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ggling creatures: 일렁이는 섬의 생명체들>
제목에서 느껴지는 '꿈틀', '일렁이는' 같은 단어는
미로코마치코의 작품을 보면 바로 느낄 수 있다.
손과 손가락으로 거침없이 문지른 선과 면,
그리고 과감한 색은 살아 움직이듯이 일렁인다.
색색의 선과 면 뒤에 숨겨진,
수많은 터치와
비닐, 종이 등 다양한 재료가 차곡차곡 쌓여
생명의 기운들이 작품에서 뿜어져 나온다.
그림책 <<짐승의 냄새가 난다>>에서는
생명의 냄새가 더욱 진하게 풍긴다.
숲속에 어우러진 식물들과
그 속에 자연스럽게 스민 짐승들의 냄새는
강렬한 색의 대비와 함께 맡을 수 있다.
그래서 미로코마치코의 도록 표지를
이 작품으로 선정항 것은 아닐까?
그림 속 스토리는 역시
<<늑대가 나는 날>>이 압도적이다.
바람, 비, 밤하늘과 별과 같은 자연의 모습을
동물의 모습에 빗대어 기발하게 표현했다.
밤하늘을 검은 고래에,
반짝이는 별을 공작이 펼친 날개 무늬에 빗댄 장면은
정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흙이야>>에서는 우리가 평소에 눈치채지 못한
흙의 존재를 통해 지구를 표현한다.
흙 알갱이 하나하나에 얼굴을 넣어
흙 한 톨 한 톨의 소중함을 표현했다.
마치 지구에 사는 우리도
흙 알갱이처럼 작은 존재이지만
각자 개성 있는 소중한 존재라고 말해 주는 듯하다.
흙은 돌고 돌아 결국엔 우리 모두 흙이라는 결말은
지구에 사는 우리 모두는
어떻게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너는 나일 수도 나는 너일 수도 있으니
서로를 이해하고 안아 주라는 의미가 아닐까?
개인적으로 <<깜깜한 어둠 속에>> 그림책을 좋아한다.
아이들에게는 너희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고
어른인 우리에게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아직 늦지 않았다고 응원해 주는 듯해서.
하지만 이번 전시회에서 원화를 감상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가장 인강적인 작품은 <wrap>이었다.
검정 바탕과 대비되는
강렬한 핑크와 노랑으로 표현한 나비,
싱그러운 초록은
금방이라도 나를 작품 속으로 빨아들일 듯하다.
우리나라 전시를 위한 라이브 페인팅 작품은
거대한 크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늘에 떠있는 두 개의 태양과 달.
그리고 달이 내려와 완성된 새의 머리.
하늘과 하나 된 바닷속 커다란 물고기.
두 생명체는 또렷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미로코마치코는 특히 눈을 강조해서 그린다고 한다.
생명체를 느끼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눈인 것 같다고 한다.
눈으로 생물의 모습이 달라지고
생물의 의지가 느껴져 마지막에 눈을 넣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미로코마치코의 모든 작품 속 생명들은
눈으로 우리를 꿰뚫어 볼 듯 바라보고 있다.
알부스갤러리는 항상 느끼지만
공간 하나도 허투루 비우지 않는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마치 새가 창문에서 날아들어온 듯
망아지와 거북이 함께 계단을 걷듯
전시관을 돌아다니며
미로코마치코의 작품 속 자연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안겨 준다.
공간과 작품 그리고 그림책이 연결된
이번 미로코마치코의 전시회는 그림책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을 느끼게 해 준 계기가 되었다.
아직 우리나리에 소개 안된
탐나는 그림책이 많은데.
곧 새로운 그림책으로 만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