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부족함을 느끼면 그 자리에 뭔가를 채워야 완전하다고 느꼈습니다. 이를테면 컵에는 물이나 음료가 가득 담겨있어야 했고, 당장 쓰지 않더라도 필통 안에 형광펜부터 수정테이프, 칼, 양면테이프, 딱풀까지 가지고 다녀야 마음이 놓였습니다. 물건뿐만 아니라 마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마음 한구석에서 쓸쓸함이 느껴진다면 그 결핍의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완전함은 마음이 불편하지 않고 편안하고, 안전한 상태를 뜻했으니까요.
저의 결핍은 외모가 될 때도 있었고, 대인관계가 될 수도 있었고, 제 성격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결핍은 항상 제 안에 있었고, 저는 그것을 채워야만 완전해지고 행복할 수 있을 거라 믿었기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 고치고 개선하는 데에 힘을 썼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내면의 문제를 찾아서 개선하려고 할수록 오히려 엇나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고치고 개선하는 것이 좋게 작용할 때는 내면이 성장했지만, 반대로 제 자신을 계속해서 문제 있는 사람으로 정의했던 것과 다름이 없으니까요.
사실 개인의 특성이나 기질, 고유의 성격은 단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장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예민함은 특정 상황이나 누군가에게 피곤함, 짜증, 실증이 될 수 있지만, 어떤 환경과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재능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제 예민함과 공백을 견디지 못하는 조바심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제 자신을 결핍이 있는 존재로 여기며, 결핍 없이 완벽해야 한다는 이상적인 기준을 세우고 스스로를 채찍질했습니다. 그럴수록 불행해졌지만요. 개선 욕구가 적절할 때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지나칠 경우 집착이 되어 제가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제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제 부족한 부분까지도 받아들이는 것이었는데 말이죠.
행복을 간절히 바라면 오히려 행복에서 멀어지는 것처럼, 완벽을 추구할수록 완벽에서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은 소망하고 원하는 것일수록 얻기 어렵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결국, 완전함은 모든 결핍과 단점을 수용하고 자신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임을 알게 된 요즘, 쉽지는 않지만 나의 결핍과 예민함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해보려 합니다.잘 안되지만요.
+ P.S
물론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마인드 컨트롤이 안 될 때마다 스스로를 자책하고 땅굴을 파는 일이 반복되지만 이게 저인걸 어쩌겠어요.판단하지 않으려는 연습부터 해야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불안정하고 굳이 완벽해질 필요도 없으니까요. 노력.. 아니 힘을 빼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