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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승하 Jun 09. 2023

취준 수양록

나는 나만의 길을 간다

나는 21.8월에 공공기관에 입사했다. 약 6개월간 취준을 위해 달렸었고 목표했던 곳은 아니지만 근무할 수 있는 지역이 마음에 들어 입사하게 되었다. 당시 취준이라는 컴컴한 퀘스트에 지쳐있기도 했었다. 그곳에서 약 1년간 근무를 했다. 마음속으로는 이직을 시도해야지 해야지 해야.. 지 하면서 자신을 달래 보았지만 점점 마음속의 메아리가 희미해져 갔다.


의지가 퇴색하게 된 면피용 핑계를 찾자면 일이 너무 바빴다. 공공기관 본사는 밖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야근이 굉장히 많다. 특히 우리 부서에서 맡은 사업이 커지면서 더 그랬다. 녹록지 않은 사회생활과 취준에 대한 아쉬움, 타지살이의 외로움이 쌓여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1년을 채우고 퇴사를 결정했다.


다시 돌아온 집은 꽤 행복하다. 먼저 오후에 따뜻한 햇빛을 느낄 수 있는 특권을 마음껏 누렸다. 그리고 부모님의 사랑과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세상 어디에도 나를 먼저 생각해 주고 기쁠 때 정말 기뻐하며 슬플 때 같이 슬퍼해줄 수 있는 이는 많지 않기에.


일상이 오로지 행복만 하면 좋으련만 다시 출발선에 선 대한민국 취준생의 신분은 꽤나 불안하다. 경제지에서 분기별로 고용률과 실업률을 떠들어대고 인원감축과 신규채용의 계산기를 두드리며 방구석 백수를 힘 빠지게 한다. 혼란스러운 시기에 한 가지 감사해야 할 것은 불안할수록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불안해하는 나를 보며 새삼 내가 이 정도의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이었구나 깨닫고, 남들과 시도 때도 없이 비교하는 나를 보며 내가 이 정도로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사람이구나를 느낀다.


취준이 길어질수록 이 시간들이 하나의 수양과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나를 바라볼 때마다 그렇다. 비교와 불안 사이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나를 객관화하는 시간은 아프지만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상처에 종종 아플 때마다 내가 습관처럼 새긴 말은 "나는 나만의 길을 간다"이다. (정말 이 말이 좋아서 문신을 할까 고민하다가 포기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아직도 취준생이다. 몇 번의 최종면접을 봤지만 합격 소식은 아직 없다. 탈락도 나만의 길이다. 합격도 나만의 길인 것처럼. 취준을 하면서 내가 성숙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회사생활 당시에는 이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는데 역시 사람은 고독의 시간이 주어져야 성장을 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내가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얻었고, 그 속에서 내 취향을 재발견하기도 했다. (그래서 브런치에서라도 작가 비스무리 무언가가 된 기념으로 내 취향들에 대해서 적어내볼까 생각 중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런 깨달음으로 나의 길을 닦아나가야지. 어쩌면 이런 깨달음을 얻기 위해 전지전능한 누군가가 나에게 취준이라는 따뜻한 시련을 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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