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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기 Sep 04. 2021

06 전입과 전학은 간단하지 않다

친권의 필요성

 아이와 함께하는 날은 행복 그 자체였다. 아이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계속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지냈다. 다행히 지아의 상황은 아이를 보냈을 때보다 나아져 있었다. 안정적인 직장도 있었고, 지아의 부모님이나 다른 가족들도 아이를 데려오는 것에 대해 이제는 지지를 보내 주었다. 동건이 친권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동건은 그렇게 지아와 아이를 보낸 후 계속 아이의 전입 신고를 해 주지 않았다. 지아는 직접 해 보려 했으나 할 수 없었다. 전학은 전입 신고가 되어야 할 수 있는데, 전입 신고는 친권자가 전 세대주의 신분증 사본과 도장을 가지고 가야 할 수 있었다. 그때서야 지아는 이전 아이의 전학이 일반적인 절차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챘다. 자신의 아버지 신분증 사본과 도장을 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이를 보내지 않아도 되었는데, 그렇게 서로 깊은 상처를 받지 않아도 되었는데,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지아는 그 시간을 아이와 자신이 성숙해지는 기간으로 받아들였다. 이혼으로 바뀐 환경에 지아와 아이는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지아는 주변 사람들과 연락을 끊었고, 자신의 이혼을 숨겼다. 아이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서로 떨어져 있는 동안 지아와 아이는 서로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자신들 이외의 다른 사람들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아는 지신의 이혼을 당당히 밝힐 수 있게 되고 아이와 단둘이 지낼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되었다. 서로 떨어져 있는 동안 지아와 아이는 한층 성숙해졌고 단단해졌다.

 전학이 이루어지지 않는 동안 아이는 지아의 집에서 일상의 즐거움을 느꼈다. 엄마와 나누는 다정한 출근 인사,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사촌 동생과 보내는 여유로운 놀이 시간, 엄마와 매일 함께 잠드는 기쁨.

 일주일이 지나서야 동건은 아이를 전학시켜 주겠다고 했다. 지아는 아이에게 아빠와 함께 주민센터에 가서 전입 수속을 밟으면 된다고 했다. 아이는 아빠를 만나는 것이 무섭다고 했다. 다시 자신을 데려가 버리면 어떡하냐며 불안해했다. 지아는 아이를 꼭 안고 진정시켰다. 할머니가 주민센터에 함께 가 주실 거다, 그리고 밖에서 기다려 주실 테니 걱정하지 말아라, 이제 엄마는 너를 아무 데도 보내지 않는다, 우린 계속 함께할 것이라고.  


 다음 날, 지아는 출근을 했고 아이와 지아의 어머니는 주민센터로 향했다. 지아의 어머니는 주민센터에서 아이와 함께 동건을 기다렸다. 동건이 들어오자 지아의 어머니는 밖으로 나왔다. 1분쯤 지났을까 아이가 양손에 교과서를 들고 낑낑대며 나왔다. 지아의 어머니는 아이에게 물었다.

 "아가, 전입 신고서는?"

 "아빠가 교과서만 줬는데?"

 지아의 어머니는 아이를 다시 주민센터에 들여보냈다. 동건이 깜빡했을 거라 생각했다. 이번에는 한참이 지나도 아이가 나오지 않았다. 한 시간이 지났을까, 지아의 어머니는 기다리다 못해 주민센터 안으로 들어갔다. 동건과 아이는 의자에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전입 신고서는 안 주시나요?"

 "아직 전 세대주의 신분증 사본이 안 왔어요. 팩스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에요."

 지아의 어머니는 기가 막혔다. 동건은 이번에도 아이의 전학 수속을 해 주지 않으려 했던 모양이다.

 사실 동건은 전입 수속에 필요한 아버지 자료를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 그냥 교과서만 전해 주고 가려했다. 그런데 아이가 되돌아온 것이다. 동건은 어쩔 수 없이 전입 신고 방법을 물었다. 아버지의 도장은 근처에서 하나 만들어 왔다. 아버지에게 연락해 신분증 사본을 팩스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동건의 아버지가 복사와 팩스가 가능한 곳을 찾아 헤매는 동안 동건은 아이와 그냥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그렇게 한 시간이 더 흐르고 나서야 아이의 전입 신고서를 받을 수 있었다. 동건은 아이에게 전해 주고 아이와 지아의 어머니가 떠날 때까지 안에서 기다렸다.

 지아가 회사에서 돌아오자 지아의 어머니는 낮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다행히 아이의 전학은 잘 이루어졌고 새로운 담임선생님과 반 아이들은 친절하다고 했다.

 그런데 동건은 뭐 때문에 이렇게 진을 빼는 걸까? 지금까지의 상황을 돌이켜 보면 모든 일은 동건이 바라는 데로 이루어졌다. 동건의 바람대로 이혼이 이루어졌고, 동건이 아이를 키우기 힘들어해서 지아가 키우게 되었다. 그런데 왜 아직까지 동건은 지아에게 적대적인 걸까. 동건은 아이를 데리고 있는 내내, 지아가 바람이 나서 이혼을 했고 지아가 아이를 버렸다고 이야기했단다.

 사실 바람이 난 건 동건이었다. 지금은 그 여자 집 근처로 이사해 살고 있었다. 아이를 서울에 데리고 오는 날이면 그 여자에게 아이를 맡기기도 했다. 동건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와 함께하고 있다. 그런데 동건은 왜 아이에게 거짓말까지 하면서 지아를 욕하고 아이에게 상처 주는 걸까.


 지아는 동건과 둘만의 싸움을 준비했다. 이제 아이가 자신에게 있으니 더 이상 힘든 일은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아이가 있는 부부가 이혼하면 재판에서 아이를 제외시킬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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