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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웨이숲 Jan 29. 2023

취향과 미니멀리즘

가성비와 적당한 것의 치명적인 단점에 관해

 빅씨스 홈트를 시작한 지 4개월이 넘었다. 안방에서 매트를 깔고 겨우 운동을 하지만 유투버 빅씨스 언니의 영상화면을 보면 내가 마치 맨해튼(manhattan)의 뉴요커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큰 창으로 보이는 맨해튼의 예쁜 하늘과 마천루들. 그곳이 바로 빅씨스 언니의 집이라 하던데 어떻게 그런 부를 얻게 되었는지 마음속으로 궁금했다.

 어느 날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빅씨스 언니가 부를 축적하게 된 과정을 얘기했었는데 참으로 놀라웠다. 이대 나온 여자인 빅씨스 언니는 대학도 나오지 않은 남자친구와 뉴욕으로 가기를 꿈꾸었고 무일푼으로 뉴욕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터를 잡고 결혼을 하고 남편은 디자이너로 일하고 본인은 육아를 했는데, 육아 우울증 속에서 한 가지 위안이 됐던 것이 뉴욕의 집 인테리어 구경하기였다. 틈만 나면 아이를 맡기고 여러 부동산들을 구경하고 각양각색의 인테리어를 접하며 자신만의 안목과 취향을 키워나간다. 뉴욕에 처음 집을 마련하고는 벅찬 마음으로 소품, 조명, 가구 하나하나를 남편과 골라 인테리어를 해서 살게 되는데 뛰어난 안목에 관한 소문을 들은 잡지사에 집이 실리게 된다. 그 집을 살 때보다 비싼 가격으로 팔고, 또 다른 곳을 매입하여 인테리어 해서 팔고, 하면서 자산을 몇 배로 불리게 되고 지금의 집에 거주하기에 이른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들으며 취향과 안목도 돈이 되는 세상이구나 하는 것이 자못 놀라웠다. 그런 것은 프로페셔널한 디자이너들만의 산물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루한 육아의 시간을 견디며 심미안을 쌓아왔고 그렇게 다져지고 벼려진 그녀만의 감각으로 부를 창출했다. 그럼 나의 취향과 안목은 어떠한가. 내가 가진 취향과 안목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보니 나의 취향과 안목은 정의 내리기가 어렵고 희미하다는 결론이다. 아무튼 빅씨스 언니가 들려준 자신의 인생 이야기는 평생 가성비와 차선의 선택을 하며 살아왔던 내게 놀랄만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부끄럽지만 나는 요샛말로 철저한 가성비충이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에 관해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다. 늘 내 수준에 적당한 것을 골라왔다. 정말 맘에 들고 꼭 갖고 싶고 하는 것도 별로 없다. 인생도 그렇게 꾸려왔기에 가고 싶었던 대학을 위해 재수도 하지 못했고 적당히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대학에 가서 적당히 사람들이 괜찮다고 하는 직업을 가졌다. 이것이 인생을 배우며 뒤늦게 깨달은 뼈아픈 실책이다. 무엇이든지 최고로 갖고 싶은 것을 스스로에게 물어 최선의 선택을 했었어야 했는데 부모님의 권유와 주변 사람들의 조언과 시선을 고려한 k장녀의 선택은 역시나 경제적이었다. 뒤늦게 나는 나만의 최선을 지금부터라도 찾아보려고 노력 중이지만 평생을 걸쳐 살아온 사고와 생활방식이기에 쉽게 바뀌지 않는다.

 최근에 이런 사실을 다시 한번 직면한 것이 바로 미니멀리즘을 접하면서부터다.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살자>에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장 좋은 한 개 만을 남겨두고 다른 물건은 정리하라고 한다. 그래야만이 쓸데없는 소비를 하지 않고 집을 정갈하게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넘버원이 있기에 자연스럽게 다른 소비욕구도 들지 않게 된다고 했다. 이 책을 읽고 집을 둘러봤는데 모든 세간살이를 바꿔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ㅋㅋ 집을 복잡하게 채우고 있는 모든 물건들이 적당하고 적당한 것 일색이라 최선이 없다. 그래서 무얼 버려야 할지 결정하기가 어렵고 버리자니 아깝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도 모르겠다.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미니멀리즘에서 시작될 것만 같은 생각이 계속 들어 실천이 간절하다.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어렵더라도 일단 실천해보고 싶다. 내 마음을 설레게 하지 않는 물건들을 함부로 집에 들이지 말고, 마음이 떠난 물건들과도 이별하자. 그렇게 정갈해진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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