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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서생 Aug 15. 2024

이종찬과 조국의 차이

친일세력을 비판하는 두 가지 모습

윤통의 멘토라고 알려지기도 한 이종찬 광복회장이 윤정권의 역사왜곡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주관하는 79주년 광복절 기념행사에 불참하고 별도의 행사를 연 것이다. 늦었지만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그의 경축사를 들어보니 윤통을 직접 겨냥한 비판은 없다. “최근 왜곡된 역사관이 버젓이 활개 치며, 역사를 허투루 재단하는 인사들이 역사를 다루고 교육하는 자리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피로 쓰인 역사를 혀로 논하는 역사로 덮을 수는 없다”,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하자는 주장이 있다”, “안타깝게도 독립운동을 폄훼하고 건국절을 들먹이는 이들이 보수를 참칭하고 있다” 등의 발언에서 드러나듯이, 그의 비판 대상은 잘못된 역사관이나 일부 보수 세력으로 추상화되어 있을 뿐, 윤통이나 윤통의 측근이라고 정확히 짚지 못하고 있다. 칼은 빼들었지만 갈지 않은 무딘 칼이다.


며칠 전 인터뷰에서도 용산에 밀정이 있다고 했지, 윤통의 친일매국 정책이나 삐뚤어진 역사인식을 비판하지는 않았다. 밀정을 강조하면 자칫 윤통도 본의 아니게 속아 넘어가고 있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윤통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종찬 회장이 핵심을 비껴가는 건 이회영 선생의 자랑스러운 손자답지 못한 태도다. 문제의 핵심은 밀정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통수권자 윤, 석, 열이라는 사람이다. 애당초 그런 자를 대통령으로 지지했다는 사실이 이 회장의 원죄다. 공인으로서 제대로 된 역사인식을 갖춘 후보를 지지했어야 했다. 아들 친구로 어릴 적부터 알았다는 사적 인연에 휘둘린 태도는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당선 후에라도 멘토로서 이런 사태가 오지 않도록 강하게 어필했어야 했다.


용산에 밀정이 있다는 말에도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매우 한가한 소리다. 그런 점에서 “밀정을 임명한 자가 밀정이다”라는 조국혁신당의 구호야말로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짚고 있다. 이회영 선생이 살아 계셨더라도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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