대학부터 인턴, 이전 직장까지 모조리 지방에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러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대부분의 공공기관은 지역이전을 했던 터라 더욱 확신했다. 합격한 기관은 경기도 소재였으나 당연히 최종합격할 줄은 몰랐다.)


부랴부랴 셔틀버스 노선을 확인하고 근처 월세방을 알아보려 부동산을 전전했다. 만 26세가 되었지만 세상은 아직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느꼈다. 불안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나의 작은 결정에도 어떠한 확신이 들지 않아 이러저러한 고민과 걱정을 엄마에게 쏟아냈다. 그때마다 엄마의 답변을 들으면서 내 생각을 고치기도 하고 계획을 수정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불안에서 불투명해진 마음까지 찾아왔을 때에는 아빠에게 어렴풋이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아빠는 “살다보면 살 수 있는 길이 생긴다. 너무 걱정 마렴”이라는 답을 주었다. 나는 이게 답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곱씹을수록 불안이 잦아들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나는 비빌 언덕 없이는 아직 바로 서지 못하는 초생식물 같다고 생각했다. 옆의 지지대 없이는 맥없이 고꾸라져 버리는. 하지만 분주히 뿌리를 땅 속에 내리고 있는. 그래서 지지대와 물, 햇빛을 찾아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기도 하는. 하지만 언젠가는 꽃과 열매를 맺으리라 다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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