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책
그렇지만 이제는 부모가 자식이 저지른 행동을 깊이 속죄하면서도 자식에 대해 변함없는 사랑을 유지하는 일이, 자식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임을 나도 알 것 같다. (10)
자기가 몰랐기 때문에 아들과 세상을 저버린 셈이 되었다고 한다.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차라리 죽는 게 최선일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이의 죽음은 부모의 절망이다. 이 애도의 책을 통해 수는 대신 참회하려 한다. 미움이 사랑을 사라지게 할 수는 없다. 실제로 미움과 사랑은 늘 같이 간다.(16)
나는 내 가족은 자살 위험이 전혀 없다고 마음속 깊이 믿었다. 내가 그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 사이가 친밀하기 때문에, 혹은 내가 빈틈없고 민감하고 다정한 사람이라 안전하게 지킬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믿었다. 자살은 다른 집에서나 일어난다고 믿는 사람이 나 혼자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내 생각은 틀렸다.
자살에 대해 내가 알던 것 전부가 틀렸다. 어떤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지, 그 까닭이 뭔지 나는 안다고 생각했다. 이기적이거나, 비겁해서 자기 문제를 마주하지 못하는 사람, 혹은 순간적 충동에 휩싸이는 사람들이라고 믿었다.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을 패배자로 보는 문화적 편견을 나도 받아들였다. 너무 나약해서 삶의 도전을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바라는 사람,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고 싶은 사람이라고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 머릿속에 들어가 보지도 않고 쉽사리 판단하는 정확하지 않은 생각들이었다.(257)
나를 용서해 줄 수 있겠냐고 묻고 싶어요. 엄마이면서도 그 아이 머릿속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던 것에 대해서, 그 아이를 도와주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속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요.(중략) 이런 아픔을 겪긴 했지만, 그래도 내 아이들에게 느끼는 사랑이 내 삶에서 가장 큰 기쁨이었으니까요. 제가 말하는 아픔은 제 아픔이지 다른 사람들의 아픔은 아니에요. 하지만 제 아픔은 받아들였습니다. 삶은 아픔으로 가득하고 이 아픔은 제 것이지요. 딜런이 태어나지 않는 것이 세상에는 더 좋은 일이었다는 것을 알아요. 하지만 저에게는 그렇지 않아요.(17)
우리는 우리 양육 방식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생각했다. 딜런은 착하고 충실한 친구이자 사랑받는 아들이었고 책임감 있는 성인으로 성장하는 듯 보였다. 딜런의 글을 보면 우리가 딜런에게 심어준 것들을 잘 받아들였다는 증거가 충분히 있다. 딜런의 일기에는 양심과 싸운 흔적이 가득하다. 그런데도 삶의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무언가가 우리가 가르친 교훈을 덮어버렸다.(421)
내가 아는 아이를 기르기 위해 내가 아는 최선의 방식으로 길렀고, 내가 모르는 존재가 되어버린 그 아이를 기르는 최선의 방식은 알지 못했다.(424)
사람들의 삶이 위기에 처하기 전에 도울 수 있다면, 세상이 모든 이에게 더 안전한 곳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