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언제나 슬프지만 더 슬픈 죽음이 존재한다
최근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머나먼 곳으로 떠났다.
작년 시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얼마 안 되어 호스피스에서 생을 마감하신 큰 이모
그리고 올해 시어머니의 생일날 돌아가신 시아버지처럼 시아버님의 동생조차 시어머니의 생신날 호스피스에서 생을 마감하셨다.
사실 냉정하게 말하면 시아버지의 죽음, 큰 이모, 시아버님의 동생의 죽음에서는 어느 정도 각오를 했었기에 ,, 기나긴 병원생활로 고통받는 것보다 눈을 감고 계시는 모습이 오히려 평안하게 느껴졌다.
암이나 중환자실에서 삶을 마감하기에는 인생의 끝이 너무 우울하다고 생각되던 그 순간들 속에서 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죽음은 언제나 생과 가깝다고 생각하면서도 누구 하나 슬프지 않은 삶의 끝은 없기에 내가 떠난 뒤 남겨질 사람들을 위해 내 죽음을 준비하는 것 또한 나의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뻔히 결과를 알면서도 인공호흡기를 유지하는 일, 가망이 없다지만 기적을 바라는 사람등 속에서 내가 가진 사전연명의료지행서는 내가 가진 결정권 중에 하나니까...
그렇게 죽음을 가까이 곁에 둔다고 생각했던 어느 날 친한 사람들과의 모임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임용이 되고 교직생활을 했던 나의 예쁜 제자와 그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 사랑으로 키우신 부모님 모두가.. 불길에 사로잡혀 심정지로 네 가족 모두 하늘로 떠났다.......
....
사실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언제나 손을 붙잡으면 부드럽게 느껴지는 그 살결 속에서 나는 이 아이의 부모님이 얼마나 아이를 사랑으로 대하는 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첫 부모상담날 어머님은 의사에게 자폐 진단을 받던 날, 다리에서 떨어져 내려 죽을까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장애 중에서도 부모님에게 더 슬프게 느껴지는 '자폐'라는 단어가 얼마나 가슴을 찌르고 찔렀을까... 그 슬픔을 나는 헤아릴 수가 없다.
그렇지만 어머님은 그 시절이 가장 아이에게 미안하고 지금은 너무나도 행복하다고 하셨다.
그 아이로 인해 동생에게 누나는 더 성숙하고 타인을 더 많이 생각하며 책임감 있은 아이로 자랐고, 부부간의 애정은 더욱 돈독해졌다고 했다.
그 후로도 내가 아이를 낳고 육아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을 때에도 안부를 주고받으며 나에게 더욱 힘이 되어주신 훌륭한 부모님이셨다.
너무나도 아프게도 정말 가슴 시리게도 네 가족은 한순간의 불로 인해 한 날 한시에 이 세상을 떠났다...
너무나도 충격을 받아서 소식을 듣고도 펑펑 울었지만, 길을 가다가도 울컥, 밥을 먹으려다가도 울컥... 하는 내 머릿속에는 모든 게 허망하다는 생각이 몰려왔다.
명절 연휴까지도 공부하던 모범 고등학생과 자폐였지만 세상 누구보다 멋지고 사랑을 많이 받던 소중한 중학생 아들
그리고 그 둘을 훌륭하게 기르기 위해 밤낮으로 가게에서 일을 하던 부모..
그 삶의 끝이 불길에 휩싸인 채 오도 가도 못하는 죽음이라니,,,
신이 있다면 묻고 싶다. 왜 그렇게 데려가야만 했냐고.. 세상에 나쁜 놈들은 많은데 왜 이렇게 착하고 예쁜 사람들을 데려가냐고 그것도 잔인하게 말이다...
장례식장을 찾아가 가족사진을 보는 순간 목이 메었다. 영정사진조차 준비할 수 없었던 너무나 젊고 훌륭한 가족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왔다..
어쩌면 한날한시에 모두가 세상을 떠났기에 서로가 서로의 품에서 잠들 수 있어 그래도 덜 슬플 수 있을까,,,라고 위안하려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도 안 되는 죽음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렀다...
집으로 돌아와 남편을 꼭 안아보고 아들의 손을 잡고 책을 읽어주었다.
나는 그렇게 또 일상을 살아가며 웃고, 울고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겠지..
한순간도 예측할 수 없는 미약한 인간이지만 죽음 앞에서 나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도 너무 슬퍼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밤이었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