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야기 하나를 시작하려고 한다. 이 이야기가 끝날 즈음이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많은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이야기는 어떤 천사로부터 시작된다. 그냥 천사가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천사로부터. 어느 날, 완벽한 천사는 거울을 하나 만들었다. 보잘것없고 나쁜 것도 사정없이 아름답고 황홀하게 비춰 주는 거울을 말이다.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흉한 풍경도 거울에 비추면 한여름 낮처럼 찬란하고 싱그럽게 보였다. 더없이 나쁘고 거짓된 인간들도 거울 속에서는 천사의 모습을 띄었다. 물론 아름답고 선한 것들은 더더욱 아름답고 더더욱 선하게 보였다.
완벽한 천사는 자신이 만든 거울이 아주 아주 자랑스러웠다. 그래서 하늘나라의 모든 천사들과 함께 세상을 비추어 보았다. 거울 속에서는 일그러진 나라나 인간은 하나도 없었다. 천사들은 이제야 인간들이 참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며 환호했다.
천사들은 지옥의 악마와 죄인들에게도 거울을 보여 주고 싶었다. 그들도 자신의 아름다운 면을 보면 마음이 변하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말이다. 완벽한 천사는 거울을 들고 지옥으로 향했다. 거울은 지옥에 가까이 갈수록 조금씩 미소를 뗬다. 계획이 성공하리라는 기대감에 완벽한 천사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지옥에 가까워지면 질수록 거울의 미소는 웃음으로 변했다. 급기야 거울이 너무 크게 웃어 손으로 붙잡고 있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악마와 죄인에게 거의 다다른 순간, 거울의 웃음은 너무나도 격렬해졌고 완벽한 천사는 그만 거울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거울은 산산조각이 되어 수천수백 개의 조각으로 쪼개졌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티끌과 파편이 되어 날아갔다.
전 세계에 거울의 축복이 퍼졌다. 모래 알갱이보다 작은 거울 조각들은 전 세계 사람들의 몸 곳곳으로 들어가 자리 잡았다. 거울 조각이 박힌 사람은 모든 사물을 아름답게 보았고 사물의 좋은 면만 보았다. 아무리 작은 부스러기라도 거울이 가지고 있던 원래의 선한 힘은 그대로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커다란 거울 조각이 심장에 박히기도 했다. 그러면 심장은 뜨거운 불덩이로 변해 따뜻한 마음이 되었다. 몇몇 아주 커다란 거울 조각은 유리창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거울 유리창을 통해 바라본 세상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어떤 조각들은 안경알로 사용되었다. 거울 안경을 쓴 사람은 이로움과 선함을 더욱 확대하여 보았다. 아직도 바깥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작은 거울 파편들이 먼지처럼 떠다니고 있다. 이제 그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도록 하자.
두 번째 이야기 소년과 소녀
대도시에는 사람들과 집들이 가득했고 공간이 좁아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그곳에 한 소년과 소녀가 살았다. 둘은 이웃이었는데 너무도 가난해 한집에 사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서로의 집은 달랐지만 지붕이 맞닿아 있어 각자의 집 창문으로 서로의 집을 훤히 볼 수 있었다. 심지어는 어느 쪽이든 창문을 열고 나와 다른 창을 통해 서로의 집으로 쉽게 오갈 수 있었다. 집 안은 항상 어두웠고 부자연스러운 고요와 소음이 함께했다. 소년과 소녀의 부모는 비슷한 부류였다. 매일 술에 취해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술에 취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게임만 하는. 그래서 소년과 소녀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소년과 소녀는 밤마다 창밖으로 나와 지붕 위에 앉아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놀았다. 그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때였다.
그러나 겨울이면 거의 매일 창문과 지붕이 꽁꽁 얼어붙어 소년과 소녀는 만나기 어려웠다. 그래서 소년과 소녀는 다른 방법을 찾아냈다. 구리 동전을 난로에 뜨겁게 달군 다음, 얼어붙은 유리창에 갖다 대 동그랗고 동그란 구멍을 만들었다. 소년과 소녀는 각자의 창문에 생긴 구멍을 통해 서로의 사랑스럽고 밝은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아무 말하지 않아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었다. 소년의 이름은 카이였고, 소녀의 이름은 게르다였다.
세 번째 카이와 거울 파편
밖에는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카이와 게르다는 눈보라를 바라보며 눈동자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카이의 눈동자가 말했다.
‘밖에서 윙윙거리는 저 하얀 눈송이들 좀 봐. 하얀 눈 벌 떼 같아. 눈송이들에게도 여왕이 있을까? 진짜 벌에게는 여왕벌이 있잖아.’
게르다가 눈동자로 대답했다.
‘그럼, 당연히 있지! 눈의 여왕은 항상 눈송이가 제일 많은 곳에서 날아다녀. 몸집도 가장 크지. 눈의 여왕은 땅에 가만히 있지 않아. 늘 검은 구름 속으로 날아오르곤 해. 또 겨울밤이면 도시의 거리를 날아다니면서 집집의 창문을 들여다봐. 그래서 우리 집 창문이 꽁꽁 얼어붙고 얼음꽃으로 뒤덮이는 거야.’
카이의 눈동자가 다시 물었다.
‘그러면 눈의 여왕이 창문 안으로 들어올 수도 있을까?’
게르다의 눈동자가 슬프게 반짝였다.
‘눈의 여왕이 집 안까지 꽁꽁 얼려주면 좋겠다. 우리만 빼고 말이야.’
눈보라가 점점 더 거세지더니 커다란 눈송이 하나가 맞닿은 지붕 끝에 내려앉았다. 눈송이는 점점 커다래지더니 마침내 곱고 하얀 옷을 입은 사람으로 변했다. 별처럼 반짝이는 수백만 개의 눈송이로 만들어져 몸 전체가 투명한 얼음 결정체처럼 보였다. 찬란한 별처럼 환하게 빛나는 두 눈동자가 카이와 게르다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고요도 평온도 아닌 다른 종류의 빛이었다. 그 사람은 카이와 게르다의 창문을 향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을 했다. 카이와 게르다는 놀라서 그만 뒤로 벌러덩 넘어지고 말았다. 바로 그 순간, 창밖으로 거대한 흰 새가 날아가는 것을 본 것만 같았다.
다음 날 찬란한 햇살이 떠올랐다. 카이와 게르다는 오랜만에 지붕 위에 올라온 몸으로 햇살을 받았다. 바로 그때 그 일이 일어났다. 커다란 교회 탑에서 종소리가 다섯 번 들려온 순간, 카이가 비명을 질렀다.
“아야, 지금 뭔가 내 가슴을 찔렀어! 앗, 눈에도 뭐가 들어간 것 같아!”
게르다는 깜짝 놀라 카이를 두 팔로 안았다. 그러고는 두 눈을 들여다보고 가슴을 어루만졌다. 카이는 눈을 깜빡거리더니 다시 말했다.
“이제 없어진 것 같아.”
하지만 없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앞서 말한 천사의 거울 파편이었다. 차갑고 흉측한 것들을 선하고 훌륭하게 보이게 하고, 악하고 보기 싫은 것들은 보이지 않게 하며, 작은 아름다움은 커다랗게 확대해 주는 선하고 착한 거울 말이다. 그 거울 파편이 카이의 심장과 눈에 박힌 것이다. 이제 곧 카이의 심장은 뜨거운 불덩이로 변할 것이고 눈동자는 더욱 반짝일 것이다.
카이가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게르다, 걱정하는 네 눈빛이 이렇게 따스했었니? 난 이제 아프지 않아.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기분이 좋은 걸? 이런 기분 좋은 날은 한 번도 없었어!”
카이는 연신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우아, 우리 동네가 이렇게 아름다웠나? 위에서 내려다보니 지붕이 다이아몬드로 뒤덮인 것 같아.”
카이는 아래에서 빗질을 하며 눈을 치우는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안녕하세요! 정말 좋은 날이에요!"
사람들은 빗질을 멈추고 지붕을 올려다보았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한동안 카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카이의 즐거운 목소리를 들은 건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카이의 부모가 소리를 질렀다.
“카이! 네가 거기서 노닥거릴 때야? 빨리 들어와서 집이나 좀 치워!”
카이는 부모의 화난 목소리에도 놀라지 않고 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부모님이 나를 애타게 찾으시네. 얼른 들어가야겠다.”
게르다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카이의 팔을 잡아당겼다.
“카이, 조금있다가 내려가. 지금 바로 가면 엄청 혼날 거야.”
카이는 게르다의 손을 부드럽게 떼어내었다.
“그럴 리가. 부모님이 나를 저렇게 애타게 찾고 계시잖아. 내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러신 거야.”
카이는 날다람쥐처럼 가볍게 내려가 창문을 통해 집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그러고는 한 마리의 작은 종달새처럼 밝게 말했다.
“엄마, 아빠! 저 왔어요!”
그 말을 끝으로 카이의 목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카랑카랑 찢어질 듯한 목소리와 둔탁한 둥둥 소리만 게르다의 귓가에 맴돌 뿐.
네 번째 이야기 눈의 여왕과 카이, 게르다
게르다는 침대 아래에 웅크리고 있었다. 카이의 집에서는 그 후로도 이따금 고함소리와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 무거운 물체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카이의 집이 조용해지면 게르다의 집에서 더 큰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 그리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자취 소리, 게르다를 찾는 높고 크게 지르는 소리. 술 냄새도 짙게 풍겼고 이상한 광채로 번득이는 불그레한 눈동자가 굴러가는 소리도 들리는 것만 같았다. 게르다의 심장이 똑딱똑딱 뛰었다. 게르다는 두 귀를 손바닥으로 꼭 막고 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그러고는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제발 부모님이 자신을 찾지 못하기를. 부모에게 들키면 게르다는 머리채를 휘어 잡힌 채 이리저리 끌려다녔다. 동네 사람들 누구도 게르다를 도와주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게르다의 부모를 막거나 게르다를 숨겨 줬다가 낭패를 당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앞집 아주머니가 경찰에 신고했다가 하루 종일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한 날도 있었다. 게르다의 부모가 온종일 앞집 현관문에 술병을 던졌던 것이다.
어느덧 해가 지고 컴컴한 어둠과 적막한 공기가 드리웠다. 그제야 게르다는 조심히 침대 아래에서 기어 나왔다. 게르다는 얼른 창문의 동그란 구멍에 눈을 대었다. 맞은편 창문에서 카이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게르다는 창문을 열고 카이네 집으로 건너가 창턱에 걸터앉았다.
“카이, 괜찮아?”
카이의 모습은 오늘 더 엉망이었다. 주먹만 한 멍이 든 얼굴, 매 자국이 뱀처럼 휘감긴 팔, 검붉은 핏자국이 내려앉은 크고 작은 상처들. 게르다는 카이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렸다.
“게르다, 넌 우는 모습도 참 예뻐. 눈물이 마치 퐁퐁 솟는 봄의 샘물 같아.”
“카이, 무섭게 왜 그래? 아프지 않아?”
카이는 환하게 웃으며 게르다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난 괜찮아. 걱정하지 마. 이렇게 너랑 얘기하고 있잖아.”
게르다는 카이의 모습에 적응할 수 없었다. 상처 난 얼굴로 연신 일그러진 미소를 짓는 카이가 낯설었다.
“난 다행히 오늘은 부모님께 들키지 않았어. 부모님이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대로 곯아떨어졌거든.”
카이는 다시 한번 정답고 환하게 웃으며 게르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정말 다행이야. 너희 부모님처럼 좋으신 분은 세상에 없어. 우리 부모님은 빼고! 우리 부모님은 나를 정말 사랑하신단 말이야.”
게르다는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삐죽거렸다.
“카이! 진심이야? 우리 부모님이 좋으시다고? 매일 술을 마시고 툭하면 우리를 때리고, 굶기는데도?”
카이는 연신 싱글거리며 말했다. 입가의 상처가 더 찢어져 피가 나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우리를 세상에 태어나게 해 주셨고, 우리가 서로 만날 수 있게 해 주셨잖아!"
게르다는 말문이 막혀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바로 그때 어디선가 처음 보는 커다란 썰매가 창밖으로 나타났다. 썰매는 온통 흰색이었고 그 안에는 털이 긴 흰색 모피를 온몸에 두르고 흰색 털모자를 쓴 사람이 앉아 있었다. 흰 썰매는 하늘 위에서 크게 두 바퀴를 돌았다. 게르다는 썰매를 가까이에서 보려고 재빨리 지붕 위로 올라갔다. 카이도 게르다를 따라 올랐다.
“어제 눈보라와 함께 오신 분 맞지요?”
게르다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썰매는 지붕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안녕? 어제 본 아이들이구나. 난 눈의 여왕이란다. 이렇게 추운 날, 왜 밖에 나와 있니?”
게르다는 공손히 눈의 여왕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눈의 여왕님. 당신이 바로 하얀 눈송이들의 여왕님이시군요!”
눈의 여왕은 차갑지만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맞아.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네. 사람들은 내가 추위를 가져온다고 싫어해. 봄에 레몬과 포도나무가 잘 자라려면 어쩔 수 없는데도 말이야.”
“전 여왕님이 정말 좋아요. 눈이 내리고 얼음이 꽁꽁 얼면 저기 넓은 호수에서 썰매를 마음껏 탈 수 있거든요.”
눈의 여왕은 게르다의 머리를 살며시 어루만졌다. 손길이 차갑긴 했지만 왠지 모르게 따스한 감정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게르다는 눈의 여왕의 마음과 태도를 살피며 잠시 머뭇거리고 주저주저했다.
“혹시 부탁 하나 들어주실 수 있나요? 저와 카이 집 안을 모두 꽁꽁 얼려주세요. 저희만 빼고요.”
눈의 여왕이 난처해하며 게르다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이런, 게르다! 그러면 집 안의 모든 생물은 기능을 멈추게 된단다. 너희 부모님의 심장까지 말이야.”
카이는 깜짝 놀라 게르다와 눈의 여왕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안 돼요. 우리 부모님의 심장을 멈추게 하지 마세요."
"전 괜찮아요! 카이, 넌 이렇게 계속 살 수 있어? 난 이제 지쳤어. 더는 참을 수 없다고!”
“게르다, 다시 한번 생각해 봐. 우리가 더 잘하면 돼. 우리 함께 힘을 내자.”
게르다는 눈물을 글썽이며 소리쳤다.
“카이야, 정말 모르겠어? 이건 우리가 더 잘한다고, 더 노력한다고 바뀔 수 있는 게 아니야. 지금까지 우리가 뭘 잘못했지?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만날 아파야 하냔 말이야. 우린 잘못한 게 없어. 우리가 어떻게 하든 앞으로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을 거야.”
게르다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켜고는 눈의 여왕을 바라보았다.
“그럼, 저를 꽁꽁 얼려주세요. 제 심장은 이제 멈출 준비가 다 되었어요.”
눈의 여왕은 슬픈 눈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눈의 여왕의 입에서 새하얀 입김이 증기처럼 새어 나왔다.
“가엾은 게르다! 차라리 나와 함께 얼음 성으로 가자. 그곳에서 겨울 동물들과 함께 지내는 거야.”
게르다는 예상치 못한 답변에 당황했지만 너무 기뻤다. 이곳을 빠져나갈 생각에 심장이 마구 고동쳤다.
“저를 데려가 주세요. 겨울 동물들과 함께 지내고 싶어요. 카이, 우리 함께 가자.”
하지만 카이는 주뼛거리며 뒷걸음쳤다.
“나도 얼음 성을 한번 보고 싶어. 하지만 내가 가면 우리 부모님이 슬퍼하실 거야. 게르다, 너도 잘 생각해 봐! 부모님 없이 살 수 있어? 부모님과 우리는 한 가족이잖아.”
게르다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한 가족? 만날 나를 때리는 부모님이 정말 가족일까? 그런 가족이라면 없어도 괜찮아. 난 이곳에서 당장 벗어날 거야.”
눈의 여왕은 초조한 기색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얘들아, 난 더 이상 이곳에 지체할 수가 없단다. 다른 곳에도 추위와 눈을 나누어 주어야 해.”
눈의 여왕이 말을 마치자마자 게르다는 집 안으로 들어가 자신의 썰매를 가져왔다. 그러고서 눈의 여왕의 썰매에 단단히 묶고 올라탔다.
“카이, 난 혼자라도 떠날래!”
게르다가 카이에게 짧은 작별 인사를 남기자 눈의 여왕은 순식간에 작은 썰매를 매달고 힘차게 달렸다. 흰 썰매는 점점 더 빠르게 달려 순식간에 광장을 지나 다음 거리에 도착했다. 눈의 여왕은 고개를 뒤로 돌려 게르다가 안전한지 확인했다. 게르다가 썰매를 다시 한번 꽉 잡자 눈의 여왕은 게르다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눈의 여왕과 게르다는 도시의 성문을 빠져나와 곧장 앞으로 달렸다. 눈의 여왕은 게르다를 데리고 검은 구름 위로 높이 날아올랐다.
다섯 번째 이야기 눈의 여왕과 얼음 성
거센 폭풍이 마치 옛 노래를 부르듯이 귓가에서 몰아쳤다. 숲과 호수, 바다와 들판 위를 날았다. 썰매 아래에서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쳤고 늑대가 울부짖었다. 천지에 눈이 하얗게 쌓여 있었다. 눈은 점점 더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심하게 내리는지 게르다는 바로 코앞에 있는 자신의 손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게르다는 썰매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썰매를 더 세게 움켜쥐었다. 게르다의 작은 썰매는 흰 썰매에 매달려 질풍처럼 앞으로 내달렸다. 눈보라는 더욱 거세게 휘몰아쳤고 썰매는 바람을 맞으며 날듯이 달려갔다. 간혹 가다가 썰매는 공중으로 훌쩍 치솟기도 했다. 눈에 덮인 도랑이나 울타리를 뛰어넘는 듯했다. 게르다는 완전히 겁에 질렸지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게르다는 밤에는 크고 밝은 달을 바라보았고 낮에는 눈의 여왕의 발아래에서 잠이 들었다.
어느 순간 눈송이들이 옆으로 튀면서 흰 썰매가 멈추고 눈의 여왕이 일어섰다. 눈의 여왕은 정말로 눈 그 자체처럼 눈부시게 하얗게 보였다.
“우리 정말 신나게 달렸지? 저런, 많이 추운가 보구나.”
눈의 여왕은 게르다를 꼭 감싸 안으며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게르다는 눈덩이 속으로 푹 파묻힌 기분이 들었다. 더 이상 추위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자, 성 안으로 들어가자.”
게르다는 눈의 여왕을 따라 썰매에서 내렸다.
얼음 성은 휘몰아치는 짙은 눈보라가 만든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창과 문은 커다란 눈송이로 만들어져 있었다. 성 안에도 눈보라의 벽으로 이루어진 방이 수백 개나 있었다. 모든 방에서 오로라가 샹들리에처럼 환하게 빛났다. 방들은 얼음덩이들로 사정없이 번쩍거렸다. 가장 큰 방에는 폭풍이 음악을 연주하고 북극곰이 뒷발로 서서 춤솜씨를 뽐내며 흥겨운 파티를 열고 있었다. 작은 방에서는 펭귄들이 서로 장난치면서 유쾌하게 떠드는 놀이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또 다른 방에서는 흰 여우 아가씨들이 모여 코코아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끝없이 드넓은 얼음의 방 한가운데에는 얼어붙은 호수가 있었다. 호수의 수면은 수천 조각으로 갈라져 있었다. 여왕은 호수를 ‘이성의 거울’이라고 불렀다. 겨울 동물들은 호수 위에서 얼음 조각들을 이리저리 옮기고 짜 맞추어 모양을 만들며 놀았다. 우리가 나뭇조각들을 맞추어서 어떤 모양을 만들어 내듯이. 동물들은 매번 참으로 정교한 모양들을 만들어 내곤 했다. 얼음 조각으로 모든 글자를 짜 맞출 수도 있었다. 누구라도 얼음 놀이에 푹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었다.
게르다는 얼음 성에서 겨울 동물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매일매일 행복을 느꼈다. 얼음의 추위와 매섭고 독한 칼바람 때문에 새파랗게 질리기도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얼음도, 눈도, 눈보라도 없는 집에도 항상 한기가 가득했다. 부모의 서늘한 눈빛, 귀가 떨어져 나갈 듯 시린 고함소리, 살을 매섭게 파고드는 매질. 그런 냉랭한 한기 속에서 게르다는 항상 무방비 상태였다. 하지만 얼음 성에서는 달랐다. 게르다에게는 추위 속에서 온기를 나누어 주는 이들이 있었다. 게르다에게 따뜻한 입맞춤을 하는 눈의 여왕, 옹기종기 모여 게르다를 감싸 안고 따뜻하게 녹여 주는 겨울 동물들. 이들이 바로 게르다의 진짜 가족이었고, 얼음 성은 추위로 가득했지만 진정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진정한 집이었다.
여섯 번째 이야기 남겨진 카이
게르다가 사라진 후, 카이는 어떻게 지냈을까? 게르다는 어디로 간 것일까? 누구도 알지 못했다. 게르다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단지 광장에서 놀던 아이들만이, 게르다가 어떤 크고 화려한 썰매에 자기 썰매를 묶고는 광장을 지나 성문 바깥으로 사라져 버렸다고 말했을 뿐이다. 게르다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게르다가 없어졌다고 슬퍼하는 사람도 없었다. 게르다의 부모마저도.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햇살과 함께 봄이 찾아왔다.
“아, 따뜻해. 햇살아, 내 상처를 어루만져 줘서 고마워.”
카이는 해님에게 말했다.
“가엾은 카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게르다를 찾아 떠나렴.”
해님이 카이를 더욱 따스히 쓰다듬으며 말했다.
“안 돼. 우리 부모님이 슬퍼하실 거야.”
제비들이 카이 주변으로 날아와 지저귀었다.
“아니야, 더 다치기 전에 게르다를 찾아 떠나.”
하지만 누구도 카이의 생각을 바꿀 수 없었다.
매일같이 바위처럼 울퉁불퉁한 주먹이 카이의 몸 이곳저곳을 꽝꽝 내리찍었다. 카이는 주먹질에 대비해 양팔로 얼굴을 감쌌다. 카이는 종잇장처럼 거실 구석으로 휙 날아가기도 했다. 카이의 몸은 나날이 나빠졌다. 속이 메스껍고 두통이 자주 났다. 누워 있으면 방 천장이 빙글빙글 돌다가, 내려왔다 올라갔다, 넓어졌다 좁아졌다 했다. 퉁퉁 부은 눈꺼풀은 내려앉아 올리기 버거웠다. 카이의 몸은 상처로 얼룩져 피폐해져 갔지만 카이의 마음은 나날이 밝아졌다. 카이의 심장과 눈에 박힌 거울의 파편이 따스한 빛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곱 번째 이야기 완벽한 천사와 바람의 노래
완벽한 천사는 하늘나라에서 거울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사람들 덕분에 세상은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였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생각했고 자신의 삶은 완벽하다고 느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완벽한 천사의 마음도 덩달아 따스해졌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하늘나라에 이상한 노래가 들려왔다.
거울의 축복일까, 거울의 재앙일까
집에 홀로 남은 가엾은 카이.
얼음 성으로 떠나 행복한 게르다.
집에는 날카로운 고함소리만 가득.
얼음 성에는 행복한 웃음소리가 가득.
거울의 축복일까, 거울의 재앙일까
완벽한 천사는 노래하는 바람에게 물었다.
“이 노래를 어디서 들었니?”
바람은 마치 따라오라는 듯이 기묘한 모양으로 일렁였다. 완벽한 천사는 바람을 쫓아 날았다. 노래를 어디서 들었냐고, 누구의 이야기냐고, 계속 물었지만 바람은 대답하지 않고 계속 움직였다. 완벽한 천사는 바람을 잡고 싶었지만 너무 빨리 불어 매번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하늘 아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어여쁘게 피어난 꽃들, 오래된 나무들, 양들과 소들이 여유롭게 풀을 뜯는 산비탈. 그곳에는 연신 웃음을 띄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완벽한 천사는 바람의 노래를 믿을 수 없었다.
여덟 번째 이야기 완벽한 천사와 카이
바람은 사람들과 집들이 가득한 대도시 속으로 들어가 낮게 불었다. 그러고는 지붕이 서로 맞닿아 있는 작은 집 앞에서 잔잔해졌다. 완벽한 천사는 양옆에 열려 있는 창문 두 개를 번갈아 보았다. 바람이 왜 그곳에서 멈추었는지 그저 궁금할 따름이었다.
그때, 한 창문 안에서 시끄러운 고함 소리가 느닷없이 들려왔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고, 들어 본 적 없는 끔찍한 소리였다. 지옥에서나 들릴 법한 소리, 사람이 사는 세상의 소리라고 믿을 수 없는 소리. 완벽한 천사는 소리를 들었지만 못 들은 것 같고, 못 들은 것 같지만 들은 것 같은 혼란함 속에서 정신이 아득해졌다. 완벽한 천사가 비틀거리자 바람이 살짝 불어와 몸을 받쳐 주었다. 고함이 폭풍처럼 한바탕 치고 나니 이번에는 거짓말처럼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태풍의 눈 속에 들어온 것처럼 고요만이 가득했다. 부자연스럽던 고요 속에서 희미한 신음 소리가 들렸다. 완벽한 천사는 신음 소리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에는 한 소년이 배를 등에 붙여 몸을 구부린 채 바닥에 누워 헐떡이고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통증이 오는지 인상을 쓰며 짧은 비명을 내질렀다. 소년의 입 주변과 찢어진 뺨에서 붉은 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 땀과 눈물, 피범벅이 된 소년의 머리칼을 바람이 힘겹게 쓸어 올려 주었다.
“이 아이가 카이예요. 집에 홀로 남은 가엾은 카이.
카이의 심장과 눈에 거울 파편이 박혔어요. 덕분에 카이는 무엇이든지 아름답게 보지요. 자신을 파괴할 수 있고 피해야만 하는 추악하고 나쁜 것들까지도요.
이게 바로, 완벽한 천사님이 바라는 거울의 축복인가요?”
바람의 이야기를 듣고 완벽한 천사는 어떠한 말도, 행동도 할 수가 없었다. 카이의 모습은 정말 끔찍했다. 이 작은 몸과 어울리지 않는 상처는 너무도 많이, 그리고 너무도 깊이 박혀 있었다.
완벽한 천사의 마음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맴돌았다.
카이는 거울의 파편 덕분에 모든 걸 행복하고 아름답게 생각한다.
이렇게 아프고 힘든 상황도 좋은 쪽으로만 생각한다.
너무나 고통스럽고 괴로운 상황이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카이는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 이곳을 벗어나지 못했다.
나쁜 면을 보고 불평과 불만을 쏟아내는 것보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좋은 점을 찾고 작은 것에 감사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정말 좋은 삶의 자세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것이 자신에게 최면을 거는 것이라면.
부당한 일에 저항하지 않고, 수동적인 삶을 살게 되는 자기 최면이라면.
완벽한 천사에게 갑자기 후회가 밀려왔다. 완벽한 천사는 자신의 가슴을 쥐어뜯으며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내가 거울을 만들지 않았다면, 거울 조각이 세상에 뿌려지지 않았다면.
애초에 완벽한 행복이란 없는 것이다. 거울은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모든 건 내 책임이다.
카이를 도와주어야 한다. 이 아이에게서 거울 파편을 빼내야 한다.
완벽한 천사는 결심이 선 듯, 슬픈 마음을 애써 누르며 바람에게 말했다.
"카이를 데리고 눈의 여왕에게 가자."
아홉 번째 이야기 얼음 성에서 일어난 일들
완벽한 천사는 바스러질 것 같은 카이를 조심조심 바람 위에 눕혔다. 그러고는 거친 바람과 눈보라를 피해 북쪽으로 향했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하지만 매우 빠르게 얼음 성으로 쉼 없이 나아갔다. 카이는 너무 힘들었는지 가는 내내 한 번도 깨지 않았다.
드디어 얼음 성에 도착했다. 완벽한 천사는 살을 에는 바람의 벽과 문을 통과해 성 안으로 들어갔다. 완벽한 천사를 아는 듯 휘몰아치던 바람이 잠든 듯 잦아들었기 때문이다. 눈의 여왕과 겨울 동물들, 그리고 게르다가 이성의 호수에 모여 얼음 조각 놀이를 하고 있었다.
"눈의 여왕님, 도와주세요!"
완벽한 천사의 절박한 부름에 모두들 깜짝 놀라 돌아보았다. 뒤이어 바람이 카이를 이성의 호수 위에 살포시 눕혔다. 게르다는 상처투성이 카이를 보고 소스라치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그러고는 카이를 부둥켜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카이의 모습은 자신의 모습이기도 했다. 얼음 성에 오지 않았다면 맞이했을 자신의 모습. 게르다는 카이를 억지로 데리고 오지 않은 자신을 책망했다.
"눈의 여왕님, 카이의 눈과 심장에 박힌 거울 파편을 차갑게 식혀 주세요. 거울 파편이 마음을 너무 뜨겁게 만들어서 카이가 이렇게 되었어요."
눈의 여왕은 시리도록 따뜻한 눈빛으로 완벽한 천사를 바라보았다. 완벽한 천사는 그 눈빛을 보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전 모두가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 불행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니었어요.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때로는 자신을 지키는 방패가될 수도 있는 거였어요.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힘을 줄 수도 있어요. 눈의 여왕님, 제발! 제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눈의 여왕도 카이의 모습을 보고 가만있을 수 없었다. 카이는 마치 물 밖으로 꺼내진 물고기처럼 힘겹게 퍼덕이고 있었다. 눈의 여왕은 카이가 이렇게 된 데는 자신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 자신이 좀 더 카이에게 관심을 가졌다면, 카이의 이상하리만치 뜨거운 눈빛에 의문을 품었더라면, 카이를 데려오는 데 더 적극적이었다면.
눈의 여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카이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새하얀 입김을 후 불었다. 입김은 점점 진하게 피어오르더니 작고 하얀 눈송이들로 변했다. 눈송이들의 수는 점점 늘어났고 점점 커지더니 마침내는 카이를 둥글게 둘러쌌다. 눈송이들은 카이의 몸을 구석구석 쓰다듬었다. 그리고 카이의 심장 속으로 스며들어 활활 타던 마음을 조금씩 누그러트렸다. 그 안에 있던 거울 파편을 꽁꽁 얼려 더 이상 타오를 수 없게 만들었다.
완벽한 천사는 조심스럽게 카이의 몸을 흔들어 보았다.
“아가, 일어날 수 있겠니?”
카이는 퉁퉁 부은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 올려 완벽한 천사를 올려다보았다. 카이의 눈동자에 고통과 아픔이 비쳤다. 카이는 끙끙대며 몸을 일으켰다.
"카이, 나를 알아볼 수 있겠어?"
"게르다! 그동안 어디 있다가 이제야 나타난 거야? 그런데 지금 여긴 어디야?"
카이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야! 안 아픈 데가 없어. 내가 이렇게 맞고만 있었다니, 믿기지가 않아!"
게르다는 카이를 꼭 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너무 추워. 몸이 꽁꽁 얼어버릴 것만 같아."
카이가 추위로 새파랗게 질리자 눈의 여왕은 카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카이는 더 이상 추위를 느끼지 않게 되었다. 눈의 여왕이 카이의 눈동자에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카이의 눈에 있던 푸르스름한 멍과 상처들이 사라졌다. 눈의 여왕은 카이의 손과 발에도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카이는 기운을 되찾고 건강해졌다.
"눈의 여왕님, 카이도 여기서 함께 살면 안 될까요?"
게르다는 눈동자를 반짝이며 눈의 여왕을 올려다보았다. 눈의 여왕은 시리도록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을 반기듯 얼음 조각들이 일어나 춤을 추었고 겨울 동물들은 아이들을 얼싸안았다.
게르다와 카이는 얼음 성에서 매일매일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완벽한 천사와 눈의 여왕은 매일 밤 세상을 돌며 거울 파편이 박힌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그러고는 거울 때문에 활활 타고 있는 심장을 식혀 주었다. 그중에 상처 받은 아이들은 얼음 성으로 데려왔다. 눈의 여왕이 얼음 성을 아이들에게 흔쾌히 내어 주었기 때문이다. 성은 여러 아이들로 가득 찼고 아이들은 눈의 여왕과 겨울 동물들의 시리도록 따뜻한 보호를 받으며 행복하게 살아갔다. 텅 비고 황량하며 혹독한 냉기만이 가득하던 집과 부모는, 얼음이 햇살에 녹듯이 그렇게 아이들의 머리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