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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cado Dec 30. 2023

진심, 세상의 모든 진심은 한결같음으로 증명된다



   대한민국 보물 제1호 서울 흥인지문은 한양도성 사대문 중 훼손 없이 원형을 간직한 유일한 건축물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보물 제1호는 원각사지십층석탑이었으나, 동대문이 보물 제1호로 지정되면서 원각사지십층석탑은 국보 제2호가 되었다는 트리비아가 있다. 

   또 한 가지 트리비아는, 동대문은 사실 동대문구에 없다. 흔히들 서울 흥인지문이 있는 동대문역부터 동대문 디자인플라자가 있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까지 온갖 패션상가들이 즐비한 지역을 동대문 일대로 인식하는데, 사실 이 지역은 종로구와 중구에 반절씩 속한다. 

   JW 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서울 호텔 앞을 지나는 청계천을 기준으로 청계천로의 북쪽은 종로구에 속하고, 남쪽은 중구에 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서울 흥인지문은 정확히 종로구에 있다. JW 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서울은 이들 구역의 기준점이 되는 것이다. 





   동승 JW 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서울 호텔의 The Griffin은 개방된 테라스가 있어 술과 재즈 그리고 시가를 즐기기 좋은 장소다. 

   시나브로 시나브로 황혼이 다가오는 시간에 산들산들 바람이 불어오는 테라스에 앉아 시가를 태우고 있으면 낮과 밤의 경계에서 잠시 시간이 멈춘 듯이 오롯이 나의 내면에만 집중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장소를 즐겨 찾는다. 아울러 멋진 서울 흥인지문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점도 좋다

   재즈는 가슴을 울리며 본질을 깨우고, 시가는 기화시킨 잡념을 배설하게 만든다. 그리고 흥인지문을 보면 짚신을 신고 이곳을 왕래하던 이들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현재의 내가 누리는 모든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게 만든다. 





   불을 붙인 시가를 드로우하려면 반드시 커팅을 해야 하고, 이 커팅 방식에 따라서 시가의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시가 커팅은 매우 중요하다. 커팅 후 헤드 래퍼가 풀리거나 드로우 과정에서 담뱃잎이 입안에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깔끔한 펀칭(원형의 구멍)을 선호한다. 그래서 늘 펀치 커터를 들고 다녔는데 부지불식간에 잃어버렸다. 

   하루는 라이브 재즈 나잇을 즐기려고 그리핀 바를 찾았다. 오랜만에 뵙는 이경열 과장님과 반갑게 인사하며 악수를 나누는데, 과장님의 손을 통해 묵직한 총알 같은 것이 내 손에 쥐어졌다. 깜짝 놀라 손을 펴자, 내가 잃어버렸던 시가 펀치 커터가 포스트잇 메모지에 싸여있었다. 그 메모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진심, 세상의 모든 진심은 한결같음으로 증명된다.' 나는 그 메모를 읽고 아무 말 없이 과장님과 눈을 맞춰 경의를 표했다. 





   잃어버린 물건을 되찾았다는 기쁨은 찰나다. 잃어버린 물건은 쉽게 잊히고 도처에 무수한 대체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사소한 부분까지 잊지 않고 기억해 주는 한 사람의 진심이란, 그 어떤 금구(金句)로도 형용할 수 없는 고결하고 귀중한 가치가 있다. 

   우리는 과거와 달리 많은 것이 통제 가능한 현재를 살면서도 여전히 통제할 수 없는 미래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다. 우리가 짊어진 삶은 늘 무겁고,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지만, 오늘도 우리는 묵묵히 주어진 삶을 살아가며 끝이 보이지 않는 여정을 강행한다. 현실의 혼돈과 고행 속에서도 한결같은 진심으로, 지금도 어디선가 나의 사소한 부분까지 잊지 않고 기억해 주는 동시대의 미인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 





사진: Pecado 

글: Pec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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