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에 꼭 단무지 들어가야 되나요
2020.7.28.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다가, 도서관 바로 옆에 사시는 친정 엄마 댁에서 점심을 먹고 왔다. 돌아오는 길에 올망대 묵과 콩자반, 양배추 반 통을 건네주신다. 빌려온 책 한 보따리와 식재료만으로도 어깨가 무거워 따로 장을 보지 않았다. 특별히 장을 보지 않아도 이런 식으로 먹거리는 생겨나곤 한다.
쇼핑 카트 가득 채워 1주 일치씩 냉장고를 채워놓던 습관은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면서 정점을 찍었다. 라면에 냉동만두는 기본이요, 에어프라이어에 쉽게 돌려 먹을 닭봉과 피자, 파스타 소스와 카레, 손쉽게 해먹을 유부초밥과 세트로 구성된 김밥 재료들ᆢ나는 그것이 아이들을 위한 메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세트 재료로 김밥을 말다가 좀 꺼림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무지, 우엉, 김밥용 햄, 게맛살 등 모두가 가공식품이었다. 달걀지단과 오이 정도를 제외하고는 이름 모를 첨가제들을 둘둘 말고 있는 셈이 아닌가.
그다음 장을 볼 때는 김밥용 김만 따로 샀다. 팬트리 공간 속에서 장기 체류하던 그 김을 어제 꺼내 김밥을 말았다. 재료는 집에 있던 달걀, 오이 그리고 백김치. 다행히 아이들 반응이 좋았다.
김밥에는 꼭 단무지가 들어가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가공식품 하나 없이 김밥을 싸 보니, "오, 좋아 다음엔 뭘 말아볼까" 싶은 기분이다.
"동치미 남지 않았니? 그걸로도 단무지 대신하면 되지."
나이 마흔 넘어서야 새댁처럼 살림을 깨우쳐 가는 모자란 딸에게 엄마가 새로운 팁을 주신다. 백김치보다 동치미가 단무지를 대신하기에 더 적절할 것 같기도 하다.
김도 몇 장 남았으니 오늘은 동치미를 기다랗게 썰고 거기다 콩자반도 넣어 볼까. 실험정신이 너무 과도해지고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