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하루를 시작하는 너에게>를 읽다가 오늘도 생각지 못했던 문제에 맞닥뜨리게 됐다. 우리가 입는 옷에 많이 쓰이는 폴리에스테르도 플라스틱이었다는 사실. 옷장을 열어 하나하나 살펴보니 출근용으로 입던 옷 대부분이 '폴리에스테르 100%'였다. 물세탁하기 쉽고, 가볍고, 구김이 가지 않는 소재 위주로 고르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매일 플라스틱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전체 섬유 중 3분의 1을 차지하는 폴리에스테르는 석유에서 비롯되며 그 과정에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레이온(=비스코스= 인견)은 자연 원료를 쓴다고 하나 강한 화학처리 공정을 거친다. 내 몸과 자연에 괜찮은 소재인지 확인할 때는 원재료뿐 아니라 공정을 따져야 한다. (중략)
그럼 '면'을 택하면 괜찮을까? 안타깝게도 유기농이 아닌 일반적인 면솜 생산은 환경오염에 최악의 가해자다. 면솜을 재배할 때 아주 많은 물과 농약이 필요하고 제작 공정에도 해로운 염료와 화학약품을 사용한다. BBC 다큐멘터리 <패션의 더러운 비밀>에 따르면 청바지 단 한 벌을 만드는데 무려 15,000리터의 물이 들어간다고 한다. (49~50쪽)
내가 가진 것 중 봄, 여름, 초가을 옷 다수가 폴리에스테르 100%였다. 겨울옷을 살펴보니 모, 울, 캐시미어, 오리털, 심지어 너구리 털도 있었다. 세상에, 너구리라니. 최근에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건 패션'을 지향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모피를 비롯하여 오리털 점퍼 등 동물에게 고통을 주면서 생산된 옷을 입지 말자는 주장이다. 나 또한 앞으로는 가능한 사지 않을 생각이다.
그런데 아래의 문장을 읽다 보니 '동물권 보호'와 '환경' 문제가 상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물의 털을 사용하지 않은 겨울옷을 입기 위해 폴리에스테르 100%를 택하는 경우, 그것 또한 지구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동물도 플라스틱도 입지 않으면서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으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합성 섬유는 우리가 착용하고 있을 때는 대기 중으로, 세탁할 때는 물속으로 미세 플라스틱을 분출한다. 만약 동물권을 위해 모피에 반대하며 폴리에스테르로 만든 인조모피를 구매했다면 세탁할 때마다 다시 바닷속 물고기에게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고 있는 것이다. 폐기 처리된 합성 섬유를 태운다면? 이번에는 탄소는 물론 다이옥신과 같은 환경오염 물질이 나온다. 기분 전환을 위한 잦은 쇼핑과 싼 맛에 사서 한철 입고 버리는 소비 패턴이 지구에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 걸까. (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